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9일 새벽,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컨베이어 벨트 윤활유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반복되는 SPC 산재사고로 노동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7월 25일 SPC 시화공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노사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방문은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중대산업재해 현장 방문'으로, 노동자의 생명권을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20분까지 현장을 둘러본 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망사고 유족 대표, 공장 노동자 12명 등 총 46명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산업재해 사망률이 여전히 가장 높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근로감독관 300명 추가 충원과 특별사법경찰 확대를 노동부에 지시하고 기습근로감독 등 실효성 있는 방식을 통해 산재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불가피한 우발적 사고가 아닌 동일 현장에서 반복되는 사고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강하게 질책하고, 근본적인 구조적 개선책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사고가 단순히 비용과 벌금으로 해결되는 잘못된 구조를 문제 삼으며, 안전의 가치가 사고의 대가보다 크지 않기에 이러한 사고가 지속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시 다짐하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GDP 4만 달러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선진국 수준과 거리가 멀며, 보여주기식 점검으로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SPC의 반복되는 산재사고
SPC삼립에서는 2022년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 사고, 2023년 반죽 기계 사고에 이어 올해까지 총 3건의 끼임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으며, 이 사건들은 모두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고는 대부분 인력이 부족한 야간·새벽 근무 시간에 작업자 감시나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새벽 시간대는 피로 누적과 인력 최소화로 인해 작업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즉각적인 사고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구조적 위험이 더 크다. 여기에 최근 4년간 과로사로 숨진 노동자 3명의 사례까지 더하면 총 6명의 SPC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사고들은 개별적인 불운이나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노후화된 설비, 부실한 안전장치, 인력 부족, 그리고 주야간 12시간 맞교대 근무라는 과중한 노동환경 등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인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용혜인 대표 "산재 공화국 끝내야"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대통령의 SPC 산재 간담회 발언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간담회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의지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특히 노동자 생명권 보장이 정부 정책의 핵심 과제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반복되는 산재사고에 대한 기업의 책임 강화와 실질적인 현장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OECD 산재 사망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며 “이번 간담회가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고 산재 공화국을 끝내는 실질적 정책 변화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용혜인 대표의 지적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기본소득당이 꾸준히 추진해온 활동과 맞닿아 있다. 기본소득당은 쿠팡 과로사와 자살산재 사건, 물류센터 내 반복되는 노동재해 등 노동 현장 안전 문제에 꾸준히 연대해왔으며, 중대재해처벌법 및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도 앞장섰다. 또한 산재사망추모의 날에 <노동재해 종합통계>를 발표해 하루 평균 7명이 사망하고 517명이 다친다는 실태를 고발했으며, 통계 분석을 통해 업종별·지역별 주요 위험 요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당은 이를 기반으로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 위험 외주화 방지, 노동안전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입법 과제를 제안하고 있으며, 피해 노동자 및 유족과의 지속적 소통을 통해 현장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대국민 인식 제고 캠페인과 토론회를 개최해 산재 문제를 사회 전체의 의제로 끌어올리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노동안전 대한민국이 곧 기본소득 대한민국"
소년공 출신인 이 대통령은 어린 시절부터 노동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자라온 만큼, 노동자의 고충과 위험 요소를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과거 청소년 시절부터 공장 현장에서 일하며 느꼈던 열악한 환경과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큰 문제를 야기하는지 체감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이러한 배경은 대통령으로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노동안전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기본이며, 단순한 법적 의무를 넘어 사회 전반의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안전이 법규와 규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모든 사업장과 조직 운영 방식, 경영 철학에까지 깊이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의 이윤 추구가 인간의 생명과 존엄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국가 경제 발전의 토대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안전교육의 체계화, 작업환경 개선, 현장 점검 및 감시 체계의 강화, 신기술을 통한 사고 예방 시스템 구축 등 다방면에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인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적 신뢰를 강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노동자, 시민사회가 모두 협력해 안전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노동안전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임을 재차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