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내란 혐의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위한 마지막 절차가 변호인단의 파상적인 법정 전략에 가로막혀 13일로 넘기게 되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9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피고인 8명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으나, 피고인측 변호사의 법정 필리버스터로 인하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는 13일로 기일을 연기했다. 당초 이날 예정되었던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구형과 피고인 최후 진술은 변호인단의 장시간 서증조사 요구와 이의 제기로 인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이는 단순한 일정 지연을 넘어, 방어권 보장이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사법 정의가 충돌하는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공소장 변경이 불러온 나비효과
이번 파행은 지난 7일 재판부가 특검팀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검은 재판 과정에서 확보된 노상원 수첩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법정 진술 등을 토대로, 내란 모의 시점을 기존 공소장에 적시된 '2024년 3월'에서 '2023년 10월'로 5개월가량 앞당겼다. 이는 내란 혐의의 계획성과 중대성을 강화하는 결정적인 변화였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즉각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변경된 공소 내용을 두고 "특검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된 의견서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며, 사실상 새로운 기소에 준하는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법리적 반발은 9일 공판에서 서증조사를 통한 지연 전략의 명분으로 작용했다.
'법정 필리버스터' 전략의 모순과 한계
9일 공판 현장에서 변호인단이 보여준 행태는 사실상의 '법정 필리버스터'에 가까웠다. 변호인단은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 하나하나에 대해 장시간 의견을 개진하며 재판 시간을 소모했다. 특히 김용현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본안과 직접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것 까지 거론하며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주목할 점은 변호인단의 이러한 태도가 지난 7일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사실이다. 재판부는 당초 방대한 서증조사 분량을 고려해 8일에 별도 기일을 지정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당시 변호인 측은 "준비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그래놓고 정작 9일 본 공판에서는 물리적 시간 부족을 이유로 장시간 발언을 이어간 것은, 재판 지연을 위한 의도적인 전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재판부의 이례적 질책과 향후 전망
재판 중 설전이 지속되자 지귀연 부장판사는 변호인단을 향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징징대지 않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질책을 쏟아냈다. 이는 재판부가 변호인단의 행위를 정당한 변론권 행사가 아닌, 의도적인 재판 방해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전 9시 20분 부터 시작되었던 재판은 오후 9시를 넘어 재판부는 물리적 한계를 인정하고 13일로 기일을 추가 지정하며 폐정을 선언했다.
오는 13일 속행될 공판에서는 특검의 최종 의견 진술(구형)과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법조계는 내란죄가 단순한 형사 범죄를 넘어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국가 체제 자체를 붕괴시키려 한 중대 범죄였다는 점을 들어, 법정 최고형인 사형 구형이 타당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내란죄는 실제 살인이나 직접적인 유혈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 그 자체가 국가 존립에 대한 치명적인 위협이기에 엄중히 처벌된다는 법리적 해석이 강조되고 있다. 비록 한국이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지만, 특검의 사형 구형은 다시는 한국 사회에서 헌정을 파괴하는 내란 행위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하고도 상징적인 역사적 경고의 의미를 갖는다. 내란 수괴 혐의의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무기금고에 한정된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13일 내려질 구형량과 이어질 2월 1심 선고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