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안] 민생회복지원금, 보편과 선별의 갈림길

최대 52만 원 지급… 시의성과 형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정책 설계가 관건

 

정부가 발표한 2025년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계획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이번 조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최대 52만 원까지 지급하는 대규모 소비 진작 정책이다. 그러나 상위 10% 배제를 위한 선별지급 방식의 비효율적이며 오히려 정책시행 적기를 늦출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보편과 선별이 결합된 지급 구조

 

정부는 2025년 6월 1일 기준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내국인 5,117만 명 전원을 대상으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급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두되, 상위 10% 국민에게는 1인당 15만 원, 나머지 국민에게는 기본 25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는 1인당 50만 원, 차상위계층 및 한부모가족은 40만 원을 지급받게 되며, 인구소멸지역 거주자는 추가로 2만 원이 가산된다. 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가 해당 지역에 거주할 경우, 최대 52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지급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1차로 전 국민에게 15만 원이 지급되며, 2차로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국민에게 10만 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신청 방식은 아직 공식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당시 사용되었던 온라인(앱 및 웹사이트)과 오프라인(주민센터 방문)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과 정부는 7월 4일까지 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7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지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선별의 함정과 보편지급의 제도적 대안

 

상위 10%를 선별해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 행정비용 측면에서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KBS 보도에 따르면, 2018년 도입된 아동수당에서 소득 상위 10%를 배제하기 위한 선별에 막대한 행정비용이 발생했던 사례가 있다.

 

당시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었던 이용호 의원은 “상위 10% 배제 요구는 저의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밝히며 정책 추진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인정했다. 그는 “소득 상위 10%를 골라내기 위한 행정비용이 1년에 1,000억 원, 최초 도입연도에는 1,600억 원에 달해 매년 8만 가구가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행정비용으로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아동수당에서 상위 10%를 배제한 결과, 실제로는 9만 가구를 제외하기 위해 1,600억 원이라는 비용이 소요된 셈이며, 이는 '배보다 배꼽이 큰'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논의와 관련해, 해외와 국내의 입법 시도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캐나다와 호주 등 여러 국가는 조세환수형 보편지급(Tax Clawback)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모두에게 동일하게 지급한 뒤 고소득자에게는 연말정산 과정에서 환수하는 구조를 통해 보편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 시도가 있었다. 2021년에는 맹성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보편적으로 지급된 일시지원금을 고소득자의 기본공제액에서 감액하여 환수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후 2025년 6월에도 ‘민생지원금 환수법’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의원이 법안을 재발의하였으며, 이는 고소득자의 기본공제액을 줄여 사후 과세를 통해 보편지급된 지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미 구축된 건강보험료 납부액 기준을 활용하거나, 조세환수 방식 등 간편하고 비용 효율적인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행정비용을 줄이는 실질적인 방안으로 평가된다. 이는 민생지원 정책이 제때 효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정책 집행의 신속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나 유사한 경제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행정비용 및 정책 설계상의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반복적인 논란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 혹은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설계, 단기 효과 넘어 효율성과 공정성 함께 고려해야

 

2025년 민생회복지원금은 역대 최대 규모의 보편적 재정지원 정책으로, 물가 안정과 소비 진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정책의 '시기성'이다. 특히 이 지원금은 경기 하강 국면이 본격화되기 전에 신속하게 지급되어야만, 경기 위축이 대공황 수준의 장기 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정책 집행이 늦어질 경우 소비와 투자의 연쇄적 위축이 발생해 실물경제 악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민생회복지원금은 단순한 재정지출을 넘어, 경제의 하강 사이클을 차단하는 선제적 조치이자 '타이밍 정책'으로서 핵심적인 의미를 가진다. 지급 대상의 선별 여부는 정책 실효성과 예산 효율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이며, 국회가 정부가 제출한 민생지원금에 대하여 “보편과 형평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