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는 출범 이후 ICE를 앞세운 대규모 체포 작전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왔다.
2025년 9월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수백 명이 한꺼번에 구금되며 “합법적으로 입국·체류해 왔다”는 당사자 주장과 “취업 자격을 위반했다”는 연방의 설명이 충돌한 데 이어, 미네소타에서도 단속 과정에서 미국 시민이 오인·불법 구금됐다는 항의가 반복됐다.
이런 긴장 위에서 2026년 1월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연방 이민단속(ICE·CBP) 과정에서 미국 시민이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7일과 24일 연속으로 발생했고, 연방정부의 ‘정당방위’ 해명과 언론이 제시한 다각도 영상·정황 사이의 간극이 미국 정치권 전면으로 번지고 있다.
연방정부는 두 사건을 모두 “요원에 대한 위협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으로 설명하지만, 주요 언론은 “현장 영상과 공개된 정황이 그 설명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전직 대통령들까지 공개 발언에 나서며, 미네소타는 단속 방식과 책임성을 둘러싼 전국적 논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1월 7일과 24일, 두 번의 총격…연방은 ‘정당방위’ 주장
미니애폴리스의 논란은 1월 7일과 24일, 두 차례 총격 사망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폭발했다. 7일에는 ICE 요원이 르네 굿(37)을 총격해 숨지게 했고, 연방 국토안보부(DHS)는 당시 상황을 “차량이 무기화돼 요원을 위협했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발포를 생명에 대한 즉각적 위험에 대응한 정당방위로 규정했다.
불과 보름 남짓 뒤인 24일에는 또 한 명의 시민 알렉스 프레티(37)가 연방 요원의 총격으로 숨졌다. 연방은 프레티가 무장한 채 요원에게 접근했고 제압 과정에서 폭력적으로 저항해 발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지만, 여러 매체가 교차 검증한 목격 영상에서는 프레티의 손에 총이 아니라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고, 제압된 상태에서 근거리 총격이 이뤄졌다는 정황이 부각됐다. 일부 영상에는 요원이 프레티의 허리 부근에서 권총을 빼내 든 뒤 물러나는 듯한 장면이 이어지며, “총기 위협이 발포 직전까지 실재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증거 보존’과 ‘수사 주체’ 논쟁도 함께 불거졌다. 지역 보도는 법원이 연방 기관을 상대로 일정 수준의 제동을 걸고, 사건 관련 증거의 보존을 명령하는 절차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정당방위’ 해명: 다각도 영상 앞에서 흔들
연방정부는 두 사건을 같은 문법으로 설명해 왔다. 굿 사건에서는 ‘차량 돌진’과 ‘차량의 무기화’를 전면에 내세웠고, 프레티 사건에서는 ‘총기 위협’과 ‘폭력적 저항’을 강조했다. 연방은 이를 “요원과 주변인의 생명·안전에 대한 즉각적 위험”으로 규정하면서, 발포를 방어 행위로 정당화했다.
그러나 논란을 키운 대목은 독립적인 조사가 결론을 내기도 전에 대통령과 국토안보부 장관 등 연방 최고위 인사들이 먼저 나서 피해자와 현장을 ‘폭력 가해자’로 규정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냈다는 점이다. 사실관계가 수사로 확정되기 전에 ‘가해자 프레임’이 선제적으로 씌워지면서, 진상 규명 절차가 정치적 여론전 속에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해명보다 조사·증거가 먼저”라는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이런 논쟁이 커진 데에는 주요 언론이 반박의 핵심 근거로 ‘영상’을 제시해 왔다는 점도 작지 않다. 한 사람의 단일 촬영본이 아니라 서로 다른 거리·높이·방향에서 찍힌 복수의 영상이 시간 순으로 겹쳐지면서, 연방정부가 제시한 ‘정당방위’ 서사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프레티 사건에서는 “총을 들고 접근했다”는 전제가 여러 각도 영상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고, 굿 사건에서도 “요원을 치려 했다”는 단정이 영상의 흐름을 따라가면 다른 해석의 여지가 드러난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결국 언론이 던진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무슨 말이 먼저였나’가 아니라 ‘무슨 장면이 먼저였나’이며, 무기사용의 정당성은 발표가 아니라 공개된 증거와 독립적 조사로 판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까지 ‘정면 비판’…초당적 조사 요구
이번 논란이 미네소타를 넘어 전국으로 번진 데에는, 전직 대통령들의 이례적 개입이 결정적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는 프레티 사망을 “가슴 아픈 비극”으로 규정하며, 이번 사건이 특정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핵심 가치가 흔들리는 경고”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철저히 밝히고, 연방 집행기관이 지역사회에 행사하는 권한의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별도의 성명에서, 미니애폴리스 총격을 두고 “우리가 본 것을 믿지 말라고 강요하는 식의 정부 대응”이 문제를 키운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는 특히 영상이 확산된 상황에서 정부가 단정적 표현으로 사건을 규정하는 태도 자체가 민주주의적 신뢰를 흔든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국토안보부 예산 심사 과정에서 강경한 태도를 예고했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충분한 정보 공개와 독립적 조사”를 요구하는 흐름에 합류했다. 미네소타 주정부와 미니애폴리스 시는 연방 작전의 현장 운영 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연방-지역 간 수사 협력’과 ‘현장 통제’의 경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강압적 연방 집행과 지역사회의 저항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미니애폴리스의 연쇄 총격 논란은 연방이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에 깊숙이 개입하는 방식과, 지역사회가 ‘증거 공개·독립 조사’를 요구하며 맞서는 방식이 정면으로 충돌한 사건으로 번졌다. 연방은 ‘즉각적 위협’과 ‘정당방위’를 앞세웠지만, 다각도 영상과 현장 정황은 그 서사를 흔들었고, 독립적 조사 결론이 나오기 전에 최고위 인사들이 피해자에게 ‘가해자’ 프레임을 씌웠다는 비판까지 키웠다. 결국 이 사태는 이민단속 찬반을 넘어, 연방 집행권이 지역의 안전과 신뢰를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 그리고 공권력 통제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