[정책&대안] 트럼프 사면 논란과 한국 사면제도의 제도적 개혁 필요성

  • 등록 2025.02.27 01: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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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법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월 6일 의회폭동과 관련하여 발동한 사면이 폭동 참가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적발된 불법 무기 소지 및 기밀문서 보관 혐의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폭동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범죄자들에게까지 사면이 적용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바, 법적·정치적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면의 범위 확장 문제는 한국에서도 빈번하게 제기되는 사안으로, 한국의 사면제도 역시 제도적 개선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한국의 사면제도: 법적 구조와 운영 방식

 

한국의 사면제도는 헌법 제79조와 사면법에 의해 규정되며,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 일반사면은 특정 범죄에 대한 형벌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소멸시키는 조치로, 국가적 차원의 사법 조정 역할을 한다. 일반사면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법률 개정을 통해 형벌의 적용 자체를 무효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둘째, 특별사면은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감형하는 제도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후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 특별사면은 개별적인 법 적용을 완화하는 기능을 하며, 형벌의 일부 혹은 전체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셋째, 복권은 형의 집행이 종료되었거나 사면을 받은 자에게 피선거권, 공직 취임권 등의 공민권을 회복시켜주는 조치이다. 복권은 사법적 제재를 받은 개인이 법적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하며, 특정 범죄 기록 삭제와 관련된 조항을 포함할 수도 있다.

사면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특별사면, 감형, 복권을 결정할 수 있으며, 일반사면의 경우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특별사면은 국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권한이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치인 및 대기업 총수에 대한 반복적인 사면은 법적 처벌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며,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면제도의 운영이 공정성과 형평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국민들은 법 집행이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좌우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면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면 대상자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사면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명확한 절차적 제어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면제도 남용으로 인한 대표적인 문제 사례

 

전두환과 노태우는 1996년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 등의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17년형을 선고받았으나, 1997년 김대중 정부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형 집행이 면제되었습니다. 이들은 군사 쿠데타를 주도하고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책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타협의 일환으로 사면되면서 국민적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과거 범죄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비판과 함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각각 횡령·뇌물수수(이명박), 국정농단 및 권력형 비리(박근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2021년과 2023년 각각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특별사면 조치를 통해 석방되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 자금 횡령 및 삼성의 뇌물수수 혐의로 17년형을 선고받았으나,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사면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된 후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으나, 국민통합을 명목으로 사면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커졌다. 정치적 고려가 사면 결정에 작용했다는 비판과 함께, 사법 정의의 후퇴를 초래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대통령의 사면권이 특정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행사될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재벌 총수 사면의 경우, 이재용(삼성), 정몽구(현대차), 최태원(SK) 등 대기업 총수들이 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반복적으로 사면되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 및 횡령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2021년 가석방 후 2022년 특별복권을 받으며 경영권을 공식적으로 회복했다. 정몽구 회장은 2008년 현대차 비자금 조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경제적 기여를 이유로 사면되었다. 최태원 회장 또한 2013년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았지만, 2015년 특별사면을 통해 복귀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경제적 영향력을 이유로 반복적인 사면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기업인들의 법 위반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이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관행이 지속될 경우 법적 형평성과 사법 신뢰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사면제도의 구조적 문제점

 

  1. 대통령의 전권적 사면권 행사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국회의 견제 없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으며, 이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남용될 위험이 크다. 사면권이 국가 지도자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정 인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

  2. 정치인 및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 남용
    전직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에 대한 반복적인 사면은 법적 제재를 무력화시키며, 형평성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기본 원칙이 흔들리면서 국민들의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

  3. 사면 심사 과정의 불투명성
    사면 대상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국민적 동의 없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의 독립성이 미흡하여 사면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면심사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며, 대법원, 검찰, 변호사 단체, 학계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하지만,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불투명성은 사면이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결정되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높인다.

  4. 특정 계층에 집중된 사면 혜택
    사면이 일반 국민보다 정치 권력자 및 재벌 총수들에게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법 앞의 평등 원칙을 훼손하고, 사회적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면이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가진 특정 계층에 편중되면서, 일반 국민들은 법적 공정성에 대한 회의를 품게 된다.

  5. 특정 범죄에 대한 사면 제한 부재

    현행 사면제도는 특정 범죄에 대한 사면 제한 제도가 없어, 내란과 같은 중대 범죄에도 사면이 남용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면을 받았다. 이는 중범죄에 대한 사면 제한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아,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사면이 남용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이로 인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으며, 특정 범죄에 대한 사면 제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면제도의 개혁 방향

 

  1. 사면권 행사 제한 및 국회 견제 강화
    특별사면에도 국회의 동의 절차를 추가하여 대통령의 독점적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 또한 사면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및 국회 심의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2. 특정 범죄 사면 제한

    내란과 외환, 부패, 경제범죄, 권력형 비리 등의 범죄에 대해 사면을 제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동일 유형의 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경우 가중 처벌하는 제도와 사면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란, 반역과 같은 국가의 근간을 위협하는 범죄도 사면 제한 대상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범죄는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민주주의 원칙과 공화국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사면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헌법 개정 또는 사면법 개정을 통해 특정 범죄에 대한 사면 제한을 명문화하고, 사면권이 법적 정의를 훼손하지 않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3. 사면심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사면 대상 심사는 법무부가 아닌 독립적인 기관에서 수행하도록 하고, 사면 대상자 선정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여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심사 과정에 국민 참여를 확대하여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4. 사면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대통령 임기 종료 직전 발생하는 '보은성 사면'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기간(예: 대통령 임기 종료 6개월 전)에는 사면을 제한하는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참고문헌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사면권 행사 방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ScienceON, 2014.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사면권의 통제와 개선방안." DBpia, 2021. 

한국법제연구원. "대통령의 사면권 통제에 관한 연구: 특별사면의 개선방안을 중심으로." DBpia, 2023. 

VOA Korea.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원조 일시 중단과 사면권 남용 논란." 

News Tomato.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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