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재판 연기… 헌법 84조 첫 실질 적용

대법원, 대선 앞두고 무리한 속전속결… 재판 정치화 자초하고 혼란만 남겨

서울고등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일정을 연기하며, 헌법 제84조가 사상 처음으로 실질 적용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9일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오는 18일 예정돼 있던 공판기일을 변경하고,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소추'란 검찰 등의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자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기소한 뒤 형사재판을 청구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즉, 대통령은 특정 중대한 범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수사, 기소, 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은 이 조항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실제 재판 절차에 적용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중단된 것이다.

 

이 사건은 대선 전부터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주목을 받아왔다. 대법원은 지난 5월 1일 해당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후 불과 9일 만인 10일,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총 6만여 장에 달하는 방대한 재판기록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이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고법도 지난달 15일 첫 공판기일을 지정하며 고등법원 차원에서도 빠른 심리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당시 이 후보 측은 선거운동 기간의 공정한 보장을 위해 공판 연기를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관련 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가 제기됐으나, 법원은 5월 30일부터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며 일반 국민에게 해당 정보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없다고 통지하고 있다.

 

그러던 중 6월 3일 치러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며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됐고, 이에 따라 형사 재판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헌법 제84조에 저촉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재판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법조계는 이번 사례를 두고 헌법상 대통령의 형사소추 불가 원칙이 실제로 작동한 첫 사례라며, 향후 유사한 사안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둘러싼 논의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번 재판은 대통령의 임기 동안에는 중단되며, 적용 법률의 개정되지 않는다면 퇴임 이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