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마음대로 사면’이라더니…헌법 79조에는 왜 ‘법률로 정한다’가 적혀 있을까

내란·외환 사면에 ‘재적 5분의 3’ 문턱을 세웠더니, 이번엔 “정면 위헌” 딱지가 붙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면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또 한 번 정면으로 맞섰다. 민주당은 “헌정질서를 겨냥한 범죄만큼은 사면을 원칙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인데 하위 법률로 묶는 건 헌법 79조 위반”이라고 한다.

다만 이 지점에서 헌법 조문을 직접 확인하면, 논의의 전제가 달라질 수 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과 별개로, 헌법 제79조는 사면권의 행사와 관련한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는 문언을 두고 있다.


여야 입장: ‘헌정질서 수호’ vs ‘권한 침해’

 

민주당은 개정안이 헌정질서를 직접 겨냥한 범죄에 대한 사면 남용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는 사면 제한 대상을 형법상 내란·외환 범죄로 특정하고, 해당 범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을 원칙적으로 할 수 없도록 하되, 예외적으로 사면이 필요할 경우에는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동의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사면권을 사실상 봉쇄하는 입법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반박한다. 헌법이 사면권을 대통령 권한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하위 법률이 특정 범죄군을 일률적으로 ‘원칙 금지’로 묶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법률이 일반·추상적 기준을 취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특정 사건·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경우 처분적 법률 및 평등원칙 위반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헌법 제79조를 읽으면, ‘법으로 못 건드린다’는 말이 그렇게 단정적이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위헌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릴 수는 있으나, 헌법 제79조의 문언을 그대로 놓고 보면 ‘사면권은 하위 법률로는 어떠한 기준도 둘 수 없다’는 결론으로 곧바로 나아가기는 어렵다.

 

헌법 제79조(사면권)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①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② 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③ 사면·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헌법 제79조는 대통령이 사면·감형·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행사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루어지도록 하고, 관련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한다. 또한 일반사면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해, 사면 제도에 일정한 입법적 통제 장치를 예정하고 있다. 실제로 현행 제도에서도 사면법이 사면의 범위와 요건, 절차 및 방식을 규정해 왔다. 따라서 사면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더라도, 입법이 그 범위·요건을 전혀 형성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진짜 쟁점은 ‘통제냐 봉쇄냐’로 좁혀진다

 

그렇다고 해서, 법으로 무엇이든 마음껏 제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논쟁의 핵심은 “법률로 정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정할 수 있느냐”로 이동한다.

 

개정안은 내란·외환 범죄에 대해 원칙적 금지를 두고, 예외로 재적 5분의 3을 요구한다. 이 구조가 사실상 사면을 ‘불가능에 가깝게’ 만드는 수준이라면, 반대 측은 “통제의 정도가 권한의 본질을 건드렸다”고 공격할 수 있다.

반대로 찬성 측은 내란·외환 범죄가 국가 존립과 헌정질서를 직접 겨냥하는 만큼, 일반 범죄와 같은 선상에서 사면을 논할 수 없고, 높은 문턱은 입법형성권 범위 안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맞설 것이다.

 

‘처분적 법률’ 논란도 마찬가지다. 법이 특정 개인을 적시하지 않고 범죄유형(추상적 기준)을 대상으로 삼는다면, 곧바로 ‘개별 처분을 위한 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치권이 이 법을 어떤 맥락에서, 어떤 타이밍에 밀어붙이는지에 따라 ‘사실상 누구를 겨냥했냐’는 의심이 살아남는 것도 현실이다.

다만 헌법 79조가 사면권 행사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하고, 일반사면에는 국회 동의까지 예정해 둔 만큼, 이번 개정안을 곧바로 ‘정면 위헌’으로 단정할 근거는 굉장히 약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결국 위헌성은 ‘법률이 사면권을 통제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실상 봉쇄’에 이르렀는지에 달려 있고, 현 단계에서는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