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전기는 비싸다는 말은 상식처럼 굳어 있다. 여름철 에어컨도 부담인데, 겨울 난방과 온수까지 전기로 돌리면 ‘요금 폭탄’을 맞는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전기로 기존 냉방, 요리 등에 이어 난방까지 하자는 전기화 논의가 번번이 전기요금 불안에 막히는 이유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히트펌프 보급 구상은 이 불안을 새로운 기술과 에너지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식이다. 올해(2026년)부터 시범사업을 통해 가정이 신기술의 혜택을 경험하게 한다. 또, 비싼 전기 요금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주택용 누진제 미적용을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마련을 추진한다. 연탄→기름→LNG… 가정 에너지는 늘 ‘문제 해결’의 역사 한국의 가정 에너지사는 전환의 연속이었다. 과거 나무를 난방과 요리에 사용했을 때 나무 사용 자체가 매우 불편했고, 수많은 산을 황폐하게 만들고, 수해, 산사태를 일으켰다. 연탄·석탄 시대로 넘어왔지만, 도시매연의 주범으로 지목되었고 연탄가스 중독으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1980년대 후반 기름보일러가 확산했고, 1990년대 이후 도시가스가 표준 연료가 됐다. 전기는 이미 70년대 이후 거의 모든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앞선 에너지
울산의 공공의료원 설립 논의가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을 계기로 다시 전국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역의 오랜 숙원과 재난 대응이라는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재확인되는 동시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와 재정 분담, 운영 인력 확보 같은 구조적 장벽이 현실적인 한계로 드러나면서 ‘지방 주도-중앙 협력’의 정책 모델을 어떻게 구체화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의 마음을 듣다’ 자리에서 울산 지역 대학병원 전문의로 자신을 소개한 양홍석 씨는 “인구 110만 명 도시인데 국립대병원-의료원-공공종합병원이 없다”고 강조하며, 고위험 산모와 소아 환자의 타 지역 이송 현실을 거론했다. 그는 25년 숙원으로 불리는 울산의료원 건립을 위해 예타 면제 등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공공의료 확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의 주체는 울산 시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앙정부가 특정 지역만 예외로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울산의 재정 여건을 언급하며 우선순위 논리를 편 발언도 이어지면서, 이후 지역 시민단체와 야권을 중심으로 ‘공공의료 약속 후퇴’라는 비판이 확산했다. 반대로 ‘지방이 주도하고 국가는 기준
행정안전부(행안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 이자율을 일괄 공개하면서, 지자체별 금고 운용 조건과 선정 기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고는 지방정부의 모든 돈이 드나드는 공식 계좌 관리 기관이다. 주민이 낸 세금, 중앙정부 교부금, 각종 부담금과 사용료가 이곳에 모이고, 공무원 급여와 복지 예산, 공공사업비도 여기서 집행된다. 쉽게 말해 지자체의 ‘주거래 은행’이자 재정의 심장이다. 지자체는 수천억수조 원 규모의 자금을 상시 예치하는데, 이때 적용되는 금리가 1%포인트만 달라져도 연간 수십억수백억 원의 재정 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별도의 증세 없이도 복지, 교통, 돌봄 같은 주민 서비스를 늘릴 수 있는 재원이 된다. 행안부는 1월 28일 ‘지방재정365’ 시스템을 통해 전국 243개 지자체의 금고 관련 이자율 정보를 공개했다. 정부 차원의 전수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청와대도 공개 취지를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간담회에서 지자체 금고 이자율을 조사해 국민에게 공개하라고 주문한 바 있으며, 공개 이후에도 SNS를 통해 “예치 규모에 따라 이자율 변화가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금고 금리 왜 다른가
지난 1월 30일 부산지방법원은 손현보 목사(세계로교회)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예배 설교와 SNS 발언이 단순한 정치적 의견 표현을 넘어, 특정 후보의 당선·낙선을 노린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이번 판결은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오래된 논쟁을 다시 꺼내 들었다. 1990년대 ‘돈 선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가, 유튜브와 SNS가 일상이 된 지금에는 시민의 정치적 발언까지 묶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표면적으로는 보수 진영 인사에 대한 유죄 판결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진영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지금의 선거법 아래에서는 보수든 진보든, 정치적 발언을 했다가 수사나 고발, 유죄 판단으로 불이익을 겪은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손현보 사건은 그동안 쌓여 온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만한 계기로 평가된다. ‘선거는 되돌릴 수 없다’… 공정을 앞세운 현행법 법원이 문제 삼은 핵심은 발언의 내용보다 ‘맥락’이다. 종교인의 일반적 정치 의견이 아니라, 특정 후보의 당락을 직접 겨냥해 선거기간 동안, 조직적 영향력을 가진 공간에서 반복됐다는 점이다.현행 선
지난 2021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던 ‘가당 음료 부담금’ 이슈가 5년 만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이 지난 28일 SNS를 통해 설탕 소비 억제를 위한 ‘부담금’ 도입을 제안하자, 야권과 일부 언론이 이를 ‘설탕세’로 규정하며 ‘증세 논란’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단순한 용어 다툼을 넘어, 국민 건강을 위한 가격정책 수단인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우회 증세인지에 대한 프레임 전쟁이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격화되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설탕 부담금’ 공론화 제안 논란은 지난 28일 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X)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대통령은 WHO(세계보건기구)의 권고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담배처럼 설탕에 ‘부담금’을 부과해 소비를 억제하고, 그 재원을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면 어떠냐”는 취지의 제안을 내놨다. 이는 과거 2021년 발의됐다가 폐기된 법안의 취지를 되살려, 가격 정책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문제의식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다만 이번 발언이 확정된 정책 발표가 아니라 국민 의견을 묻는 ‘공론화 차원’의 제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름만 바꾼 증세” vs “물가·역진성 우려” 제안 직후인 28일
지방자치단체의 오랜 투자로 대도시 대중교통은 촘촘한 노선망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승객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면서 많은 시민은 매일 같은 피곤한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출근길 전철은 정원을 넘어서는 승객을 싣고 달리고, 버스는 도로 정체 속에서 도착 예정 시간이 수시로 흔들린다. 대중교통은 도시의 생산성과 삶의 질을 떠받치는 동맥이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과밀’이라는 만성 질환이 일상화된 상태다. 증편-증차의 직관적 처방과 구조적 한계 혼잡을 줄이는 가장 직관적인 처방은 열차와 차량을 더 투입하는 증편·증차다. 그러나 출퇴근 혼잡은 하루 중 길어야 한두 시간이라는 피크에 집중되며, 그 짧은 피크를 위해 선로·차량·인력을 상시로 늘리는 투자는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기 쉽다. 일부 구간은 반복적으로 높은 수준의 과밀이 나타나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겪지만, 공급 확대로만 이 문제를 상시적으로 흡수하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수요 재배치’ 피크 분산 정책 출퇴근 시간대 혼잡은 단순한 불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밀착된 공간에서 넘어짐과 끼임 위험이 커지고, 호흡 곤란과 스트레스가 누적되며, 이동 자체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
출근 시간 서울 지하철 문이 열리면 사람의 물결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온다. 몸이 떠밀려 들어가고 발이 잠시 공중에 뜨는 순간도 생긴다. 정시성은 유지되지만 과밀은 도시의 이동을 피로로 바꾼다. 대도시의 반대편에서는 과밀이 아니라 단절이 사람을 가로막는다. 버스를 한 번 놓치면 하루 일정이 무너지고, 병원 진료가 조금만 늦어도 귀가 방법이 사라지는 지역에서 교통은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줄이 된다. 도시의 과밀, 편리함을 소모로 바꾸다 경기도에서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은 매일 아침을 생존 투쟁이라고 말한다. 지하철 한 칸의 혼잡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이동 자체를 스트레스로 만든다. 도로 위에서는 거북이처럼 움직이는 버스가 시간을 늘리고, 심야 시간에는 택시를 잡는 일 자체가 또 다른 전쟁이 된다. 대도시의 이동이 ‘빠르고 편한 시스템’이 아니라 ‘버텨내야 하는 과정’으로 인식되며, 교통 인프라는 삶의 질을 높이는 장치에서 피로를 누적시키는 구조로 바뀐다. 농촌의 단절, 일상을 시간표에 묶어두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노인은 무릎 치료를 위해 읍내 병원을 찾을 때마다 버스 시간표에 삶을 맞춘다고 말한다.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가 하루 세 대뿐
지난 보도에서 초고도정제식품(초가공식품·UPF)의 건강 위험을 다뤘다. 이번에는 우리 식탁에 숨어든 초가공식품의 실체, 구별법, 그리고 ‘개인 책임’의 한계를 짚는다. 라면·과자만이 아니다…‘건강해 보이는’ 초가공이 더 위험하다 초고도정제식품은 단순히 조리된 음식이 아니다. 원재료를 해체한 뒤 첨가물과 공정기술로 맛과 식감을 설계해 다시 조립한, 공산품에 가까운 식품이다. 라면·탄산음료·과자처럼 전형적인 제품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더 큰 위험은 ‘겉으로 건강해 보이는’ 제품에서 드러난다. 시리얼, 가당 요거트, 샌드위치 햄, 시판 소스, 편의점 도시락은 균형 잡힌 식사처럼 보이지만, 성분표를 들여다보면 다른 결론에 닿기 쉽다. ‘영양 강화’라는 문구 뒤에 설탕과 고도 가공이 함께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빠르게 늘어난 단백질 강조 제품도 같은 맥락에서 점검이 필요하다. 프로틴 바와 프로틴 음료는 ‘운동용’ ‘다이어트용’ 이미지를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감미료·향료·유화제 등 초가공 성분이 다수 포함될 수 있다. 성분표로 걸러내라?…현실은 ‘읽기 어렵고 선택지도 없다’ 소비자가 초가공 여부를 가늠하는 가장 손쉬운 출발점은 성분표이며 기준은 의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의 공간을 사람에게 돌려주자, 거리의 표정이 달라졌다. 주차면을 줄이고 보도를 넓히는 방식으로 도로의 우선순위를 재배치한 도시는 보행을 ‘불편을 감수하는 이동’이 아니라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로 끌어올렸다. 프랑스 파리와 덴마크 코펜하겐은 그 변화를 상징하는 사례다. 파리는 15분 도시 정책 아래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고 보행과 녹지로 공간을 전환했으며, 코펜하겐은 보도와 자전거도로를 분리하고 보행 동선의 연속성과 평탄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설계했다. 두 도시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차를 줄인 자리에 사람이 늘었고, 보행로 확대가 상권 회복과 시민 건강에 기여하는 투자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파리 - 15분 도시로 보행권을 생활권 안으로 끌어오다 프랑스 파리는 최근 보행공간을 공격적으로 확장한 도시로 꼽히며, 15분 도시 정책 아래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고 그 공간을 보행과 녹지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도시를 설계했다. 파리는 도심 노상 주차장을 줄이고 그 공간을 보도와 보행 공간으로 바꾸는 정책을 추진했으며, 길을 넓히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학교 주변을 보행 중심 구역으로 지정해 등하굣길 안전을 강화하는 방식도 병행했다. 도시 환경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거주자의 하루는 걷기로 시작해 걷기로 끝난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출근길과 아이의 등굣길, 저녁 찬거리를 사러 가는 길이 모두 보도 위에서 완성된다. 도시의 이동은 대중교통과 보행이 맞물리는 구조로 작동하지만, 한국의 보행공간은 여전히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한국의 도시 정책은 오랫동안 자동차 흐름과 차도의 효율에 집중해 왔다. 그 과정에서 보행로는 보행권을 담는 공간이 아니라 차도를 만들고 남은 부수적 공간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걷기가 일상의 이동이자 운동이 된 지금도 보행공간은 불편과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좁은 폭과 불규칙한 경사, 끊긴 흐름이 보행을 지치게 한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문제는 보도의 폭이 절대적으로 좁다는 점이다. 좁은 보도 위에는 전봇대와 가로수, 각종 시설물과 불법 적치물이 반복적으로 놓인다. 이로 인해 시민이 실제로 걸을 수 있는 유효 폭은 구간마다 급격히 줄어든다. 보행공간의 질도 낮다. 보도블록은 들뜨거나 침하되며 단차를 만들고, 파손된 타일은 낙상 위험을 키운다. 각종 공사 이후 복구가 균일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보행자는 늘 발밑을 확인해야 한다. 가장 크게 체감되는 불편은 차도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