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제6회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국 하천·계곡 내 불법 점용 시설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전국 단위 감찰을 재차 지시했다. 지난 2월 말 첫 국무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한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행정 영역에 속하는 사안을 두고 대통령이 한 달 사이에 세 차례나 잇달아 강력한 조치를 주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 달 새 세 번의 지시… 최초 835건 보고에서 9배 폭증
이 대통령의 하천·계곡 불법시설 관련 첫 번째 지시는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이뤄졌다. 행정안전부는 2025년 전국 단위 실태조사와 안전신문고 신고 결과를 취합해 전국 하천·계곡 불법 점용 시설이 835건이며, 이 중 약 90%가 복구 완료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 숫자는 말이 안 된다. 도저히 믿기 어렵다”며 전면 재조사를 지시하고, 누락 사항이 확인될 경우 해당 지자체를 엄중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행안부는 지자체에 전면 재조사 및 단속 계획을 시달하고, 3월 한 달을 ‘1차 집중 단속’ 기간으로 설정하는 두 번째 지시를 구체화했다. 자진 철거에 응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강제 철거)은 물론 과태료 부과 및 고발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후 3월 중순, 재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세 번째 지시를 내렸다. 재조사에서 최초 통계인 835건보다 무려 9배에 가까운 불법 점용 행위가 추가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당초 보고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질책하며, 고의 누락이 확인된 공무원과 지자체를 엄중 징계하라는 지시와 함께 전국 단위의 강도 높은 감찰을 주문했다.
경기도지사 시절의 ‘경험’이 낳은 확신과 통찰
이 대통령이 유독 하천·계곡 불법 시설 문제에 천착하며 수치 오류를 단번에 짚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기도지사 시절의 경험과 성과가 있다. 이 대통령은 도지사 재직 중 도내 하천·계곡의 불법 영업 시설물을 대규모로 강제 철거하며 ‘청정계곡 복원’을 대표적인 행정 성과로 남긴 바 있다. 당시 경기도에서만 적발해 정비한 불법 사례는 수천 건에서 1만 건대에 달했다.
현장 실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 대통령의 눈에, 전국 통합 수치가 835건에 불과하다는 행안부의 보고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실 보고로 비쳤을 것이다. 직접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분야인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 관료 조직에 만연한 관행적 묵인과 부실 보고를 정면으로 지적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적극행정’과 ‘책임행정’ 활성화가 진정한 의도
이번 사안의 표면에는 ‘계곡 불법시설 철거’가 있지만, 세 차례에 걸친 강도 높은 지시의 이면에는 관료 사회를 향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요구가 담겨 있다. 일선 공무원의 ‘적극행정’과 지자체장의 ‘책임행정’을 강제적으로라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핵심 의도로 읽힌다. 그동안 하천 불법 점용은 특정 업자들의 이권 다툼, 환경 훼손, 홍수 시 안전사고 유발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문제였음에도, 일선 공무원들은 민원인과의 마찰을 피하려 묵인하기 일쑤였다. 이 대통령이 감찰과 징계라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한 것은, 지자체장이 조직을 확실히 장악하고 말단 공무원까지 책임감을 갖고 단속에 임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국정운영 방식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지나치게 미시적인 행정에 행정력을 소모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이번 일이 공무원들이 국민에게 꼭 필요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실행하는 적극행정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그간 선거를 의식해 지역 유력자나 악성 민원인과 타협해 온 관행을 깨고, 원칙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도록 중앙정부가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정과 법치’라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문서상의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이 매년 여름 찾는 계곡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기를 바라는 대통령의 의지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