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메르츠, 위기 속 ‘협치’의 시험대에 오르다

  • 등록 2025.05.07 11: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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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이탈표·정당 간 갈등 극복… 독일 의회 민주주의의 시험대

 

2025년 5월 6일, 독일 연방하원(Bundestag)은 프리드리히 메르츠(기민당·CDU)를 제10대 연방총리로 선출했다. 이번 총리 선거는 독일 기본법 제63조에 따른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지만, 1차 투표 실패와 예외적 절차 변경, 야당과의 전략적 협력 등 유례없는 정치적 현상의 연속이었다. 독일 현대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연정 역학과 의회 운영의 유연성이 결합되며, 향후 독일 정치의 새로운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방대통령의 지명과 복잡한 정당 역학

 

연방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는 메르츠를 총리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이는 2025년 2월 조기 총선 결과와 CDU/CSU-SPD 연정 협상 타결에 따른 결정으로, 대통령은 "정치적 안정성 확보"를 지명 이유로 밝혔다.

CDU/CSU는 이미 2024년 9월 메르츠를 총리 후보로 확정했으며, SPD는 2025년 3월 특별 전당대회에서 연정 참여와 메르츠 지지를 결의했다. 녹색당과 좌파당은 야당으로 남았지만, 선거 절차 조정 국면에서 의외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차 투표의 실패와 연정 내 불협화음

 

1차 총리 투표에서는 전체 630명 중 621명이 참여했으며,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310표를 얻는 데 그쳐 과반수 요건인 316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반대표는 307표였고, 기권 및 무효표는 총 4표였다.

CDU/CSU-SPD 연정이 보유한 328석 중 18표가 이탈하며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이탈 요인으로는 SPD 내부 진보 성향 의원들의 복지 정책 불만, CSU 강경파의 이민 정책 논란, 특정 지역 장관 임명에 대한 불만 등이 제기되었다.

무엇보다도 메르츠가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뼈아픈 타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정 내부 결속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동시에, 그의 리더십과 당내 장악력에도 도전이 가해진 셈이다.


전례 없는 전략 조정과 2차 투표

 

의회는 48시간 후로 예정된 2차 투표를 당일로 앞당기기 위해 운영 규정을 일시적으로 변경했다. CDU 소속 의장 율리아 클뢰크너의 제안으로 연정 교섭단체와 좌파당이 전술적 협의를 진행했고, 이는 야당과의 불가침 합의 유보라는 파격적 조치였다.

SPD는 반발 의원들과 1:1 면담을 통해 설득에 나섰고, 지역 인사 안배 문제도 조정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메시지도 공개되어 국제적 지지 확보에도 나섰다.

 

 

2차 투표에서는 총 630명 중 621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325표의 찬성을 얻어 과반수 요건(316표)을 초과하며 총리로 선출되었다. 반대표는 296표였으며, 무효표는 9표로 집계되었다.

2차 투표에서 총리 지명에 성공함으로써 메르츠는 일단 정치적 위기를 넘겼지만, 1차 투표에서의 실패는 그의 리더십에 일격을 가한 사건으로 남았다. 이는 연정 내부 불안정성과 당내 반발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총리 지명에 성공한 메르츠는 연정 내부 이탈을 최소화하고 야당 일부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시간 압박 전략, 유럽 연합의 정치 안정 촉구, 독일 경제계의 조기 정부 출범 요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새 정부 내각과 주요 정책 방향

 

메르츠 내각은 SPD 7석, CDU 7석, CSU 3석으로 구성됐다. 주요 인사는 다음과 같다:

  • 부총리 겸 재무: 라르스 클링바일(SPD)

  • 내무: 알렉산더 도브린트(CSU)

  • 외무: 요한 바데풀(CDU)

  • 디지털 정책: 카르스텐 빌트베르거(무소속)

정책적으로는 5,000억 유로 규모의 인프라 기금 조성, 이민 통제 강화, 사회복지 구조조정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정치적 함의와 향후 과제

 

이번 총리 선출 과정은 독일 기본법 제63조의 유연한 적용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의회 규정의 일시 면제, 야당과의 전술적 협력은 정치적 위기 시 제도적 유연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동시에 메르츠가 1차 투표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점은 그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초기 불신과 연정의 불안정성을 노출시킨 사건으로, 총리직 수행에 앞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향후 메르츠 정부는 연정 내부 이념 간 균형 유지, 극우정당(AfD) 대응 전략, 유럽 차원의 협력 강화를 주요 과제로 안고 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한 EU 공동 과제 추진이 주목된다.

프리드리히 메르츠의 총리 선출은 독일식 연정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사건으로, 절차적 혁신과 정치적 현실주의가 공존하는 모델로 기록될 전망이다.

 

편집국 기자 koreaoped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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