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각으로 6월 30일 월요일 오전 9시 35분부터 시작된 'One Big Beautiful Bill Act'(BBB 법안)의 상원 심의는 자정을 훌쩍 넘긴 다음 날 새벽 5시 18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20시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 마라톤 심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담은 초대형 세출·세입 법안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주요 정책을 담은 "One Big Beautiful Bill Act"(이하 BBB 법안)이 상원에서 마라톤 심의에 들어가며 미국 정가가 또 한 번 격랑에 휘말렸다. 하원을 215대 214로 간신히 통과한 이 법안은 대규모 감세와 복지 지출 삭감을 골자로 한다.
핵심 내용 요약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경제 정책이 반영된 "One Big Beautiful Bill Act"(BBB 법안)가 상원 심의에 돌입한 가운데, 하원을 통과한 법안의 핵심 내용이 공개됐다. 이 법안은 2017년 세제개편안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감세와 사회복지 축소, 해외 송금세 신설 등을 포함하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감세 및 세제 혜택 전면 확대
법안은 2017년 제정된 '세금 감면 및 일자리 법'(Tax Cuts and Jobs Act, TCJA)의 주요 조항을 연장하고 전반적인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37%를 그대로 유지하며, 자녀 1인당 세액공제를 기존 2,000달러에서 2025년부터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2,500달러로 인상한 후, 해당 공제를 영구화할 방침이다. 법인세율도 21%로 유지되며, 자영업자를 위한 QBI(자격사업소득공제)는 기존 20%에서 23%로 상향 조정된다.
고령층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제 혜택도 대폭 확대된다.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개인 기준 최대 4,000달러, 부부 기준 최대 8,000달러까지 추가 소득공제가 허용되며, SALT(주 및 지방세 공제) 상한선은 조정총소득(AGI) 50만 달러 미만 가구에 한해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상향된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평생 면제 한도도 1,500만 달러까지 확대된다.
또한 법안은 연소득 16만 달러 이하의 저소득 노동자에게 팁 및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연방소득세를 면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 혜택은 2025년부터 4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며, 다만 사회보장세(FICA)는 기존대로 부과된다.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축소: 친환경 산업에 제동
전기차 및 청정에너지 산업에 대한 연방정부의 세제 지원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BBB 법안은 바이든 행정부 시기 도입된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 설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은 2025년 9월 30일을 기점으로 조기 종료될 예정이며, 재생에너지 세액공제는 건설 개시 시점에 따라 순차적으로 축소된다. 2026년에는 감면율이 60%로 줄어들고, 2027년에는 20%로 감소하며, 2028년부터는 사실상 전면 종료된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투자 위축과 함께 산업 성장 둔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와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 설비에 대한 세액공제가 점진적으로 폐지되면, 관련 산업 전반의 수익성과 투자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BBB 법안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축소는 미국의 탄소중립 및 기후위기 대응 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해외 송금세 신설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 중 하나는 비시민권자의 해외 송금에 3.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2026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며, 연간 약 27억 달러의 세수가 기대된다. 상원에서는 은행 송금을 면제하고 현금 기반 송금만 과세하는 수정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 축소 및 수급조건 강화
BBB 법안은 사회복지 지출의 대대적인 축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메디케이드(Medicaid) 프로그램은 향후 10년간 약 6,000억 달러의 예산이 삭감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약 1,090만 명이 건강보험을 상실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일명 푸드스탬프) 프로그램 예산도 2,300억 달러 삭감된다. SNAP은 미국의 대표적인 식량 지원 프로그램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식료품 구입을 위한 보조금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현재는 전자급식카드(EBT)를 통해 월별 지원이 지급되며, 약 4천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BBB 법안은 연방정부의 SNAP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주정부에 재정 분담을 강화하고, 수급 자격 기준을 엄격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실제로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복지 전반에 걸쳐 수급 자격 요건이 한층 강화된다. 대표적으로 복지 수급자는 월 80시간 이상의 근로 또는 자원봉사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며, 자격 재심사 주기도 기존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된다. 이러한 요건 강화는 복지 사각지대 확대와 취약계층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방 재정에 미치는 영향
의회예산국(CBO)은 법안이 향후 10년간 연방정부의 세수를 3.7조 달러 감소시키는 반면, 지출은 1.3조 달러 절감해 결과적으로 2.4조 달러의 재정 적자를 추가 유발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 정책 중 하나로, 정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고소득층과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 늘어나는 반면, 복지 지출이 줄어들어 소득 분배 악화 우려가 제기된다. CBO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향후 경기 침체기나 국가 신용등급 유지에 있어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안을 지지하는 공화당 측은 감세를 통한 민간소비 촉진과 고용 확대 효과가 재정적자를 상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원 상황과 쟁점
상원 심의 과정에서 공화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정 보수주의 성향의 일부 상원의원들은 이번 법안이 초래할 대규모 재정 적자와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 그리고 복지 축소에 따른 여론 악화를 우려하며 강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상원에서 수정한 개정안은 하원 통과안보다 더욱 보수적인 방향으로 조정됐다. 메디케이드 삭감 규모는 오히려 확대됐으며, 일용직 노동자나 자녀가 없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 자격 요건도 대폭 강화되었다. SALT(주 및 지방세 공제) 상한선 역시 하원과 동일하게 4만 달러까지 확대되었지만, 이 상한은 2030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자녀세액공제는 기존 2,000달러에서 2,200달러로 소폭 인상되었고, 상원은 이를 일시적인 조치가 아닌 영구적 제도로 추진하려 하고 있다.
또한 청정에너지 산업을 둘러싼 기업들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상원은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 세액공제 종료 시점을 하원보다 느리게 설정하는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산업계와의 충돌을 최소화하고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절충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치권 반응 및 법안 전망
일론 머스크는 이번 BBB 법안에 대해 "미국 역사상 최대 부채 증가 법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공화당 의원들이 이를 지지할 경우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스크가 정부 보조금으로 혜택을 본 점을 언급하며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며, "반서민적 조세 개편"이라 규정하며 2026년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정치가가 유권자보다 자기 정치 생명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동료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에서 단 3표만 이탈해도 법안이 무산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부통령 J.D. 밴스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설령 상원에서 일부 수정된 형태로 통과된다 해도 다시 하원에서의 재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감세와 복지 축소의 범위, 청정에너지 세제 혜택 폐지 여부 등을 둘러싼 공화당 내 이견이 계속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7월 4일까지 법안을 서명받겠다는 계획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통과 시 한국에 미치는 영향: 수출부터 전기차까지 직격탄
1. 수출 환경과 송금 부담의 이중 충격
BBB 법안은 한국 경제에도 환율과 금융 흐름 양면에서 영향을 줄 수 있다. 먼저, 미국의 대규모 재정 적자 확대는 달러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원화 강세를 유발해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미국 내 감세 정책으로 소비가 확대될 경우 일부 품목의 수요 증가가 이를 상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법안에 포함된 해외 송금세 조항은 한국인 체류자에게 새로운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유학생, 주재원, 단기 체류자 등이 한국으로 송금할 경우 3.5%의 추가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현재 상원에서는 이 세금을 현금 기반 송금에만 적용하고 은행 송금은 면제하는 수정안을 논의 중이지만, 제도 시행 시 체류자들의 송금 행태와 비용 구조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 기술산업 및 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
BBB 법안은 청정에너지 산업뿐 아니라 디지털 산업 전반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산업의 경우, 미국 내 세액공제 폐지 및 보조금 조기 종료가 예정됨에 따라 기업의 투자 유인과 산업 성장 속도가 크게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은 2025년 9월 조기 종료되며, 재생에너지 설비 세액공제도 순차적으로 감면율이 낮아져 2028년에는 사실상 종료된다. 이는 미국 내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에 큰 제약이 될 수 있으며,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운영 중인 한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등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기반한 인센티브를 기대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는데, 이 같은 정책 변화는 해당 기업들의 전략 수정과 투자 계획 재검토를 불가피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미국 내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경우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한국산 전기차의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편, 디지털 및 AI 분야에서도 간접적 규제 완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공화당은 AI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를 유예하거나 완화하는 방향을 지지하고 있어, 미국 내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기조는 한국 등 외국 정부의 관련 정책 설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기술 규제 환경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나아가 국내 스타트업 및 IT기업들이 미국 진출 전략을 재조정하거나, 불공정 경쟁 구조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 대응 과제
한국 정부는 BBB 법안의 통과 여부 및 내용에 따라 산업별 영향을 정밀 분석하고, 환율 안정화, 수출시장 다변화, 미국 내 법인 전략 조정 등 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 기업들도 미국 시장 내 투자 전략 재검토, 생산지 다변화, 세제 환경 변화에 따른 회계 전략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