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약 5천5백만 명의 비자 소지자 전원을 대상으로 위법 행위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무부는 “모든 비자 소지자는 지속적인 심사의 대상이며, 체류 자격을 상실할 만한 징후가 발견될 경우 비자를 취소하고, 미국 내 체류 중이라면 추방 조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기존의 불법체류자 단속과 학생·교환방문(E·J) 비자 중심의 점검을 넘어, 모든 비자 소지자에 대한 상시 심사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비자 취소가 내려질 경우 미국 내에 있는 당사자는 즉시 추방 절차 대상이 된다.
상업용 트럭 운전사 취업비자, 즉시 중단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 X(구 트위터)에서 “외국인 대형 트럭 운전자의 증가가 미국인의 생명을 위협하고, 미국인 트럭커의 생계를 위태롭게 한다”며 상업용 트럭 운전사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을 즉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연방 교통부가 도로 안전을 이유로 영어 읽기·말하기 능력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밝힌 기조와 맞물려 있다. 이 조치는 8월 12일 세인트루시 카운티 포트피어스 인근 플로리다 고속도로에서 ‘공공 차량 전용’ 구역에서 불법 U턴을 시도한 화물차가 다차로를 가로질러 진입하며 미니밴과 충돌해 3명이 사망한 사건 등 최근의 치명적 사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플로리다고속도로안전국(FLHSMV)에 따르면 당시 미니밴 운전자는 병원에서 숨졌고 동승자 2명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구체적 법적 책임과 별개로, 이 사건은 외국인 트럭 운전사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과 상시 심사 강화 논의를 촉발한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
감시·심사 범위의 전방위 확대
새로운 심사 강화 방안은 비자 신청자와 소지자의 소셜미디어 계정, 자국의 법 집행·이민 기록, 미국 체류 중 위법 여부 등 광범위한 정보를 포괄한다. 특히 금년 도입된 요건에 따라 비자 인터뷰 시 휴대전화와 앱의 프라이버시 설정을 해제하고 계정 정보를 제출하는 절차가 의무화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수조사에 가까운 디지털 검증이 예고된다. 당국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비자 취소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학생비자는 네 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학생비자를 6천 건 이상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4천 건은 실제 법률 위반에 따른 것이고, 약 200~300건은 테러 관련 사유로, 지정 테러단체 또는 테러 지원국과 관련한 지원 행위가 포함된 것으로 설명했다.
결론
강화된 상시 심사는 국가안보와 공공안전을 명분으로 출입국·체류 정책을 보수적으로 재편하려는 신호이지만, 5천5백만 명 전원을 대상으로 한 상시 감시·재검증은 행정 역량과 비용 측면에서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데이터 수집·분석 체계의 정확도, 오탐지에 대한 사후 구제와 정정 절차, 기관 간 정보 공유의 적법성과 책임소재 등 운영 세부의 설계가 미흡할 경우 정책 신뢰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현재 미국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서류미비 이민자 문제의 경우, 제도권 밖에 있어 본 정책의 직접 적용이 제한적이어서 실효성 논란도 남는다. 불법체류자 단속과의 연계, 지자체 집행 역량과의 간극, 직장·학교·지역사회에서의 선택적 집행 우려까지 고려하면, 제도의 명암은 더욱 뚜렷해진다.
과도하거나 임의적인 심사는 입국 허가를 전제로 형성된 합리적 기대를 침해해 신의성실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고, 소셜미디어 전수 심사와 프라이버시 설정 해제 요구는 자기검열을 유발해 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 침해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 더 나아가 대량의 디지털 행적을 근거로 한 위험평가가 내용 중심의 정치적 견해나 결사·집회의 자유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최소수집·목적제한 원칙과의 충돌도 피하기 어렵다. 절차적 투명성, 불복·재심 청구 절차, 독립적 감독기구의 상시 감사가 병행되지 않으면 법적 분쟁은 상시화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비자 발급·유지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영사·이민 심사 대기 시간이 늘어 대학·연구기관의 신입생 선발과 국제협력 일정, 기업의 채용·파견 결정에 변수가 커질 수 있다. 물류·농업·숙박·의료 등 외국인 노동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인력 수급의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트럭 운전사 비자 중단과 같은 분야별 조치가 겹치면 지역 공급망에도 파급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기반의 지속 심사 체계를 어느 수준까지 제도화하는지, 그리고 권리 보장 장치를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국제 인력 이동 구조와 대외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다. 동맹국·유학생 보유국과의 외교적 마찰, 비자 면제 프로그램 재평가와 같은 파장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정당성은 집행 역량을 보완하면서도 헌법적 권리 보호와 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위험기반·표적화된 심사로 전환하고, 투명성 보고와 일몰조항을 도입하며, 명확한 법적 기준·지표에 근거한 효과평가를 정례화하는 것이 최소 요건이다. 오탐과 차별적 영향에 대한 구제수단, 데이터 거버넌스와 민관 협의 채널을 함께 마련할 때에만 안전과 자유의 균형이라는 정책 목표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관련 공방은 법정과 의회에서 장기화하며, 사회적 비용은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