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월’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서울희곡상 수상작 공연

  • 등록 2025.09.09 21: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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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28일, 평택항 청년 노동자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삶과 노동을 묻다

 

서울문화재단과 극단 즉각반응이 공동 제작한 연극 ‘엔드 월(End Wall) - 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가 9월 10일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막을 올려 9월 28일까지 공연한다. 작품은 2021년 평택항에서 발생한 23세 일용직 노동자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죽음과 삶, 노동과 꿈의 의미를 시적인 연극 언어로 풀어낸다.

 

평택항에서는 2021년, 개방형 컨테이너의 왼쪽 끝 벽(약 300kg)이 넘어지며 23세 일용직 노동자 ‘아성’은 그 끝 벽에 깔려 숨이 멎는다. 죽음의 자리에서 시간을 멈춘 아성은 ‘왜 죽었는지’를 묻기 시작하고, 같은 이유로 죽음의 원인을 찾게 된 또 다른 노동자 ‘무명’이 나타난다. 두 사람은 1분 전, 10분 전, 16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오늘 하루 축적된 사건들을 되짚으며 아성의 죽음과 각자의 ‘꿈’을 마주한다. 컨테이너 벽이 수평선까지 가리는 항만에서, 이들은 과연 벽의 넘은 무언가를 향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작품은 거대 담론에만 머물지 않으면서 비극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서로의 기억과 관점을 맞추어 가며 추적하고, 의도한 것과 의도치 않은 선택들이 포개지며 상황이 빚어지는 과정을 그려낸다.


수상 이력 및 제작 의의

 

‘엔드 월’은 제2회 서울희곡상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에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소재에 접근하는 태도의 고유함, 품위 있는 언어, 세련된 극 구성과 인물 배치의 디테일을 조화롭게 갖춘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연출을 맡은 하수민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미술팀장과 ‘알포인트’ 미술감독 경험을 바탕으로 무대 위에 거대한 개방형 컨테이너를 배치해 인물의 존재 방식과 공간 사이의 상징적 긴장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이 작품은 동시대 사회 이슈를 연극적 언어로 풀어내며 창작극의 자유로운 실험과 레퍼토리화를 지향하는 대학로극장 쿼드의 운영 철학을 반영한다.

 

하수민 작가이자 연출의 첫번째 의도는 항만 노동을 ‘땀의 감각’으로 무대 위에 생생히 재현하는 데 있다. 그는 지게차 작동의 리듬과 항만 작업의 동작·소음을 신체 움직임과 사운드로 번역해, 관객이 노동의 물리적 강도와 밀도를 체감하도록 구성했다. 특히 이에 대하여 배우 심민섭에 따르면 이번 작품에 참가한 배우들이 지난 5월부터 항만에서 사용하는 기계들의 동작과 리듬을 탐색하며 신체 언어를 훈련해, 현장 노동의 체력과 호흡을 무대에 옮기는 데 집중했다.

 

하수민 작가 겸 연출은 두번째 연출의도는 이러한 비극의 출발점에 ‘침묵’이 놓여 있었다는 점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성의 경우 침묵하지 않았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 역시, 많은 사람들과 같이 침묵해 왔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동일한 장면 앞에서 드러나는 관객의 심리 변화를 무대 언어로 포착하려 했다. 첫번째 동일한 사고 장면에서는 ‘실제 일어 났던일 - 그동안 놓친 것 - 그리고 우리가 못한 것’이라는 층위로 정리되어, 비극을 가능케 한 순간들을 더듬게 한다. 또한, 관객들이 처음에는 앞에 말했던 패턴대로 따라가지만 결국 죽음 이후 남은자들이 즉, 우리의 미래세대가 어떻게 살아가야할 것이고 어떠한 꿈을 가질 것인 가에 대하여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그는 산업 현장에서의 비극이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오늘에도 반복되고 있음을 환기하며, ‘끝벽’을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동체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사유하길 제안한다. 또한 작품속에서는 ‘끝벽 너머’에 놓인 개개인의 꿈을 다시 묻도록 유도하고, 3번에 거쳐서 동일한 장면 앞에서 각기 다른 버전, 즉 같은 상황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생각하며 행동하였는지,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떻게 했었으면 하는지 에 대한 것을 보여주며 관객과 배우가 스스로의 심리 변화를 성찰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제시하였다.


공연·제작 정보

 

연극 ‘엔드 월(End Wall) - 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는 9월 10-28일 대학로극장 쿼드(서울 종로구 동숭길 122, 지하 2층)에서 공연한다. 평일 19:30, 주말 15:00에 시작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 시간은 인터미션 없이 약 120분, 관람 연령은 만 13세 이상이고, 티켓은 전석 5만 원이다. 극장은 주차가 불가능하다. 작품은 서울문화재단·대학로극장 쿼드·극단 즉각반응이 공동 제작했다.

창작진은 하수민(극작·연출), 이성곤(드라마터그), 정혜리(조연출), 남경식(무대), 최보윤(조명), 지미 세르(음악·음향), 홍문기(의상), 이세승(안무), 정지윤(분장), 안지형(무대감독)이며, 출연은 마광현, 홍철희, 손성호, 장재호, 김영선, 심민섭, 황규환, 이창현, 이경우, 엄태호, 윤희지다.


예매·할인

 

공연 예매는 대학로극장 쿼드 누리집과 NOL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프리뷰 기간인 9월 10일-14일에는 50% 할인 예매가 가능하며 서울시민, 예술인 할인등이 제공된다. 예매 문의는 1577-0369로 받는다.


 

결론

 

이 공연은 우리 사회에서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와 노동현장의 현실을, 산재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에 대한 비판과 재하청 관행,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성찰로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또한 산재가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세 차례에 걸쳐 재구성해 각자의 사정이 어떻게 중첩되어 사고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산재가 발생한 ‘그 시점’의 사람과 그들과 얽혀 남아 있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보며,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공동체가 함께 답을 찾아가 보자는 제안을 던진다. 신선한 연출과 신랄한 사회적 비판이 소규모 공연장의 밀도와 만나, 관객에게 또렷한 질문과 여운을 남긴다.

편집국 기자 koreaoped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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