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과 광주에서 각각 홍역 환자가 보고되며 국내 감염병 감시체계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었다. 부산에서는 베트남과 태국을 여행한 20대 성인이 확진되었고, 광주에서는 베트남에서 입국한 외국인을 포함한 총 7명의 환자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질병관리청 관계자에 따르면 보건의료기관의 민감한 감시체계와 신속한 대응 덕분에 조기 발견이 가능했고, 이로 인해 지역사회 내 대규모 확산은 차단되었다. 또한 지역사회내 유행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이는 국내 공공보건 대응 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특히 예방접종률이 높은 상황에서 초기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홍역의 전염성, 증상, 합병증
홍역은 홍역 바이러스(Measles morbillivirus)에 의해 유발되는 급성 열성 발진성 질환이다. 비말 전파를 통해 공기 중으로 쉽게 확산되며,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감염자와 접촉할 경우 약 90%의 확률로 전염된다. 주요 증상으로는 고열, 기침, 콧물, 결막염, 그리고 전형적인 코플릭 반점(Koplik's spots)이 구강 점막에 나타난 후 얼굴에서 시작된 발진이 몸 전체로 퍼진다. 평균 잠복기는 10~12일이며, 발진 발생 전 4일부터 발진 후 4일까지 전염성이 유지된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 오진 가능성이 있으며, 구강 병변과 발진 양상을 통한 감별이 필요하다.
홍역은 중이염, 폐렴, 설사, 급성 뇌염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면역 저하자나 5세 미만 영유아, 고령층에서는 더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 특히 드물지만 치명적인 SSPE(Subacute Sclerosing Panencephalitis)는 감염 수년 후 발병하여 점진적 뇌손상을 유발하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국내 치명률은 0.1% 미만이지만, 합병증 발생률은 약 30%에 달해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예방접종과 집단면역
예방의 핵심은 백신 접종이다. MMR 백신은 생후 12~15개월에 1차, 만 4~6세에 2차 접종이 권장되며, 1차 접종만으로도 약 93%, 2차 접종까지 완료 시 97%의 예방 효과를 보인다. 생백신 형태로 면역 반응이 강하게 유도되며 대부분의 경우 항체는 장기적으로 유지된다. 한국에서도 현재 사용 중인 MMR 백신은 생백신 제제로, 이는 면역 효과의 지속성과 강한 항체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생백신 기반의 MMR 접종은 한국의 높은 접종률과 결합되어 홍역 유행 억제에 기여하고 있으며, 국내 방역 전략의 핵심적인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은 1995년부터 MMR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하여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2001년 초등학생 대상 전수 재접종 이후 접종률은 안정적으로 96%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WHO의 95% 이상 집단면역 기준을 충족하며, 2014년 WHO로부터 홍역 퇴치 국가로 인증받는 성과를 이끌었다.
최근 유입 사례와 정부 대응
2024년에는 총 49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2025년 3월 기준 누적 환자는 21명이다. 대부분은 동남아 지역을 여행 후 유입된 사례로, 접종력이 없거나 불확실한 이들이 다수였다. 이는 국제적 감염병 동향이 국내 유행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질병관리청은 해외여행 전 예방접종 여부 확인을 권고하며, 생후 6~11개월 영아에게는 가속 접종을, 성인의 경우 면역의 증거가 없을 시 최소 1회 이상 접종을 권장한다.
해외 홍역 유행국(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중국 등) 방문 예정자는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https://nip.kdca.go.kr)에서 이력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접종 이력이 불확실한 경우 출국 2주 전까지 접종이 바람직하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전 세계적으로 홍역이 유행하고 있는 만큼, 여행 전 MMR 백신 2회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접종하지 않았거나 불확실한 경우 출국 6주 전부터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와의 비교 및 법적 제도
미국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백신 기피와 허위 정보 확산으로 인해 접종률이 하락하고 있으며, 그 결과 2024년 한 해 동안 211건의 홍역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 중 87%는 백신 미접종자 혹은 접종력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였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50건 미만의 환자만 발생했으며, 대부분이 해외유입 사례로 지역사회 전파는 효과적으로 차단되었다.
예방접종 정책 측면에서도 두 국가는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헌법상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이 강하게 보호되어 있어, 예방접종 의무화는 각 주의 법률에 따르며 강제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종교적·개인적 신념에 따른 면제가 가능한 주도 많아, 학교 입학 시 백신 접종 요건을 회피할 수 있는 제도적 틈이 존재한다. 또한 일부 정치·종교 단체 및 미디어에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면서 접종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예방접종을 제도화하여 MMR 백신을 포함한 주요 백신들을 전 국민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접종률은 안정적으로 96%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홍역은 법정 2급 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있어 환자 발생 시 강제 격리, 접촉자 추적조사, 다중이용시설 출입 제한 등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 이러한 체계적인 대응과 높은 예방접종률은 한국이 지역사회 내 홍역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격리 정책에서도 한국은 보건소 중심의 법적 조치를 바탕으로 일관된 대응이 가능하나, 미국은 주정부 및 지역 보건당국이 자율적으로 정책을 시행하여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한다. CDC는 국제적 감염병에 대해선 입국자 검역 권한이 있으나, 지역사회 감염자에 대해서는 각 주의 판단에 따른다. 대부분의 주에서 자가 격리를 권고하지만 법적 강제력은 제한적이며, 대응 방식은 지역에 따라 상이하다.
이처럼 예방접종 체계와 법적 대응력 측면에서 한국은 보다 조직적이고 일관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홍역과 같은 고전염성 감염병의 관리에 있어 긍정적인 모범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종합 평가 및 정책 제언
2024년 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33만 명의 홍역 환자가 보고되었으며, 유럽,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지역에서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홍역은 충분히 예방 가능한 감염병임에도 불구하고 접종 누락, 백신 회피, 해외유입 등으로 인해 여전히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사례 대부분이 동남아 지역 여행 이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유입된 만큼, 동남아시아 국가를 방문하는 여행객에 대한 입국 시점에서의 건강 모니터링과 귀국 후 사후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공항 검역 단계에서 홍역 의심 증상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동남아 여행 이력이 있는 입국자에 대해 체계적인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향후 국내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번 분석을 통해 한국은 높은 MMR 백신 접종률과 강력한 법적·제도적 대응을 기반으로 홍역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국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법적 격리 조치, 국가 주도의 백신 제공, 빠른 역학조사 체계는 미국과 같은 자율성 중심 국가에 비해 조직적이고 일관된 대응 체계로 평가된다. 미국은 백신 기피와 주별 제도 차이, 강제력 부족 등으로 인해 예방과 확산 차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한국은 법과 정책, 실행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여 지역사회 전파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고위험 지역 여행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백신 접종 독려, 신속한 정보 공유 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한국은 홍역을 포함한 감염병 관리에 있어 국제적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