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재명 허위사실 공표 '전부 무죄' 파기…유죄 취지 환송

  • 등록 2025.05.01 17: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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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발언도 처벌 가능하다는 판례 전환…2019·2023 판례와 정면 충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원심의 전부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이 대표의 발언 중 김문기 전 처장과 관련된 '골프 동반' 발언과 백현동 개발과 관련된 국토부 협박 주장 발언이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이 허위사실로 판단될 수 있는 기준과 해석의 방법을 새롭게 제시한 것으로, 특히 2019도13328 및 2023도16586 등 기존 대법원 판례의 해석 원칙에 반하는 전면적인 판례 변경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행위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균형 고려"

 

재판부는 김문기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 모두가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다수의견(10명)은 해당 발언들이 단순한 인식 표현이나 의견 표명이 아니라,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실관계에 대한 공표이며, 객관적으로 진실과 다르다는 점에서 허위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은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의 관점에서, 발언 당시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언의 개별 분절이 아닌 전체 맥락에서 일반 유권자가 받는 인상이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여러 방송에서 김문기와의 교류 여부에 대해 “해외출장 중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했지만, 실제로 김문기와 골프를 친 사실이 사진과 증언으로 확인되었다. 대법원은 이 발언이 단순한 인식이나 평가가 아닌, 후보자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또한 백현동 개발과 관련하여 “국토부가 법에 따라 용도지역 변경을 강요했고,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며 협박했다”는 취지의 발언 역시, 대법원은 국토부가 성남시에 그러한 압박을 가한 사실이 없다는 공문 회신을 근거로,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하였다.

 


반대 의견 "정치적 표현 해석 여지 있다"

 

반대 의견을 낸 2명의 대법관은 다수의견과는 달리, 이번 판결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김문기와의 골프 발언의 경우, 핵심은 골프 여부 자체보다는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며, 해당 표현은 실제로도 그렇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고 보았다. 또한 백현동 관련 발언은 복합적인 맥락과 정책적 설명이 혼재된 다의적 표현에 해당하며, 이를 단일한 허위 사실로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두 대법관은 이러한 발언들이 전형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의 영역에 속하는 만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하며, 형벌이라는 극단적 제재는 명백하고 직접적인 허위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심스러울 때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대원칙과, 기존 대법원 판례들이 누차 확인해 온 정치 표현에 대한 관용의 법리를 환기시키며, 이번 다수의견이 이러한 법리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파기 환송…서울고등법원서 다시 판단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김문기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이 포괄일죄 관계에 있으며, 두 발언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이재명 피고인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이 관련 법리를 오해한 중대한 잘못이 있다고 보고, 유죄 취지로 원심 전부를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이번 파기환송은 해당 발언들이 유죄 판단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 아래, 사실심에서 다시 한번 구체적 증거와 법리 검토를 통해 유죄 여부를 최종 판단하라는 의미다.


판결의 의미와 파장

 

이번 2025도4697 판결은 2023도16586 판결(정읍시장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의 직접적인 대비 속에서 그 의미가 더욱 부각된다. 2023도16586 사건에서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와 선거 공론의 장을 보호하기 위해 다의적 표현, 정치적 맥락, 의견 중심 표현에 대한 형사처벌 적용을 지극히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반면 이번 2025도4697 판결은 같은 공직선거법 조항을 두고도 정반대의 법리를 채택해, 표현 전체의 인상과 유권자의 관점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허위성 인정을 통해 유죄 가능성을 열었다.

2019도13328 및 2023도16586 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2025도4697 판결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두 판례는 공통적으로 표현의 자유 보장을 중시하고 형사처벌의 요건을 엄격히 해석해왔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2023도16586에서 보다 구체적인 선거 공약 비판 표현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통된 법리 - 2019도13328과 2023도16586

  • 표현 해석 기준: 두 판례 모두 발언의 문맥과 객관적 의미를 기준으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의심스러운 표현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반면 2025도4697은 발언의 의미를 '일반 유권자의 인상'이라는 보다 주관적 기준에 따라 해석하고, 다의성보다는 허위성 판단을 우선했다.

  • 다의적 표현 해석: 2019도13328과 2023도16586 모두 다의적인 정치적 표현은 원칙적으로 의견에 가깝다고 보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2025도4697은 정치적 맥락에서 이어진 발언들을 통합해 허위 사실로 해석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

  • 피고인 유리 해석 원칙: 두 기존 판례 모두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것'이라는 형사법 대원칙을 명확히 했다. 반면 2025도4697은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표현의 전체 인상이 유죄 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2023도16586의 독자적 요소

  • 정책 공약 비판 표현의 면책성: 2023도16586은 정책 공약의 배경이나 타 후보 비판에 관한 발언은 유권자 판단에 기여하는 의견 표현으로서 폭넓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반해 2025도4697은 본인의 정책 추진 배경에 대한 설명이더라도 구체적인 사실 진술이 포함되면 허위사실 공표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25도4697의 차별적 법리

  • 중요성 기준 도입: 기존 판례는 핵심사실이 진실이면 세부 허위 표현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지만, 2025도4697은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면 개별 허위라도 처벌할 수 있다는 '중요성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

  • 간접적 허위 인식 구조 수용: 2025도4697은 직접적인 허위 의도보다, 유권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공문 등 간접 자료를 통해 허위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성요건 해석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2025도4697 판결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던 2019도13328 및 2023도16586 대법원 판결과 명확히 결을 달리하는 판례로 자리매김했다. 전자는 발언의 다의성과 정치적 맥락을 중시하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해석을 원칙으로 삼았지만, 이번 판결은 일반 유권자의 전체적 인상을 기준으로 삼아 정치적 발언조차 허위사실 공표죄의 대상으로 적극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대법원이 기존의 표현 보호 중심 법리를 사실상 폐기하고, 정치적 표현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문제적 판례로 평가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존 대법원 판례의 축적된 법리를 무시한 채, 유권자의 인상이라는 주관적 기준만을 근거로 유죄 판단의 문을 넓힌 이번 판결은 향후 정치적 표현에 대한 위축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표현 해석 기준의 전환: 2019도13328 판결은 표현의 문맥과 객관적 내용을 중심으로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지만, 이번 판결은 '일반 유권자 관점'이라는 주관적 기준을 중심에 놓고 전체 발언의 인상을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

  • 다의성 해석 원칙의 전복: 기존 판례가 다의적 표현의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한 해석을 원칙으로 했던 것과 달리, 2025도4697은 표현이 정치적 맥락에서 연속될 경우 이를 통합하여 허위사실로 해석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을 도입했다.

  • 허위성 판단 범위의 확대: 기존에는 핵심사실이 진실하면 세부 허위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이번 판결은 선거인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면 개별 세부사항도 허위사실로 단죄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정립했다.

  • 간접적 허위 인식 구조 수용: 검사가 직접적 허위의도를 입증해야 했던 전통적 구조에서, 유권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객관적 정황증거(예: 국토부 공문 등)를 근거로 허위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 기존 판례와의 법리적 충돌: 2019도13328의 사실-의견 구분 원칙, 피고인 유리 해석 원칙은 반대의견에서조차 재확인되었으나 다수의견은 이를 채택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 해석으로 허위성 판단을 끌어냈다.

 

결국 2025도4697 판결은 기존 판례 해석을 사실상 전환한 판례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요건과 해석 범위를 둘러싼 법적 기준을 재정의한 판결로 평가된다. 이 판결은 기존에 누적된 다수의 대법원 판결들이 표현의 자유 보호에 무게를 두고 다의적 표현에 대한 관용을 유지해왔던 경향과 분명한 대비를 이룬다. 특히 일반 유권자의 인상이라는 주관적 요소를 중심으로 허위성을 판단한 점, 일부 허위 표현만으로도 전체 발언에 형사책임을 묻는 구조를 취한 점은 기존 법리와 질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치적 발언이나 선거운동 중의 해명, 반론, 공약 설명 등도 공직선거법 위반 판단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2019도13328 및 2023도16586 판결과의 충돌은 학계와 법조계 내에서 중요한 논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구성 또는 헌법재판소 판단을 통해 명확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허위사실의 형사적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헌법적 논쟁은 향후 판례 전개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편집국 기자 koreaoped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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