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중 무역 전면전 직면…

'결정적 대결' 앞두고 해법 모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기 전에 충돌을 완화할 해법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145%에 달하는 누적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양국 간 갈등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정치·외교적 충돌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측의 선제적 고관세 부과를 "일방적 도발"로 간주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시 주석과의 관계는 훌륭하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위기 가능성을 축소하려 하지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드리우는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는 무역 전쟁의 실체

미중 무역 전쟁은 단순한 양자 간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흔들고 있는 구조적 위기이다. 두 나라는 전자제품, 전기차, 항공우주, 의료장비, 희귀광물, 의약품, 소비재 등 핵심 산업군에서 긴밀히 얽혀 있으며, 어느 한쪽의 일방적 제재는 전 세계 산업 흐름에 파장을 미친다.

중국은 미국 농가의 최대 시장 중 하나로, 특히 대두, 옥수수, 수수 등 곡물 수출에 있어 불가결한 존재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고급 기술 장비 및 기초 소비재 수입의 중요한 공급국이다. 상호 간의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일부 항목은 사실상 무역 중단 상태로 접어들고 있으며, 이는 공급망 병목과 생산 차질로 이어져 최종 소비자 가격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보복 카드: 희토류 통제와 전략산업 직격탄

중국은 2025년 4월 4일부터 자국의 전략자산인 희토류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본격화했다. 이번 조치의 대상은 중(重)희토류 금속 6종(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이트륨)과 고성능 자석 제조에 사용되는 NdFeB 및 SmCo 자석류로, 이들 자원은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군수 센서, MRI 장비, 반도체 노광 장비 등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비록 중국 정부는 수출 허가제를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초점은 미국에 맞춰져 있다. 홍콩과 베트남을 통한 우회 수출도 차단되고 있으며, 0.1% 이상의 희토류 함유 제품에 대해서도 철저한 성분 분석이 시행되고 있다. 수출 허가는 거의 발급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2010년 일본을 상대로 했던 수출 통제 방식과 유사하게 전략적 지연을 통해 사실상 수출을 중단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록히드 마틴, 보잉, 레이시온 등 32개 미국 방산기업에 대한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GM과 테슬라는 부품 수급 차질로 인해 전기차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ASML의 노광장치 생산 지연으로 삼성전자와 TSMC의 고급 반도체 생산 라인에도 공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미국 국방부는 그린란드 광맥 확보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 중이다. 호주 라이너스 광산은 2026년까지였던 희토류 개발 일정을 2025년 말로 앞당겼다.


미국의 희토류 자원 보유 현실과 환경적 제약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희토류 자원 보유국으로 평가받는다. 캘리포니아 주의 마운틴 패스 광산은 서반구 최대 규모의 생산지이며, 2024년 와이오밍 주에서는 약 110만 톤 규모의 신규 광맥이 발견되었다. 이 매장량은 미국 연간 소비량의 약 118년 분에 해당하며, 1950년대 이후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이 자원을 가공하고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희토류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하수 오염, 방사성 폐기물(토륨, 우라늄), 생태계 훼손 문제 등 환경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NEPA(국가환경정책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는 평균 4.5년 이상 소요되며, 클린 워터 법안(CWA)은 폐수 처리 기준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ESG 투자 기준에 따라 채굴 기업들은 LEED 인증 등 추가적인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현재 미국 내 관련 기업 중 23%만이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자원은 있으나 실제로 이를 전략물자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산업·정책 기반이 미비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혼란스러운 백악관의 메시지, 시장의 불안 가중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시장 혼란이 가시화되자 일부 국가에 대한 보복 관세를 90일 유예하며 유화 제스처를 보였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초강경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고율 관세를 면제한다고 발표한 후 다시 낮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등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이를 일관된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하지만, 시장은 이를 조율되지 않은 급변 대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은 미국을 가장 불공정하게 대하는 국가”라며, 무역 불균형과 비관세 장벽 철폐를 위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리쇼어링 전략의 장벽: 비용, 규제, 시간

백악관은 미국 내 제조업 부활과 국가 안보 강화를 이유로 리쇼어링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은 높은 인건비, 강력한 환경규제, 생산단가 상승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 대비 평균 30~40% 이상 높은 제조비용은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소비자 가격 상승과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

특히 고정밀 기술이 요구되는 산업(반도체, 희토류 부품 등)은 생산시설을 재배치하는 데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공급망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최소 5~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백은 미국 내 생산 기반의 불완전성과 정책의 비일관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백악관의 자신감과 현실과의 간극

백악관 핵심 인사들은 이번 전략이 "계획된 승리 수순"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중국은 블러핑하고 있다”며 미국의 수출입 구조상 미국이 피해를 덜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케빈 해셋도 “다수 국가들이 이미 좋은 협상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 고문 피터 나바로는 “90일 내 90건의 협상 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합의 사례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한국, EU 등 우방국들이 내놓은 협상안은 대부분 기존 체제 유지 수준에 불과하며, 미국의 요구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치적 여진: 흔들리는 대통령 지지 기반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 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44%이며, 인플레이션 대응에 대한 평가는 40%에 그친다. 응답자 중 75%는 관세로 인해 단기적으로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고, 48%는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다.

이는 트럼프가 대선 당시 내세웠던 “생활비 절감” 공약과 충돌하며, 특히 중산층과 농민층 유권자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미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을 체감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리더십 시험대에 선 트럼프…정치·외교의 갈림길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은 “트럼프는 협상의 달인이며, 이 전투의 최적 리더”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무역 전쟁은 트럼프가 강조해 온 ‘협상 기술’이 실제 국가 간 전략 대결에 얼마나 통용되는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경제 마찰을 넘어, 양국의 체제 경쟁, 기술 주도권 다툼,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라는 복합적 요소가 얽혀 있는 전면적 대결이다. 트럼프의 리더십이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아니면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지에 대한 판단은 향후 수 주 내 양국의 대응 전략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