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들, 6월 3일 대선에 온전한 참정권 보장받는다

택배 노동자 대다수가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일에 온전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등 주요 5개 택배사가 대선일을 휴무일로 지정하며, 택배 없는 날이 현실화됐다. 특히 쿠팡이 대선 당일 주간배송을 쉬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택배노동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촉구에 따른 것이다. 앞서 2022년 대선, 2024년 총선에서도 주요 택배사들은 휴무 합의를 통해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한 바 있으나, 올해는 업체들의 결정이 늦어지며 논란이 됐다.

 

택배노조는 지난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쿠팡의 주 7일 배송 체계로 인해 다른 택배사들까지 경쟁적으로 선거일 근무를 강요하고 있다”며 “대선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통합물류협회 산하 5개 택배위원회는 지난 22일 회의를 통해 조건 없이 대선일을 휴무일로 지정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쿠팡은 기존의 새벽배송은 그대로 진행하되, 주간배송을 중단함으로써 기사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던 쿠팡이 이번 결정에 동참함으로써 대다수 택배기사들의 투표권이 보장될 수 있게 됐다.

 

택배노동자들은 형식상 1인 자영업자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원청 택배사에 종속된 특수고용노동자로 평가받는다. 이로 인해 법적 근로자 지위가 부여되지 않아 공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투표권 행사조차 제한되는 현실이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는 택배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아파트 경비원, 플랫폼 노동자 등 여러 직종에 걸쳐 있어,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입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지난 23일 ‘노무를 제공하는 자’에게 투표 시간을 보장하도록 명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로 인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라며,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모든 국민이 온전히 참정권을 누릴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동자의 고용형태나 업무시간에 따라 투표가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사전투표 제도의 확대 역시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사전투표 기간을 연장하거나 접근성을 높이면, 선거일에 정상 근무가 불가피한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보다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이번 대선일 휴무 결정은 택배노동자의 권리 신장과 사회적 합의의 성과로 평가되지만, 이러한 기조가 다음 선거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행정 당국의 제도적 보완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