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보다 못한 법원?… 美 관세 판결이 던진 '사법 신뢰'의 숙제

미 연방대법원, 파격 판결로 신뢰 회복 전력… 반면 한국 'AI 재판론' 직면

미국 연방대법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지난 10여 년간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여론조사기관 갤럽(Gallup)에 따르면, 2018년 59%였던 대법원 신뢰도는 2022년 47%로 급락한 이후 여전히 40%대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과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사법부의 중립성이 의심받기 시작한 결과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역설적으로 '인공지능(AI) 판사'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스탠퍼드 대학과 유고브(YouGov)가 실시한 공동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절반이 재판 보조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것에 찬성했다. 인간 판사의 주관이나 정치적 성향이 개입될 바에야 데이터에 기반한 기계적 중립이 낫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사법부, OECD 평균 밑도는 신뢰도… 'AI 재판' 목소리 커져

 

한국 사법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3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법원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40%대 초반에 그쳤다. 이는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판결의 일관성 부족과 폐쇄적인 엘리트 중심의 법조 문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는 "차라리 AI에게 재판을 맡기자"는 성토가 적지 않다. 국내에서 AI 판결 선호도를 측정한 공식 조사는 아직 미비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법 불신이 높은 집단일수록 자동화된 판단을 선호한다"는 국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내에서도 AI 재판에 대한 잠재적 지지층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권위 대신 공정"… 미국 대법원의 '반전'이 주는 시사점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건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사법 신뢰 회복의 실마리를 보여준다. 판결 직후 유고브 조사에서 미국인의 60%가 대법원의 판단을 지지했다. 특히 보수 색채가 짙은 대법원이 공화당 소속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지지층의 30%가 해당 판결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이번 판결이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사법적 정의에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았음을 의미한다.

 

결국 국민이 사법부에 원하는 것은 '법관의 권위' 그 자체가 아니라, 보편적 법감정과 일치하는 '공정한 판단'임이 입증된 셈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지라도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는 독립적인 결단을 내릴 때 사법부의 권위는 비로소 회복된다.


법원, '닫힌 세계' 깨고 국민의 정의감과 호흡해야

 

한국 사법부 역시 그간 '폐쇄적 엘리트주의'와 사회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보수적 법 해석'으로 비판받아 왔다. 법원이 조직 내부 논리와 기존 관행에만 매몰된다면, "AI가 인간보다 더 공정하다"는 사회적 인식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사법부가 사회 현실과 괴리된 독자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국민의 정의감과 조화를 이루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법원이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할 때만이 AI가 아닌 인간 법관이 재판해야 할 당위성도 확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