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대 이란 합동공격과 UN 질서의 시험대

‘현상유지’의 붕괴를 부르는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합동 군사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히면서, 전후 국제질서를 떠받쳐 온 UN 헌장 체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에 대한 “대규모 전투 작전”을 선언하며 핵과 미사일 역량의 재건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이란 군-혁명수비대에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한편 이란 국민에게는 대피를 촉구하며 작전 이후 “정부를 장악하라”는 취지의 메시지까지 내놓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총리실 유튜브 연설에서 미국과의 합동 작전 ‘Lion’s Roar(사자의 포효)’를 언급하며 이란 정권을 ‘아야톨라 체제’로 규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국민과 정규군은 적이 아니라며 “Help has arrived(지원이 도착했다)”고 말했고, 무장을 내려놓으면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동시에 이스라엘 국민에게는 ‘무거운 대가’ 가능성을 경고하며 Home Front Command 지침 준수를 당부했고, 부림절(Purim) 서사를 끌어와 오늘의 ‘악의 정권’도 몰락할 것이라는 정치적 상징을 덧붙였다.


민간 항공로가 드러내는 확전 비용

 

 

공습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역내 하늘길에서도 전쟁의 파급이 드러난다. 항공기 추적 화면에서는 이란 인근 상공이 상대적으로 비어 있고, 상업 항공편이 터키-카프카스-카스피해 축 또는 아라비아해-오만만 일대로 크게 우회하는 듯한 흐름이 관측된다. 지상에서는 BBC 속보 화면에 도심 상공으로 치솟는 연기 기둥이 포착돼, 군사적 충돌이 곧바로 민간의 안전과 물류, 항공 네트워크에 비용을 전가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UN ‘현상유지 원칙’이 겨냥하는 금지선

 

국제정치에서 ‘현상유지’는 단순히 국경선을 바꾸지 말라는 의미를 넘어, 무력으로 타국의 정치적 독립과 통치질서를 흔들지 말라는 전후 규범의 축약어로 쓰인다. UN 헌장 제2조 4항이 타국의 영토보전과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금지한 이유는, 힘으로 현상을 바꾸는 행위가 연쇄적 보복과 확전을 부르는 구조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타국 영토 내 공습이 ‘방어’로 포장되더라도, 그 목표나 효과가 정권 교체나 정치질서 변경으로 읽히는 순간 논쟁의 본질은 달라진다. ‘정권을 무너뜨리라’는 대중 동원형 메시지는 군사작전의 군사적 목표를 넘어 정치적 목표를 암시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고, 이 지점에서 ‘현상유지 원칙’과 충돌한다.


자위권 주장과 ‘정권교체’ 언어의 위험한 결합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 법적 프레임은 UN 헌장 제51조의 자위권이다. 그러나 자위권은 통상 ‘필요성’과 ‘비례성’의 한계를 전제로 작동하며,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범위를 넘어선 응징이나 체제 전복을 정당화하는 만능열쇠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특히 이번 연설들에는 ‘무장해제 시 면책 또는 안전 보장’과 같은 강한 최후통첩, ‘정부를 장악하라’는 직접적 촉구, ‘정권의 몰락’을 암시하는 상징정치가 결합돼 있다. 이 조합은 군사작전의 목적이 ‘임박한 위협 제거’에 한정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현상 변경을 동반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키우며, 국제법적 정당화의 문턱을 오히려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합법성 판단의 관문은 ‘임박성-필요성-비례성’의 입증

 

타국 영토에 대한 선제적 공습이 국제법상 정당화되려면, 최소한 무력공격의 발생 또는 임박성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하고, 외교적 수단이나 다른 대안으로는 방지가 불가능했다는 필요성이 설득돼야 하며, 사용한 무력의 범위가 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준을 넘지 않았다는 비례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기준이 충족되지 않으면, 행위는 ‘방어’가 아니라 ‘현상 변경을 위한 무력 사용’으로 평가될 위험이 커진다.

또 표적이 핵-미사일 시설과 같은 군사목표인지, 지도부 제거 시도가 군사적 필요성 범주에 속하는지,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어느 수준이었는지 역시 전쟁법과 인권법 차원의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 정치지도자에 대한 표적화가 거론될수록 법적·정치적 부담은 가중되며, 국제사회의 여론전에서 ‘정당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


‘안보리 마비’가 만드는 회색지대와 규범 침식

 

전후 질서는 무력 사용을 예외로 만들고, 그 예외를 안보리 승인과 자위권으로 좁혀 운용해 왔다. 그러나 주요 분쟁에서 안보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강대국과 지역강국은 자위권의 해석을 확장하거나 ‘연합 행동’으로 우회하려는 유인을 갖는다. 결과적으로 무력 불사용 원칙은 문언으로는 남아 있어도, 실제 작동에서는 느슨해지는 ‘규범 침식’이 축적될 수 있다.

이번 사안의 위험은 단일 사건의 합법성 논쟁을 넘어, ‘정권교체’ 언어가 선제 공습과 결합한 선례가 굳어질 경우 국제체제 전반의 규칙이 ‘해석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국가들이 앞으로도 무력 사용을 정당화할 때 ‘현상 변경의 의도’를 숨기지 않게 되면, 2차 대전 이후 구축된 억지 장치가 약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향후 전망과 정책적 함의

 

군사작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거나, 상대의 보복과 역내 확전이 현실화될 경우 ‘방어 목적’의 정당성은 시간이 갈수록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위협의 임박성과 제한된 군사목표, 민간 피해 최소화가 국제사회에 설득력 있게 제시될 경우에는 자위권 프레임이 일정 부분 유지될 여지도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이 공통적으로 ‘정권 붕괴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란 내부의 정치적 행동을 촉구했다는 점은, 국제법상 가장 민감한 금지선인 ‘정치적 독립’ 문제를 전면으로 끌어올렸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공습 그 자체만이 아니라, 전후 질서가 지탱해 온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지 않는다’는 최소 규칙이 얼마나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수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