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과 청문회 이후의 국민적 평가를 종합적으로 살핀 끝에, 이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명 발표 후 28일 만이자 23일 인사청문회가 열린 뒤 이틀 만의 결정이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명철회와 함께 청와대는 통합 인사를 통해 대통합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자 했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취지도 함께 밝혔다.
‘통합 인사’ 기조 속 지명…논란 누적 끝에 조기 종료
이 후보자 지명은 보수 정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인물을 경제·예산 라인 수장으로 기용한 사례로, 통합 기조를 상징하는 인사로 해석됐다. 그러나 지명 직후부터 부동산·청약, 주소지 이전과 실거주, 가족관계와 관련한 의혹이 잇따르며 검증 공방이 거세졌다. 청문회에서는 의혹 제기와 해명이 맞섰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공방이 잦아들지 않았고, 결국 청와대가 지명 철회를 택했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자료 제출’ 공방…검증 가능성 자체가 쟁점
청문회는 본격 질의에 앞서 자료 제출 문제로 한차례 파행을 겪었다. 야당은 핵심 의혹을 확인할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후보자 측은 제출 가능한 자료는 냈으며 과장된 주장이 섞여 있다고 맞섰다. 자료 제출 공방이 이어지면서 청문회 진행 자체가 흔들렸고, 검증이 가능한 수준의 자료가 확보됐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졌다.
‘비망록’ 논란…문건 진위 공방이 추가 쟁점으로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과거 행적이 담겼다고 주장된 이른바 ‘이혜훈 비망록’도 도마에 올랐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해당 문건을 제시하며 작성 주체와 내용의 진위를 따져 물었고, 여야 의원들은 문건에 적힌 일부 대목이 사실이라면 공직 후보자로서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보도에 따르면 문건에는 2017년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한 ‘무마’ 정황, 무속인·종교에 의지하는 내용, 낙선 의원 명단 작성과 ‘낙선 기도’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기록이 포함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문건이 실제로 누구에 의해, 어떤 경위로 작성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용이 확산되면서 ‘진위 논란’ 자체가 쟁점이 됐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내가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한글 파일로 이런 것을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고, 일정 등 실재하는 사실에 ‘추측과 소문’이 섞여 만들어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문건 공개 여부를 두고는 자신이 작성하지 않은 문건이 ‘후보자 비망록’으로 유통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공개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청약·거주 의혹…가점 산정과 실거주 해명 두고 공방
청문회에서 가장 큰 쟁점은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 당첨 과정과 주소지 이전을 둘러싼 의혹이었다. 야당은 청약 가점이 당첨 커트라인인 74점을 맞췄고, 이 가운데 부양가족 가점이 결정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결혼한 장남이 주민등록등본상 동일 주소를 유지하면서 부양가족으로 인정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그때는 혼인이 사실상 깨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다만 의혹 제기 측은 가족관계와 주소지·세대 구성 변화가 청약 가점에 영향을 준 만큼, 공직 후보자라면 판단 근거를 더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로 공세를 이어갔다.
실거주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전기·가스 사용량을 근거로 “다섯 사람이 살았다는 기간에 한 사람이 살 때보다 전기·가스를 덜 썼다”는 취지로 위장전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전기 사용량에 대해 “새벽에 들어가 잠만 자고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고, 가스 사용량에 대해서는 “취사를 안 하면 그렇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야당은 ‘사용량 데이터가 실거주 해명과 합치되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명 철회 이후…여야는 ‘검증 책임’ 두고 엇갈린 평가
지명 철회 직후 여당은 엄정한 국민 눈높이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취지로 청와대 판단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연한 결과”라며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의 책임을 제기했다. 동시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가 과거 국민의힘 공천을 다섯 차례 받고 3선까지 하는 동안, 이번에 불거진 청약·거주 등 쟁점이 당내 검증에서 충분히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청와대는 통합 인사 기조가 후퇴한 것으로만 보지 말아달라며, 통합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지명 철회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후속 인선에서 같은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 검증 단계에서 무엇을 보완할지는 과제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