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고민에서 과학적 해결로: UCLA의 획기적 탈모 치료 신약

줄기세포 활성화 물질 ‘PP405’, 첫 인체실험에서 유의미한 효과 확인

 

탈모는 고대부터 인류의 보편적인 고민이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대머리를 치료하기 위해 대추야자, 개 발바닥, 당나귀 발굽을 섞은 혼합물을 문지르기도 했고, 켈트족은 병 속의 생쥐를 이용한 민간요법을 사용했으며,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유카 즙에 의존했다. 인류 역사에서 지식, 평화, 부, 그리고 대머리 치료법은 오랜 탐구의 대상이었다.

 


전 세계와 한국의 탈모 현황

 

전 세계적으로 탈모는 상당히 높은 비율로 발생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 추산하길  전 세계 인구 중 약 37.5%가 탈모 관련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는 약 30억 명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에서도 탈모는 많은 이들에게 심각한 고민거리다. 전체 인구의 약 18%에 해당하는 약 929만 명이 탈모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증상이 경미하거나 잠재적인 경우까지 포함하면 1,000만 명에 달한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병원을 찾은 탈모 환자는 111만 명 이상이며, 이 중 20~30대가 전체 환자의 40%를 차지하는 등 탈모가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여성 환자 비중도 증가세로, 폐경기 여성의 5명 중 1명이 탈모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치료의 한계

 

 

탈모는 노화, 스트레스, 호르몬 불균형, 유전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왔지만, 실제로 효과를 본 사람은 3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효과의 편차와 제한성 때문에 많은 이들은 고비용의 모발 이식 수술이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기능성 제품에 의존해 왔다.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로게인(Rogaine)과 프로페시아(Propecia)가 있으며, 일정 부분에서 효과를 보이는 사례도 있었지만, 장기적인 지속성이나 재발 방지 측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기존 치료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와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안정적인 치료법에 대한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탈모가 신체적 증상뿐 아니라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의 질적 도약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UCLA의 획기적 신약 개발

 

UCLA 연구진은 최근 오랫동안 비활성 상태였던 모낭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소분자 물질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PP405"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모낭 줄기세포 내에서 세포를 휴면 상태로 유지하는 특정 단백질에 작용해, 이를 억제하고 줄기세포를 활성화시킨다. 해당 분자에 대한 연구는 약 10년간 진행되었으며, 2023년 실시된 첫 번째 인체 실험에서 하루 한 번, 취침 전 두피에 국소적으로 도포하는 방식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은 이 치료법이 기존의 솜털 수준의 모발이 아니라 실제 굵고 튼튼한 모발을 자라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 과학자인 윌리엄 로우리(William Lowry, 분자 및 세포생물학 교수), 헤더 크리스토프(Heather Christofk, 생물화학 교수), 마이클 정(Michael Jung, 화학과 석좌교수)는 이 치료법이 50세까지 남성의 절반 이상, 여성의 4분의 1이 겪는 탈모를 역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로우리 교수는 "대부분의 남녀가 노화, 항암치료, 감염, 기타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를 겪게 되고, 이는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 치료법의 의미를 강조했다.

다만, 그는 "어떠한 치료제도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렌지카운티에서 실시한 첫 인체 실험은 매우 고무적이었다"며, 이후 더 많은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기에는 PP405가 오히려 모낭을 파괴할 가능성도 우려되었지만, 이는 기우로 드러났다.

UCLA 기술이전팀을 통해 로우리 교수팀은 '펠라지 제약(Pelage Pharmaceuticals)'이라는 바이오 회사를 공동 창립했다. 이 회사는 구글 벤처스(Google Ventures)로부터 1,640만 달러(약 220억 원)의 자금을 유치해 후속 임상과 규제 승인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시장 전망

 

한편, 전 세계 탈모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3년 기준으로 시장 규모는 약 87억 달러로 추정되며, 2032년까지 연평균 8.1%의 성장률로 확대될 전망이다. 탈모 관련 시장은 의약품과 기능성 식품 분야에서 혁신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전 세계 시장이 약 4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시장 또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탈모 관련 시장은 약 4조 원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시장의 약 5%를 차지한다. 국내 시장은 2030년까지 8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연평균 9%에 달하는 성장률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UCLA 연구진의 신약은 기존 치료제 대비 확실한 효과를 보이며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로우리 교수는 "FDA 승인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