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2026년 설 연휴 기간(2월 16일부터 18일까지, 17일 휴관)에 8만6,464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연휴형 문화 소비’의 대표 공간으로 재확인됐다. 연휴가 끝난 뒤에도 ‘ 더 쉰 사람들’과 주말 관람객을 겨냥한 콘텐츠가 이어지고 있어, 이번 주말, 도심에서 ‘짧고 굵게’ 문화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국립중앙박물관 방문을 일정에 넣어볼 만하다.
설 연휴 관람객은 2024년 3만2,193명에서 2026년 8만6,464명으로 2024년 대비 168.6% 증가된 수치이다.
이번 급증의 배경으로 박물관은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과, 상설전시실 1층 ‘역사의 길’에서 진행 중인 ‘대동여지도를 펼치다’ 전시를 함께 언급했다. 연휴 관람이 ‘특정 전시만 찍고 나오는 방문’이 아니라, 상설과 특별전을 결합한 체류형 관람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주말 포인트 1 | ‘대동여지도를 펼치다’ - 22첩을 연결해 만나는 국토의 스케일
2월 12일부터 상설전시실 1층 ‘역사의 길’에서 시작한 ‘대동여지도를 펼치다’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22첩을 ‘전체 펼쳐’ 전시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22첩을 모두 연결하면 세로 약 6.7m, 가로 약 3.8m에 이르는 규모로, 전시 자체가 ‘한 번에 보는 전국 지도’라는 경험을 제공한다. 책이나 교과서의 이미지로만 보던 지도를 실제 크기와 밀도로 마주하는 순간, ‘국토를 한눈에 펼쳐 든다’는 감각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대동여지도』가 산줄기와 물줄기를 정밀하게 표현하고, 길 위에 10리마다 점을 표시해 거리 감각을 제공하는 등 당시의 지리 정보 활용도를 높인 점을 볼 수 있다. 지도표(범례)를 별도로 제작한 구성 역시 ‘사용 가능한 지도’라는 성격을 분명히 한다.
이번 전시는 ‘유물 한 점’이 아니라 ‘정보의 체계’를 전시장으로 옮겨놓는 시도다. 지도와 데이터가 정책과 행정의 기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선 후기 지리 인식이 어떻게 ‘국토의 관리’로 연결됐는지까지 확장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주말 포인트 2 |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 83일 만에 30만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은 2025년 11월 28일 개막 이후 83일 만에 누적 관람객 30만 명을 넘겼다. 2월 18일 기준 누적 관람객은 30만5,142명으로 집계됐다. 박물관은 이 수치가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한 국내 문화유산 소재 특별전 가운데 ‘최초·최고 기록’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전시 규모는 258건 369점으로, 이순신을 주제로 한 특별전 가운데 최대 규모라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대표 유물로는 『난중일기』, 이순신 장검, 『임진장초』, 서간첩 등이 언급된다. 전시가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 임진왜란기 국가 운영과 전쟁 수행의 기록물에 기반한 ‘정책·행정사’를 엿볼수 있다.
추천 동선 | 대동여지도 → 관심분야(상설) → 이순신
이번 주말 관람은 1층 ‘역사의 길’에서 ‘대동여지도를 펼치다’로 먼저 관람하고 상설전시에서 관심 분야(고대·중세·근세 등) 한 구역을 골라 천천히 본 뒤 마지막으로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으로 이어가는 루트를 추천한다. 참고로 마지막에 들르는 ‘우리들의 이순신’(특별전시실)은 유료 전시이므로, 관람료와 예매 방법를 미리 확인해두면 동선이 더 편해진다.
주말과 설 연휴의 연장선상에서 관람객 급증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가용으로 주차장에 들어오는 경우 시간대에 따라 입차 대기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혼잡을 피하려면 일찍 도착하거나, 가능하면 대중교통 이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박물관 내부가 넓어 생각보다 관람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 간단한 간식을 챙기거나 박물관 내부 식당 이용을 일정에 포함해두는 것이 좋다.
공공문화기관 흥행이 남기는 정책적 질문
국립중앙박물관의 연휴 관람객 급증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기보다, 공공문화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관람객 데이터의 축적과 공개, 전시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지역 문화시설과의 연계 전략까지, ‘흥행 이후’의 정책 설계가 다음 과제다.
설 연휴에 발길이 몰렸던 이유가 단지 ‘연휴라서’가 아니라면, 이번 주말은 그 수요가 일상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박물관이 제시한 두 전시는 지금의 관람객 흐름을 설명하는 동시에, 주말 나들이의 실질적 선택지로도 충분하다.
연휴 관람객의 가파른 증가는 공공문화기관이 경기 변동과 소비 위축 국면에서도 비교적 ‘가격 탄력성이 낮은’ 여가 선택지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립박물관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민간 여가시장의 대체재가 아니라, 최근 역사·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공공박물관이 ‘가까운 주말에 선택하는 체험형 역사학습’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정책적 의미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