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24일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이 당내 대통령 후보를 김문수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전격 교체하는 절차를 밟으며 초유의 정당 내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정당 경선에서 선출된 대선 후보가 지도부 주도로 직권 교체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이다.
새벽 긴급 회의…한덕수 후보 등록 강행
국민의힘은 5월 10일 새벽 밤샘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심야 후보 교체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전 1시경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가 발표됐고, 2시 10분에는 대선 후보 등록 신청 공고가 게시되었다. 등록 접수는 같은 날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단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사이 한 후보는 입당 절차를 마쳤고, 국민의힘은 오전 4시 40분 비대위 회의 종료 후 한 후보 등록 사실을 공표했다.
입당 직후 한덕수 후보는 "저는 어느 날 갑자기 외부에서 온 용병이 아니다"라며, “경제를 살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문수, 한동훈, 홍준표, 안철수 등 주요 인사들을 언급하며 “다 함께 가야 한다”고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한덕수 후보 등록은 토요일 새벽이라는 이례적인 시점에, 불과 1시간이라는 촉박한 시간 안에 이루어졌으며, 등록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자기소개서, 서약서, 병적사항, 재산 및 납세, 범죄이력 등 총 32종에 달하는 등 상당한 행정적 절차가 요구되었다.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당헌 제74조 2항 및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등록됐다"고 공고했다.
이 결정은 김문수 후보 측이 제기한 대통령 후보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이 서울남부지법에서 모두 기각된 직후 이루어졌다. 법원은 "정당 내부 질서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 없다"며 지도부의 재선출 추진을 정당한 재량권으로 판단했다.
단일화 협상 결렬…후보 교체 수순 가속화
앞서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 측은 5월 9일 밤 두 차례 단일화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여론조사 방식과 대상을 둘러싸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 후보 측은 '일반 국민 대상' 조사를 주장했으나, 한 후보 측은 '국민의힘 지지층 및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요구했다.
결국 양측은 단일화 방식에 합의하지 못했고, 지도부는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판단해 독자적으로 후보 교체 절차를 추진했다. 국민의힘은 10일 오전 중 '한덕수 후보 선출 동의' 안건에 대해 전 당원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오는 1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대선 후보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11시에는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김문수 측 반발 및 당내 민주주의 논란 확산
김문수 후보 측은 지도부의 결정이 "헌법, 법률, 당헌·당규, 인간 상식에 반하는 정치 쿠데타"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10일 예정대로 중앙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여론조사 효력 정지 가처분, 본안 소송, 지도부 형사 고발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77만 당원의 선택을 무력화하는 조치"라고 비판했으며, 안철수 의원은 "지도부 주도의 단일화로는 본선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지아 의원은 "선출되지 않은 비대위가 선출된 후보를 끌어내리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던 김무성·유준상 상임고문도 “아름다운 단일화가 좌절돼 단식을 멈춘다”며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헌정 초유의 상황…정당성 시험대 오른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헌정 사상 유례없는 후보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며, 단일화 전략을 넘어 정당 운영의 정당성과 지도부 리더십 자체에 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법원의 본안 판결이 늦어질 경우 본선 후보 자격을 둘러싼 혼란은 장기화될 수 있으며, 그 정치적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힘에 남게 될 전망이다.
후보는 바꿀 수 있어도, 무너진 정당성은 되살리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향후 대선에 미칠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