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의원의 ILO 협약 탈퇴 주장 논란

ILO 협약 111호 탈퇴 주장과 주요 논점

지난 2월 15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의 전국 확대 무산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하며,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11호의 탈퇴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ILO 협약 탈퇴가 국제 무역 및 외교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며, 시민사회에서는 노동권 후퇴와 외국인 노동자 차별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ILO 협약 탈퇴와 국제적 영향

 

나 의원은 외국인 가사관리사와 간병인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ILO 협약 111호 탈퇴 및 비준 철회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노동인권을 후퇴시키는 국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ILO 협약 111호는 고용과 직업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이를 철회할 경우 한국은 노동권 보호 수준이 낮은 국가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ILO 협약 탈퇴와 무역 리스크

 

ILO 협약 111호 탈퇴는 한국의 무역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노동권 보호 수준이 낮은 국가로 인식될 경우, 주요 무역 파트너들이 노동 기준을 이유로 한국 제품에 대해 제재나 수입 제한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노동기준 준수를 무역 협정의 필수 요건으로 삼고 있어, 한-EU FTA, 한-미 FTA 등의 재검토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강화로 인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ILO 협약 탈퇴는 미국 측에 노동 기준 미달을 이유로 추가적인 무역 장벽을 정당화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들의 대미(對美)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협약 탈퇴는 국제사회에서의 노동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무역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되면서, 노동권 보호를 중시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 기업과의 거래를 재고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ILO 협약 111호 탈퇴 가능성과 국회 상황

 

현재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는 ILO 협약 111호의 탈퇴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협약 탈퇴를 위해서는 정부의 공식적인 철회 요청과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다수 야당의 반대로 인해 탈퇴가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또한, ILO 협약 탈퇴가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신뢰도와 무역 협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정부가 이를 강행할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ILO 협약 탈퇴의 실효성 문제

 

설령 협약을 탈퇴하더라도, ILO 111호의 내용은 이미 한국의 다양한 노동법과 반차별 규정에 반영되어 있어 실효성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에서는 모든 근로자의 균등한 고용 기회를 보장하고,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는 국적,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및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서도 차별 금지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 역시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따라서 협약을 탈퇴한다고 해도 국내법이 여전히 동일한 보호 장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제도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와 국제 인권 기준 준수 요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협약 탈퇴가 노동 정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론: 협약 탈퇴보다 제도 개선이 우선

 

ILO 협약 111호의 탈퇴는 노동시장과 무역, 외교 측면에서 상당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노동법은 협약의 주요 내용을 이미 내재화하고 있어 실질적인 효과가 제한적이며, 탈퇴가 국제적 신뢰도 하락과 무역 장벽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국과 EU의 노동 기준 강화 흐름을 고려할 때, 협약 탈퇴는 한국 경제에 불필요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시장 내 실질적인 개선책을 모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접근 방식이며, 협약 탈퇴보다는 국내 노동 환경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동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가족 정책 지원의 내실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출산과 육아 지원, 일·가정 양립 정책을 강화하여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내국인과 외국인 노동자 모두가 안정적인 근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