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 서울 지하철 문이 열리면 사람의 물결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온다. 몸이 떠밀려 들어가고 발이 잠시 공중에 뜨는 순간도 생긴다. 정시성은 유지되지만 과밀은 도시의 이동을 피로로 바꾼다. 대도시의 반대편에서는 과밀이 아니라 단절이 사람을 가로막는다. 버스를 한 번 놓치면 하루 일정이 무너지고, 병원 진료가 조금만 늦어도 귀가 방법이 사라지는 지역에서 교통은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줄이 된다. 도시의 과밀, 편리함을 소모로 바꾸다 경기도에서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은 매일 아침을 생존 투쟁이라고 말한다. 지하철 한 칸의 혼잡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이동 자체를 스트레스로 만든다. 도로 위에서는 거북이처럼 움직이는 버스가 시간을 늘리고, 심야 시간에는 택시를 잡는 일 자체가 또 다른 전쟁이 된다. 대도시의 이동이 ‘빠르고 편한 시스템’이 아니라 ‘버텨내야 하는 과정’으로 인식되며, 교통 인프라는 삶의 질을 높이는 장치에서 피로를 누적시키는 구조로 바뀐다. 농촌의 단절, 일상을 시간표에 묶어두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노인은 무릎 치료를 위해 읍내 병원을 찾을 때마다 버스 시간표에 삶을 맞춘다고 말한다.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가 하루 세 대뿐
지난 보도에서 초고도정제식품(초가공식품·UPF)의 건강 위험을 다뤘다. 이번에는 우리 식탁에 숨어든 초가공식품의 실체, 구별법, 그리고 ‘개인 책임’의 한계를 짚는다. 라면·과자만이 아니다…‘건강해 보이는’ 초가공이 더 위험하다 초고도정제식품은 단순히 조리된 음식이 아니다. 원재료를 해체한 뒤 첨가물과 공정기술로 맛과 식감을 설계해 다시 조립한, 공산품에 가까운 식품이다. 라면·탄산음료·과자처럼 전형적인 제품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더 큰 위험은 ‘겉으로 건강해 보이는’ 제품에서 드러난다. 시리얼, 가당 요거트, 샌드위치 햄, 시판 소스, 편의점 도시락은 균형 잡힌 식사처럼 보이지만, 성분표를 들여다보면 다른 결론에 닿기 쉽다. ‘영양 강화’라는 문구 뒤에 설탕과 고도 가공이 함께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빠르게 늘어난 단백질 강조 제품도 같은 맥락에서 점검이 필요하다. 프로틴 바와 프로틴 음료는 ‘운동용’ ‘다이어트용’ 이미지를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감미료·향료·유화제 등 초가공 성분이 다수 포함될 수 있다. 성분표로 걸러내라?…현실은 ‘읽기 어렵고 선택지도 없다’ 소비자가 초가공 여부를 가늠하는 가장 손쉬운 출발점은 성분표이며 기준은 의
새해가 되면 금연, 절주, 운동 같은 결심이 반복되지만, 건강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일상 식탁에서 ‘피해야 할 음식’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짜고 맵고 기름진 음식을 줄여야 한다는 상식은 널리 알려졌지만, 직접 요리하기보다 사 먹는 비중이 커진 환경에서는 그 상식만으로는 위험 신호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커진다. 학계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초가공식품’이다. 초가공식품은 초고도정제식품(UPF, ultra-processed foods)으로도 불리며, 겉보기에는 간편식이나 일상식에 가깝지만 성분과 제조 공정의 관점에서 보면 산업적으로 조합된 원료와 첨가물이 핵심이 되는 식품군을 뜻한다. 문제는 이 범주가 낯선 용어일 뿐, 실제로는 우리 곁에 매우 가깝다는 점이다.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와 달리 과일향, 과당, 정제당을 사용한 과일 요거트가 그렇고, 유화제, 보존제, 산도조절제, 설탕, 쇼트닝이 포함된 마트와 편의점의 식빵도 그렇다. 섬유질과 단백질보다 당과 정제 전분 비중이 큰 시리얼(아침용 콘푸레이크, 그래놀라 일부), 고기 비율은 낮고 전분, 식물성 단백, 아질산염을 포함한 소시지와 햄도 ‘간편한 단백질’로 포장되지만 건강을 위협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모든 아동에게 권고’하는 예방접종 범위를 11개 질환 예방으로 줄이고, 독감·로타바이러스·A형·B형 간염·일부 수막염·RSV 등은 고위험군 또는 의료진과의 공유 의사결정으로 전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건복지부(HHS)가 20개 선진국 권고 체계를 비교한 결과 미국이 백신 종류와 접종 횟수에서 ‘이례적으로 많다’는 점을 근거로, 아동에게 가장 중요한 접종만 남겨 공중보건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검토 요청’과 케네디의 ‘신뢰 회복’ 프레임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편이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급 국가들의 백신 권고 방식을 검토하고 미국의 지침도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고, 행정부는 이를 ‘과잉 권고 논란을 정리하고 공중보건 신뢰를 재구축하는 과정’으로 규정했다. 다만 이번 권고 축소가 실제로는 보건복지부를 이끄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추진됐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케네디 장관은 과거 백신의 안전성과 필요성에 대해 비판적 문제제기를 이어온 인물로 공중보건 진영에서는 백신 회의론자로 분류해 왔고, 이번 조치 역시 그가 강조해온 ‘선택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를 ‘생존과 연결되는 질환’으로 언급하며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국민의 일상적 건강 고충을 정책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탈모가 대표적인 삶의 질 이슈라면, 미래 의료비와 보험 재정의 지출 궤적을 좌우할 구조적 위험요인에도 시선이 옮겨가야 한다. 특히 청년층 비만은 10-20년 뒤 건강보험 지출을 크게 흔들 수 있는 변수라는 점에서, 지금부터의 대처가 필요하다. 비만대사수술 급여화가 남긴 정책 교훈-‘1회 지원’에서 ‘지속 관리’로 한국은 이미 비만을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로만 보지 않고 ‘의료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질병’으로 다룬 경험이 있다. 2019년 1월부터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비만대사수술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면서, 체질량지수(BMI) 35 이상 또는 BMI 30 이상이면서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등을 대상으로 지원 범위를 설정했다. 당시의 정책 판단은 비만을 방치할 경우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고비용 만성질환으로 연결돼 국가 전체 의료비 부담이 커진다는 인식에 기반했다. 이제 논쟁의 무대는 약물치료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등장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논의가 더 복잡한 이
지난 26일 인기 유튜브 채널 ‘매불쇼’가 시청자들과 함께 모은 기부금 4억여 원의 사용처를 시청자 투표로 정하고, 상위 두 단체를 선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모금은 시청자 슈퍼챗 1억 7,562만 원에 은현장 2억 원, 황희두 1,000만 원, 곽수산 300만 원, 최욱 1,200만 원이 더해져 총 4억 62만 원이 모였다. 연말에 훈훈한 소식이었지만, 이번 투표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공적 복지제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는 지점이 어디인지도 또렷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거와 일자리, 돌봄과 정보 접근처럼 일상 기반을 좌우하는 요소들이 여전히 ‘제도 밖 비용’과 ‘절차의 장벽’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투표 결과에 반영됐다. “홀로서기”가 시작되는 순간-자립준비청년에 집중된 불안 투표 1위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돕는 단체 ‘따뜻한 하루’였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지내다 만 18세가 되어 사회로 나와야 하는 청년을 뜻한다. 정부가 정착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주거와 일자리, 심리적 고립 같은 문제가 동시에 밀려오는 상황에서 단일 항목 지원만으로는 공백이 생기기 쉽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이 방을 구하고 공과금을 내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유통·판매 중인 젖병세척기 8개 제품을 시험한 결과, 사용 전후 배출수와 기기 내 젖병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모두 ‘불검출’(검출한계 이하)로 확인됐다. 다만 이번 시험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은 세제와 ‘유리 젖병’을 사용해 세척기 자체에서 유래한 미세플라스틱 발생 여부를 분리해 본 것이어서, 폴리프로필렌(PP) 젖병이 실제 사용 과정에서 방출할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별도 점검 과제로 남는다. 젖병세척기 8종, 사용 전후 모두 ‘불검출’ - 리콜 대상 제품도 특이사항 미확인 소비자원은 국제표준을 준용해 FTIR(적외선 분광분석)로 20마이크로미터 이상 미세플라스틱을 확인했으며, 시험 대상 8개 제품 전부가 검출한계 이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험은 새 제품을 3회 공세척한 뒤 마지막 배출수에서 검출 여부를 확인하고, 이어 소비자 실사용을 재현하기 위해 미세플라스틱 불검출 세제를 사용해 유리 젖병 4개를 넣은 상태로 101회 사용한 뒤 유리 젖병과 배출수에서 다시 검출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비자원은 과거 내부 부품 파손 사례로 자발적 리콜이 진행됐던 오르테·소베맘 제품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으며, 무상 수리 대상 제품
정부가 최근 발표한 히트펌프 보급 사업이 단독주택 난방의 에너지 전환을 겨냥한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스관 공급이 어려운 지역의 단독주택 가운데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춘 주택을 우선 대상으로 삼은 것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기반 난방 체계로 이동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나무에서 연탄, 기름, LNG, LPG로 난방 연료가 바뀌어 온 흐름을 고려하면, 이번 사업은 난방 패러다임 전환을 제도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재생에너지 기반 난방 전환의 ‘설계도’ 히트펌프의 개념은 전기를 이용해 외부의 공기-지열-수열을 열원으로 활용하는 고효율 난방 시스템이다.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와 비교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점이 핵심 강점으로 꼽힌다. 정부가 초기 단계에서 태양광 설비가 이미 설치된 단독주택에 초점을 맞춘 것은, 전력 생산과 소비의 구조를 동시에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방식의 정책 실험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장기적으로는 주택 전반은 물론, 열 수요가 큰 산업 부문으로까지 확산 가능성을 모색하는 구상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다만 정책이 ‘확산’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의 장점만으로는
'깔창 생리대’ 논란 이후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지원하자는 사회적 요구는 예산으로 구체화됐지만, 생리대 가격 문제는 여전히 제도 밖에 머물러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19일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국내 생리대가 해외보다 약 39% 비싸다”는 지적을 언급하며 왜 그런지 가격 형성 배경을 따져 묻고, 관계부처가 원가-유통 구조를 점검하라고 주문하면서, 생리대는 다시 ‘복지’와 ‘시장’의 경계에서 정책 의제가 됐다. 깔창 생리대 이후 - 지원 예산의 출발점 정부의 생리용품 지원은 ‘권리’라기보다 ‘공백을 메우는 응급처치’에 가까운 방식으로 시작됐다. 2016년 취약계층 청소년이 생리대 대신 깔창이나 휴지를 사용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현물 지원을 도입했고, 이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반영되면서 사업이 연장되는 형태로 제도가 자리 잡았다. 지원 방식은 현물에서 바우처로 옮겨왔다. 현재는 취약계층 여성청소년에게 월 단가의 바우처를 지급해 구매 선택권을 넓히는 구조가 기본 틀로 굳어졌지만, 바우처 제도가 가격 부담을 완충하더라도 가격 형성의 구조적 문제를 스스로 교정하지는 못한다는 점이 이번 논의가 출발한 지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히트펌프 보급을 열에너지 탈탄소 전환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지만, 현장에선 중앙-지방 예산 편성 시차와 지자체 준비 부족이 시범사업 일정과 수요를 동시에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경남·전남·제주 등 온난 지역을 중심으로 지원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나, 연말 발표로 다수 지자체의 내년도 본예산이 이미 통과됐거나 통과 직전이어서 지방비 반영이 어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급 로드맵-온난 지역 우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관계부처 합동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통해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과 온실가스 518만톤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방안은 경남-전남-제주 등 온난 지역을 우선 대상으로, 도시가스 미보급 지역과 태양광 설치 단독주택, 사회복지시설, 농업용 시설재배 등으로 보급 대상을 넓히고,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제도 개선과 전기요금제 보완, 공동주택 적용을 위한 기준 정비 등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방 예산 시차-5월 착수 불투명 다만 내년도 현장 집행을 좌우할 ‘사업 설계-예산-집행’의 연결고리는 아직 느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지원사업은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추진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