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결핵13년 연속감소", 그러나 고령자와 외국인에겐 여전히 과제다

 

 

제14회 결핵예방주간(2025.3.18.~3.24.)을 맞아, 질병관리청은 2024년 우리나라 결핵 신규 환자 수가 전년 대비 8.2% 줄어든 17,944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1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국가적 방역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수치 뒤에 숨겨진 중요한 사실은 전체 결핵 환자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라는 점이다. 결핵은 과거의 병이 아니라, 지금도 특히 고령사회에서 위협적인 감염병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다.

 


결핵이란? 그리고 정부의 대응은

 

결핵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활동성 결핵'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결핵이다. 결핵균이 체내에서 활성화되어 증상이 나타나고, 기침 등을 통해 타인에게 전염될 수 있는 상태다. 둘째는 '잠복결핵감염(LTBI)'으로, 결핵균이 체내에 존재하지만 증상이 없고 전염성도 없는 상태이며, 상대적으로 대중의 인식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결핵 형태다.

활동성 결핵은 결핵균이 체내에서 활성화되어 증상을 유발하고 전염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발열, 체중 감소, 식욕 저하, 야간 발한 등이 있으며, 감염자와의 밀접 접촉 시 공기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활동성 결핵을 '제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고,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특히 민간·공공협력 결핵관리(PPM) 사업을 통해 전국 100여 개 의료기관에 전담 간호사를 배치해 결핵 환자의 복약관리, 부작용 상담, 사회복지 연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활동성 결핵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찾아가는 결핵검진'과 '이동형 검진차량'을 통해 지역사회 조기발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치료비 역시 건강보험 급여 외에 보건소 등록 시 무료 약제 제공,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한 전액 지원 등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다제내성 결핵 환자의 경우, 국가가 치료약을 전량 지원하고 입원비와 치료관리를 통합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결핵이 여전히 전파 가능한 감염병이라는 인식 아래, 정부는 '결핵 퇴치 2035'를 목표로 연간 발생률을 OECD 평균 이하로 낮추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십 년 전 감염, 지금 폭발하는 이유

 

최근 결핵 전체 발생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고령자층을 중심으로 한 사회복지시설과 요양병원 등에서는 여전히 많은 건수들이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자 결핵의 다수가 최근 감염이 아니라, 1950~60년대 대규모 결핵 유행 시기에 감염된 후 체내에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결핵균이 면역력 저하, 영양불량, 만성질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다시 활성화된 경우라고 분석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요양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 발생하는 결핵 사례의 대부분은 현재 전염을 통해 감염된 것이 아니라, 과거 감염된 균이 수십 년 동안 잠복해 있다가 최근 건강 상태가 나빠지며 활동성 결핵으로 전환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2023년 기준, 70세 이상 고령자의 잠복결핵감염률은 무려 44.9%에 달하며, 이는 모든 연령층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집단시설 역학조사 결과, 전체 접촉자 48만여 명 중 약 22%가 잠복결핵 양성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고령자의 비중은 해마다 증가해왔다. 이는 단순히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고령층 내 결핵감염력의 축적과 재활성화 위험이 구조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감염 후 수십 년간 증상이 없다가 돌연 발병하는 이 특성 때문에, 고령층 결핵은 단지 전염병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 취약성과 관련된 '노화 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많다. 이와 같은 '지연성 재활성화'는 개인 건강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 건강에도 파급 효과를 미친다.


고령층 잠복결핵, 감염병이자 사회복지 문제로 함께 다뤄야

 

잠복결핵은 활동성 결핵과 달리 전염력이 없고 증상도 없지만,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언제든 활동성으로 전환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다. 특히 면역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는 매우 심각한 건강 위협이 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 대상 ‘찾아가는 결핵검진’을 확대하고,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예방 치료를 독려하고 있다.

기존에는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잠복결핵 치료가 부작용 우려 등으로 소극적으로 접근되었으나, 최근에는 치료의 이득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사회복지시설 입소자나 집단시설 접촉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 권고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고령자 예방 치료를 위한 약제비를 지원하거나,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해 추적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치료는 선택, 보상은 없음…노동자와 취약계층의 공백

 

잠복결핵 치료는 전염병 확산을 막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법적으로 격리 대상이 아니고 치료 강제 조항도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자발적인 치료 선택에 맡겨져 있으며, 이로 인해 치료율이 낮게 유지되고 있다. 특히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병원 종사자 등 집단시설 내 법정검진 대상자들은 잠복결핵 양성 판정 시 치료비와 병가에 대한 부담을 개인이 떠안는 경우가 많다. 검사나 치료가 비급여로 처리되거나, 병가 중 무급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2023년 집단시설 역학조사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접촉자 검사 후 실제 치료에까지 이르는 비율은 절반 이하에 그치며, 치료 거부 또는 중단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는 치료 인식 부족뿐 아니라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려, 경제적 부담, 직장 내 불이익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생계 기반이 불안정한 일용직, 돌봄 노동자 등의 경우, 잠복결핵 치료는 ‘선택이 아닌 사치’로 인식되기도 한다. 특히 결핵은 2급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되는 만큼, 치료받는 노동자에게 상병수당을 지급하고, 치료를 허용한 사업주에게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잠복결핵 치료를 이유로 한 차별이나 해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외국인 결핵 관리, 방치하면 공동체 위협될 수도

 

2024년 국내 결핵 환자 중 외국인은 1,077명으로, 전체 환자의 6.0%를 차지했다. 이는 절대 수로는 전년보다 소폭 감소한 수치지만, 전체 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승했다. 특히 외국인 중 상당수는 고위험 국가 출신이거나 건강검진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체류 유형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결핵 사각지대 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입국 시 결핵 검진서 제출 제도를 강화하고, 비자 유형에 따라 검진을 의무화하는 한편, 다국어 안내자료 제공과 민간의료기관(PPM) 연계를 통해 조기 발견과 치료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결핵 안심벨트’ 사업을 통해 무자격 체류 외국인도 지역 보건소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치료율 제고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언어 장벽, 건강보험 미가입, 체류 자격 미확보 등의 이유로 외국인 환자가 진단 후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며, 이는 감염 전파 가능성을 높인다. 외국인은 국내에서 부가가치세, 건강보험료, 기타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서 노동, 소비, 돌봄 등 다양한 역할을 통해 공동체와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등록 여부나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외국인을 포함한 전 국민적 관점에서 선제적 검진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결핵 안심벨트' 사업과 같은 제도를 운영할 때, 체류 자격이 불안정하더라도 외국인이 결핵 진단 및 치료를 이유로 추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홍보해야 한다. 또한 치료 중 생계 곤란을 겪지 않도록 일정 수준의 생활지원금이나 임금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최근 5년간 외국인 집단시설 역학조사에서도 잠복결핵 감염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 노동자 밀집 지역에서 보다 체계적인 선별검진 및 추적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결핵은 줄었지만, 고령사회와 다문화사회의 과제는 남았다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단순 수치의 개선만으로는 감염병 퇴치라 할 수 없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외국인 체류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결핵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를 겨냥하는 대표적인 감염병이다. 특히 노년층의 결핵은 감염이 아니라 ‘시간차 폭탄’처럼 조용히 쌓이다가 어느 순간 삶의 질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결핵에 대한 대응은 단순히 의학적 차원의 접근을 넘어서야 한다. 복지, 노동, 이주정책 등과의 연계가 필요한 통합 보건 전략이 시급하다. 예방은 정보와 인식에서 출발한다. 고령사회와 다문화사회가 교차하는 지금, 결핵이라는 오래된 감염병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이제는 인식과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1. 질병관리청. (2024). 『2023년 집단시설 역학조사 종합보고서』. PHWR018-Suppl11-6.

  2. 질병관리청. (2024). 『우리나라 결핵환자 13년 연속 감소』 보도자료. 2025.03.24.

  3.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4). Global Tuberculosis Report 2024https://www.who.int/teams/global-programme-on-tuberculosis-and-lung-health/tb-reports

  4.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Latent TB Infection: A Guide for Primary Health Care Providers. https://www.cdc.gov/tb/publications/ltbi/default.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