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최근 이어지는 무더위에 대응해 ‘폭염 종합대책’을 본격 가동하며 시민 안전 확보에 나섰다. 시는 6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를 폭염 대책기간으로 설정하고, 보건, 복지, 안전 등 전 부서가 참여하는 비상대응 체계를 운영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상청은 당분간 일 최고체감온도가 35℃ 내외로 지속될 것으로 예보했으며, 특히 습도가 높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는 이에 따라 온열질환 예방 및 취약계층 보호를 중심으로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인·장애인 등 에너지 소외계층을 포함한 폭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동주민센터 방문간호사 1,010명이 25개 자치구 전역을 돌며 11만여 명의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 시 병원 연계 및 냉방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폭염 취약지역 2,100여 곳에는 ‘무더위쉼터’ 3,932개소를 운영 중이며, 냉방기기 점검과 이용자 편의시설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야외 작업장이 많은 산업현장 근로자를 위한 ‘폭염 대응 홍보물’도 배포됐다.
도로 복사열 저감을 위해 서울시는 현재 187대 모든 살수차를 디젤차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차량은 간선도로 994km와 일반도로 979km 등 총 1,973km 구간에 하루 2~3회씩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체감온도를 낮추고 있다. 하루 총 물 사용량은 약 4만 8천 톤에 이른다. 살수 작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4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며, 폭염 경보 상황에 따라 횟수는 탄력적으로 조정된다.
그러나 살수차의 폭염 저감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3년 서울시 집중관측 연구(나성준 외, 2024, “2023년 여름철 폭염 집중관측을 통한 서울 도심환경 조건에 따른 기온 및 노면 온도의 변화 특성”)에 따르면, 살수차 통과 직후 도로 표면 온도는 약 3~4℃ 낮아졌으나, 약 20분 내외에 다시 원상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공기 온도는 지면 30cm 높이에서만 약 0.7℃ 낮아졌고, 성인 호흡 높이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보도(인도) 주변의 온도도 11.5℃ 낮아졌으나, 이 역시 지속 시간은 짧았다.
실제 지자체들의 관측 결과도 유사하다. 서울 강북구, 서산시, 영광군 등에서는 살수차 운행 시 도로면 온도는 6~7℃, 보도 온도는 1.5℃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일시적 효과에 그쳤다. 특히 도로에 뿌린 물이 증발하면서 습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보행자의 불쾌지수가 상승하거나 도로 미끄럼으로 인한 교통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살수차 운영에 따른 예산 문제도 지적된다. 서울시는 2007~2010년 사이 도로 물청소 사업에 총 1,258억 원을 투입한 바 있으며, 살수차 한 대당 구매비용은 1억 7천만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운전원 인건비, 연료비, 유지관리비 등을 더하면 1대당 연간 운영비는 수천만 원에 이른다. 중구의 경우 2024년 한 해 동안 13대의 살수차가 총 605회 출동해 약 2만 톤 가까운 물을 살포했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살수차를 조달청 등록업체로부터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한 사례도 발생해 예산 낭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특정 업체를 반복적으로 이용하거나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물론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지자체도 있다. 광진구는 수소 연료전지 방식의 친환경 도로청소차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국비·시비 총 23억 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또한 도시 전체의 열섬 완화를 위해서는 단기적 대응을 넘는 종합적 전략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공원이나 물가 공간 조성, 그늘막 및 식생 기반 인프라 확대, 스마트 살수 운영 시간 조절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폭염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의 한 단면이다. 따라서 폭염 대응 정책도 단기적인 냉각 효과를 넘어서, 장기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친환경 차량 도입, 자연기반 해법 확대, 에너지 고효율 인프라 구축 등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방향에서 폭염 대응 전략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에너지 취약계층은 폭염에 더욱 취약한 만큼, 이들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가정용 태양광 패널 보급, 단열재 강화, 고효율 냉방기기 지원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방안은 에너지 복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탄소중립이라는 환경적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통합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폭염은 단순히 불쾌지수를 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생명과 직결된 재난”이라며, “야외활동은 가급적 자제하고, 물 충분히 마시기, 통풍이 잘 되는 옷 입기, 무더위쉼터 활용 등 폭염 대응 수칙을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