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주도하는 공화당 지도부가 대규모 감세 및 복지예산 삭감안인 BBB 법안 통과를 위한 열띤 막바지 총력전에 나섰다. 그러나 하원 내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인해 투표는 진통을 겪고 있으며, 표결이 연기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정부 첫 입법 성과로 기대되는 이 법안은 감세, 국방 예산 확대, 국경안보 강화를 포함하며, 메디케이드와 푸드스탬프(SNAP) 등의 복지제도에 대한 근로 요건 도입 등 연방 복지 축소가 핵심이다.
공화당 내분과 상원 수정안 반발로 얼어붙은 하원 표결
1. 재정적자 확대 우려
공화당 내 재정보수주의 성향의 의원들은 상원 수정안이 재정건전화 원칙을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원 버전은 10년간 약 2조 4,000억 달러의 적자 확대가 예상되며, 상원 수정안은 이에 더해 약 6,510억 달러가 추가된다고 추산된다. 이들은 세금 감면과 복지 삭감이 충분히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고 보고 있으며, 프리덤 코커스는 "신규 적자 없는 법안" 원칙이 무너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2. 메디케이드 삭감 범위에 대한 이견
중도 성향 공화당 의원들은 상원 수정안의 삭감 폭이 지나쳐 수백만 명의 저소득층이 건강보험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이 자주 바뀌는 지역구 출신 의원들은 유권자 반발을 우려하며 상원안 수용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CBO는 하원안 기준으로 약 1,100만 명, 상원안 기준으로는 1,180만 명이 2034년까지 보험을 상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강경파는 상원안이 병원 지원 확대 등으로 삭감 효과가 미비하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3. 규제 완화 및 지출 삭감 조항 삭제
보수 강경파는 상원에서 삭제된 규제완화 및 지출 절감 조항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원안에 담겨 있던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예산 삭감, 환경규제 완화, 메디케이드 공급자세 도입 폐지 등이 빠진 것을 문제삼는다. 상원 의회의 규칙심사관(parliamentarian)이 예산 조정권 밖으로 판단하며 조항을 제거했지만, 강경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지출 삭감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앤디 해리스 하원의원과 토마스 매시 의원은 정부의 지출 감축이 더 과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절차적 표결(rule vote) 단계에서부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 SALT 공제 한도 상향 문제
민주당 지지 기반이 강한 고세율 지역(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의 공화당 의원들은 하원에서 통과시킨 SALT(주 및 지방세) 공제 한도 상향 조항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원은 4만 달러 상한을 명시한 반면, 상원은 약 2,000억 달러 규모로 완화된 버전을 제시하며 이를 축소했다. 이는 하원안의 약 58%에 불과한 규모로, 일부 의원들은 "이대로라면 법안에 반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강경파는 예산 영향 때문에 반대하는 반면, 뉴욕 등 고세율 지역의 공화당 의원들은 상한선 철폐를 주장하고 있어 공화당 내 지역 이해관계 충돌이 드러나고 있다.
5. 공공토지 매각 조항 및 협상 방식 논란
상원 수정안에 포함된 공공연방토지 최대 3,300만 에이커의 강제 매각 조항도 반발을 사고 있다. 몬태나 출신의 전 내무장관이자 하원의원인 라이언 진키와 오리건주의 클리프 벤츠 의원 등은 해당 조항이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며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지도부의 협상 방식에 대한 반발도 있다. 일부 의원들은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진행되는 절차에 불만을 표하며 법안 전체에 반대표를 던질 뜻을 밝히고 있다. 조율 방식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도 크다. 일부 의원들은 충분한 검토 없이 밀어붙이는 점을 비판하고 있으며, 특히 이는 공화당 지도부가 스윙스테이트 의원들의 지역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 및 지도부의 총력전
존슨 하원의장은 법안의 절차적 표결을 "필요한 한 무기한 열어두겠다"고 밝혔고,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끝까지 이탈표를 막기 위한 총력 설득전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디케이드 책임자와 JD 밴스 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면담을 진행했고, 일부 의원들은 회의 이후 찬성으로 입장을 전환했다.
하원 원내수석 스티브 스칼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최고의 협상가"라며 대통령의 직접 개입이 법안 처리에 결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보수 강경파는 여전히 상원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하원에서는 20명 이상의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공화당이 단 4표만 이탈해도 법안은 부결될 수 있다. 트럼프와 백악관은 의원들을 초청해 설득 중이지만, 당내 이견이 첨예해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앞서 상원은 해당 법안을 극적으로 통과시켰고, 트럼프는 이를 독립기념일 서명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하원 내부의 분열, 재정 및 복지 관련 이견으로 인해 법안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특히 미국 의회의 입법 구조상 상원에서 수정된 법안을 하원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안은 다시 상원으로 회귀해야 하며, 동일한 내용을 양원이 모두 통과시켜야만 법률로 확정된다. 하원이 상원 수정안을 받아들이느냐 여부는 이번 법안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이며, 상원과 하원 간 입장 차가 계속될 경우 입법 절차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향후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