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맨홀 질식사고 예방 위해 9월부터 보디캠·가스농도측정기 의무화

  • 등록 2025.08.21 19: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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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하 38개 사업소·98개 사업장 우선 적용, 자치구로 확대

 

서울시는 맨홀·수도관·공동구 등 밀폐공간 작업에서 반복돼 온 질식사고를 줄이기 위해 9월부터 시 산하 사업장에서 보디캠과 가스농도측정기 착용을 의무화한다. 긴급 구조장비 상시 비치, 실습형 안전교육 확대, 사업장 특화 매뉴얼 전면 개편을 함께 추진해 법령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미흡했던 현장 집행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왜 지금인가: 법은 있었지만 사망사고는 지속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밀폐공간 재해자는 298명, 이 중 126명이 사망해 치명률이 42.3%에 달한다. 특히 맨홀 작업의 질식 치명률은 54.5%로, 재해자 66명 중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이미 제619-626조에서 밀폐공간 안전조치를 규정하고 있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2022년에 시행됐지만, 법·제도가 있었음에도 현장에서는 사망사고가 지속됐다. 이번 대책은 그 집행 공백을 메우기 위한 출발점이다.


핵심 조치: 보디캠·가스농도측정기 의무화

 

이번 조치의 핵심은 작업 전 필수 절차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보디캠 의무화다. 가스농도 측정 실시, 환기장치 가동, 보호구 착용, 감리기관 작업허가 승인 등 준비 과정의 이행 여부를 영상으로 남겨 무허가·무점검 출입을 차단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한다. 작업자는 산소와 유해가스 농도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가스농도측정기를 상시 휴대하며, 경보 발생 시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도록 절차를 명문화했다. 공기호흡기·송기마스크·삼각대 등 긴급 구조장비는 현장에 항시 비치해 구조의 골든타임을 확보한다. 아울러 운영 매뉴얼도 전면 개편해 사업장별 위험 특성에 맞춘 작업 수칙과 허가 절차를 세분화하고, 관리감독자·대기요원·작업자 등 수행 주체별 역할을 명확히 규정한다. 교육은 장비 사용법, 표준작업절차, 비상 구조 절차를 실습 중심으로 강화해 현장 적합성을 높인다.

적용 범위는 우선 시 산하 38개 사업소 98개 사업장으로, 2,399개 밀폐공간에 해당한다. 이후 25개 자치구 소관 사업장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시행은 9월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집행력 확보 과제와 개인정보 보호

 

이번 대책은 허가·점검·환기·보호구로 이어지는 네 가지 기본 절차를 영상과 계측값이라는 증거 기반으로 묶어 형식 행정을 차단하고, 현장 책임성과 추적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영상기록의 저장 기간과 열람 권한, 목적 외 이용 금지 등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명확히 하고, 가스센서 교정 주기와 예비 장비 확보 등 유지관리 체계를 구체화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경보 발생 시 작업중지·대피·재개 기준을 문서화해 누구나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도록 하고, 다단계 도급 현장에서는 원·하청의 책임과 교육 이수 관리를 일원화해야 한다. 반복 위반 사업장에는 입찰 제한·평가 감점 등 실효적 제재를 연동해 집행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결론: 제도에서 집행으로

 

결국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집행이었다. 서울시의 보디캠·가스농도측정기 의무화와 매뉴얼 개편은 산업안전보건기준 제619-626조와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장치다. 다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다양한 안전조치와 교육이 현장에서 실제로 지켜지도록 불시점검과 교차점검, 대기요원·관리감독자 실습훈련, 센서 교정·장비 점검의 상시화, 원·하청 연계 책임관리 등을 함께 가동해야 한다. 제도가 법적 면피성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이행 결과를 성과지표에 반영하고, 반복 위반에는 입찰 제한·평가 감점 등 실효적 제재를 병행할 때, 밀폐공간 작업의 고질적 위험은 실질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편집국 기자 koreaoped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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