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란’이라며 군 투입… LA 거리에서 시험된 미국 민주주의

폭동 아닌 시위에 군 투입… ‘법 집행 불능’ 요건 충족 여부 두고 연방법 적용 타당성 논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요청 없이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National Guard)을 연방 통제 하에 두고 로스앤젤레스(LA)에 배치하면서, 지역 내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었다. 주말 동안 수천 명의 시위대가 도심을 점거하고, 주요 고속도로를 차단했으며, 자율주행차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여론과, 대통령의 일방적인 군 병력 배치 조치에 대한 반발로 촉발되었다. 시위는 3일간 계속되었고, 경찰과 연방 요원은 최루탄과 고무탄, 섬광 수류탄을 동원해 강경 대응에 나섰다. 100명 이상의 이민자들이 체포됐고, 일부 시위대는 의자와 콘크리트 조각을 던지며 방어선을 구축했고, 웨이모 자율주행차 최소 4대가 방화로 전소됐다.

 

이날 오전, 도심 구치소 앞에 배치된 방위군은 소총과 방패로 무장하고 시위대를 저지했고, 경찰은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연막탄을 사용해 해산에 나섰다. 일부 시위대는 해산 이후에도 고속도로를 점거했으나, 주 방위군과 고속도로 순찰대에 의해 늦은 오후 철수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란법(Insurrection Act) 대신 연방법 10 U.S.C. §12406을 근거로 주방위군을 연방 통제 하에 두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주지사의 요청 없이 연방 정부가 주방위군을 직접 통제한 드문 사례라는 점이다. 10 U.S.C. §12406은 미국이 외국의 침략을 받거나, 정부에 대한 반란이 발생했거나, 통상적인 병력으로는 법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 대통령이 방위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번 시위를 "미국 정부 권위에 대한 반란의 형태"로 규정하고 병력을 투입했다.

 

이 조치는 포시 코미터터스 법(Posse Comitatus Act)에 따라 군 병력이 일반적인 민간 법 집행에 관여할 수 없다는 원칙과도 충돌할 수 있다. 하지만 §12406 조항에 근거한 이번 연방화 조치는 연방 정부 요원과 시설 보호라는 예외적 범위에서 정당화되었다. 따라서 방위군은 민간인 체포나 직접 법 집행에는 참여하지 않고,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부 요원, 그리고 연방정부 소속 구금시설, 정부 청사, 사법 기관 등 주요 연방 시설의 방호 임무에만 투입되었다.

 

캘리포니아 개빈 뉴섬 주지사는 이러한 연방 개입에 강하게 반발하며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주장했고, 카렌 배스 LA 시장 역시 "이번 혼란은 연방정부가 조장한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이라 비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개입 전에도 문제는 존재했다"고 반박하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번 병력 투입은 주지사의 요청 없이 이뤄진 드문 사례로, 마지막 전례는 1965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앨라배마에서 민권 행진을 보호하기 위해 병력을 투입한 때다. 반면 1992년 LA 폭동 당시와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시위에는 주지사의 요청에 따라 병력이 동원되었다. 이번 조치는 연방과 주 정부 간 권한 갈등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민자 체포는 LA 패션 지구, 홈디포 주차장 등에서 금요일부터 진행됐으며, 시위는 파라마운트와 컴프턴 등 라티노 밀집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트럼프는 토요일 2,000명의 방위군 추가 투입을 승인했으며, 트웬티나인 팜스 주둔 해병대 500명도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실제로 반란이나 폭동이라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군 병력을 동원해 무력 진압을 택한 것은 정치적 무리수였다고 평가한다. 현장에서는 시위가 일부 과격한 양상을 띠긴 했지만, 전면적인 치안 공백이나 공권력의 마비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은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반란법이 아닌 10 U.S.C. §12406 조항을 적용해 방위군을 연방화한 것은 법적 명분을 약화시킬 소지가 있으며, 이러한 결정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이번 군 병력 배치는 평시 법 집행 기관이 기능하고 있고 전면적인 폭동이나 내란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군을 동원해 무력으로 사태를 진압하려 했다는 점에서 위험한 선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방식은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도 정부가 민간의 정치적 표현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군사력을 앞세워 대응하는 정당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헌정 질서와 시민의 집회·표현의 자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국면은 시위 참여자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유발하고, 비폭력적인 저항의 자유를 위축시키며, 연방 정부에 의해 폭력적 충돌의 책임이 시위대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연방정부가 무력 중심의 개입을 택한 것은 지역 사회와의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