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 대안] 이 대통령 “임금체불, 사업장 전수감독” 지시

  • 등록 2025.09.09 14: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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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근로자는 늘었지만, 임금체불도 ‘역대 최대’

 

강유정 대통령 대변인은 9월 8일 오전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금체불 사건의 신속하고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 근로감독 절차의 전면 개선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지시는 신고자 개인의 사건만을 조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임금체불이 한 건이라도 신고되면 해당 사업장 전반을 대상으로 추가 체불 여부를 전수 조사하는 방향으로 감독 방식을 바꾸라는 내용이다. 대통령은 감독 방식 전환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다면 근로감독관 증원을 포함해 행정 방식을 개선하라고도 주문했다.


고용은 늘었지만 취약지대는 더 드러났다 : 데이터가 보내는 경고 신호

 

최근 수년간의 통계는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2024년 임금체불액은 2조 448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임금체불 노동자 비율은 2022년 1.11%로 저점을 찍은 뒤 2023년 1.25%, 2024년 1.28%로 반등했다. 체불액의 71.4%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고, 건설업과 운수·창고·통신, 도소매·음식·숙박 등 경기 민감 업종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임금근로자 수는 2020년 2,040만 명에서 2024년 2,214만 명으로 5년간 174만 명, 8.5% 증가했다. 2024년 8월 기준 임금근로자는 2,214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만 9,000명 늘었고, 정규직은 1,368만 5,000명, 비정규직은 845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고용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취약 업종과 소규모 사업장에 체불 리스크가 누적되는 구조는 더욱 뚜렷해졌다.

임금체불액은 2020년 1조 5,830억 원에서 2021년 1조 3,505억 원, 2022년 1조 3,472억 원으로 일시 둔화했다가 2023년 1조 7,845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고 2024년에는 2조 448억 원으로 2조 원 시대에 진입했다. 체불액 증가의 원인으로는 건설업 등 경기 위축과 더불어 대유위니아와 큐텐 등 일부 대기업의 집단체불, 경제 규모 확대에 따른 임금총액 증가, 임금체불을 가볍게 여기는 인식이 지목된다.

 

 

업종별로 2024년 건설업의 체불액은 4,780억 원으로 전년보다 9.6% 늘었고, 도소매·음식·숙박업은 2,647억 원으로 16.7% 증가했으며, 운수·창고·통신업은 2,478억 원으로 57.0% 급증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인 미만 32.6%, 5-29인 38.8%를 합쳐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체불액의 71.4%가 발생했다.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 지급 능력의 변동성이 크고 회계와 노무 관리 역량이 취약하며 법 준수와 사전 경보 체계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통계로 확인된다.


청산 성과와 법·제도 변화

 

임금체불 청산 성과는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4년 임금체불 청산액은 1조 6,697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고, 청산율도 81.7%로 전년의 79.1%에서 2.6%포인트 높아졌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고, 임금체불 명단공개 대상 사업주에 대해서는 기존과는 다르게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제외하며, 재직 노동자에게도 미지급 임금에 대하여 연 20%의 지연이자를 적용하도록 했다.


체당금의 사각지대와 초기 사업장 보호 공백

 

이러한 제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행 임금채권보장법상 도산대지급금은 법 제3조의 적용 대상 사업으로서 최소 6개월 이상 사업을 영위한 뒤 법 제7조제1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로 한정되어,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 등 신규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제도 바깥에 놓이는 보호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이 공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체당금 제도의 요건을 합리화하고 초기 사업장에 대한 특례를 마련하는 한편 체불채권의 담보화와 보험화 등 실손 보전 장치를 병행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임금채권보장법상 도산대지급금과 간이대지급금의 상한액은 2021년 개정 이후 추가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같은 기간 임금 수준은 꾸준히 상승했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8월에서 2024년 8월 사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임금은 268.1만 원에서 312.8만 원으로 16.7% 늘었고, 정규직은 323.4만 원에서 379.6만 원으로 17.4%, 비정규직은 171.1만 원에서 204.8만 원으로 19.7% 증가했다. 상한액이 정체된 반면 임금이 상승한 탓에 체당금의 실질 보장 수준은 계속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 도산대지급금의 법정 상한은 최대 2,100만 원, 간이대지급금의 상한은 최대 1,000만 원으로 제한되어 있어 고임금 구간과 장기 체불에 대한 보전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도산대지급금은 연령별로 상한이 차등 적용되는데 특히 50세부터 한도가 낮아지기 시작해 60세 이상은 상한이 1,380만 원으로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고령 근로자가 더 취약해지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동일한 체불 피해에 대해 연령에 따라 실질 보장 수준이 달라질 수 있어 근로자 내부의 차별 논란을 야기한다.  

 

 

추가적으로 30인 미만 사업장과 다단계 하도급, 특수형태 근로 비중이 높은 업종을 대상으로 상시와 기획 감독을 정례화하고 사회보험료 체납 등 조기 경보 지표와 감독을 연동하는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의 집단체불과 상습과 반복 체불에는 형사와 행정 제재를 실효적으로 상향하고 공공 조달과 입찰 제한 등 시장 규율을 병행함으로써 사전에 억지력을 높여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대통령이 공언한 근로감독관 증원과 데이터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어야 전수 감독의 실효성이 확보될 것이다.

 


 

결론

 

 

대통령의 지시는 신고자 개인 사건 중심의 감독을 ‘사업장 전수감독’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2024년 임금체불액이 2조 4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6% 증가했고, 체불의 71.4%가 3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되며, 건설·운수·도소매·숙박 등 경기 민감 업종에서 급증한 현실을 전제로 한다.

한편 제도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크다. 도산대지급금·간이대지급금 상한(각 최대 2,100만 원·1,000만 원)과 도산대지급금의 연령별 차등 한도(60세 이상 1,380만 원), 6개월 영업 요건 등은 스타트업 등 신규 사업장과 고령 노동자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전수감독과 함께 10월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의 상습체불 제재 강화, 명단공개 대상 반의사불벌 적용 제외, 재직자 지연이자 20% 적용을 실효화하고, 체당금 요건 합리화·초기 사업장 특례·임금 직접지급·전자임금대장 등 예방 장치를 촘촘히 해야 한다.

상시·기획감독을 떠받칠 근로감독관 증원과 사회보험 체납 등 조기 경보 지표를 연동한 데이터 행정이 갖춰질 때, ‘사전예방·즉시보전·엄정집행’의 삼각 구도가 작동하며 임금체불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주 - 본 기사는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등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수치의 산출 기준과 확정치 반영 시점에 따라 일부 지표의 증가율은 변동될 수 있다.

편집국 기자 koreaoped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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