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미국 및 세계 금융시장이 큰 폭으로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금리 인하 압박과 파월 해임 가능성 제기, 그리고 무역관세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주가가 폭락하고 달러 가치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안전자산 선호가 급격히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방위 하락… 다우 972포인트 급락, 나스닥 2.55% 하락
22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72포인트(2.48%) 하락했다. S&P 500은 2.3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55% 떨어졌다. 세 지수 모두 장중 내내 급락세를 보였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하락 마감했다. 이로써 주요 지수들은 2022년 이후 최악의 월간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불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연준 압박이 주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파월 의장을 "완전한 패배자(major loser)"라 지칭하며 “금리를 지금(pre-emptively) 인하하지 않으면 경기 둔화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원하면 파월은 금방 물러날 것”이라고 말하며 해임 의지를 드러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케빈 해셋 위원장은 “행정부가 파월 해임 가능성을 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혀 시장에 더 큰 불안을 안겼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대통령이 단지 정책 차이를 이유로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관례를 무시한 채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달러 약세·채권 수익률 상승, 금값 사상 최고치… 시장의 신뢰 흔들
금융시장은 안전자산 선호로 이동하고 있지만, 통상적으로 선호되던 미국 달러와 국채도 이번에는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달러 인덱스는 이날 1% 넘게 하락하며 202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CNN에 따르면 Evercore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최근 시장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 저하를 반영한다”며 “높아진 미 국채 수익률과 약세 달러가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4%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갔다.전문가들은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달러와 미국 자산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너무 늦은 자(Mr. Too Late)', 완전한 패배자 때문에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연준에 대한 전례 없는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비정통적인 접근은 무역 정책 외에도 미국 자산시장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부상하며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물 금 가격은 온스당 3,400달러를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 금 가격은 30% 상승해 2024년의 27% 상승률을 넘어섰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금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관세 불확실성과 파월의 경고… 연준 결정에 주목
파월 의장은 최근 시카고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현대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이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연준은 오는 5월 첫째 주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CME FedWatch에 따르면 시장의 88%는 현행 금리 동결을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번 주에는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어, 기업 CEO들의 향후 전망과 관세 관련 언급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월요일 5.75% 하락했고, 화요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알파벳은 2.31% 하락했으며, 목요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한국에서도 미국 연준과 대통령의 갈등 양상을 면밀히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금리 동결 여부나 관세 정책 방향에 따라 한국 증시에도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