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헌선’ 확보…다카이치 정권, 평화헌법 개헌하나

‘개헌 드라이브’ 재가동…동북아 질서 바뀌나

 

일본 집권 자유민주당이 8일 중의원(하원) 총선에서 단독으로도 ‘개헌선’(재적 3분의 2)을 넘기며, 전후 일본 정치의 최대 난제였던 헌법 개정 논의가 다시 현실 의제로 부상했다. 일본 주요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자민당은 중의원 465석 중 316석을 확보해 3분의 2(310석)를 상회했고, 연정 파트너인 일본유신회가 36석을 보태 여권 합계는 352석이 됐다.


물가·감세 공약이 전면…중의원 임기 4년

 

이번 총선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1월 중의원을 해산해 치러진 ‘스냅 선거’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선거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쟁점은 물가·생활비 부담 완화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식료품에 적용되는 소비세(경감세율) 한시 중단과 대규모 경기부양 패키지 등을 내세웠고, 시장에서는 재정건전성·국채 부담과의 충돌 가능성도 거론됐다.

 

총선으로 선출되는 중의원 의원의 법정 임기는 4년이다. 다만 일본 헌법은 중의원이 해산되면 임기를 채우기 전에 종료된다고 규정해(헌법 제45조), 실제 임기는 정국 판단에 따라 더 짧아질 수 있다. 총리(내각총리대신)의 경우 ‘몇 년 임기’처럼 기간이 고정된 제도는 아니다. 의회 신임과 정치적 다수 유지가 전제인 구조로, 중의원 불신임 결의 등이 발생하면 내각 총사퇴 또는 해산 등 정치적 선택이 이어질 수 있다.


개헌선 확보 … 헌법 9조·긴급조항이 핵심 의제

 

헌법 개정은 양원(중의원·참의원) 각각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발의하고, 이후 국민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확정된다(헌법 제96조). 이번 선거로 여권이 중의원에서 3분의 2를 확보한 것은 개헌 추진의 강한 출발점이지만, 실제 개정 성사 여부는 참의원에서의 3분의 2 구도와 국민투표 여론이라는 추가 관문을 넘을 수 있는지에 달렸다.

 

개헌 의제로는 크게 두 축이 반복적으로 거론된다. 첫째는 헌법 9조(평화조항)다. 이른바 ‘정상국가’ 담론과 맞물려,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는 수준을 넘어 자위대가 아닌 ‘군대’ 보유를 가능하게 할지가 논쟁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현행 9조는 전쟁 포기와 전력 불보유, 교전권 부인을 규정하고 있어, ‘군대’ 보유를 명시적으로 열어두려면 조문 자체의 수정·재구성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많다. 반대로 ‘자위대 명기’처럼 현 체제의 해석 범위를 정리하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9조는 전후 체제의 상징적 영역인 만큼, 문구와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둘째는 긴급사태(비상) 조항이다. 대규모 재난·유사시 정부 권한과 국회 기능을 어떻게 설계할지를 두고, 신속 대응을 위한 권한 강화 주장과 권력 집중·기본권 제한 위험을 제어할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맞선다.

외신들은 다카이치 정권이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안보(방위비·대외정책)와 이민 등에서 ‘보수 노선’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경우 개헌은 경제 공약과 별개로 정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정치 프로젝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동북아 파장: ‘군대 보유’ 논쟁이 대만·중국 변수로 

 

이번 총선은 다카이치 정권에 ‘강한 의회 권력’을 안겨줬지만, 헌법 개정은 여전히 높은 절차적 장벽과 사회적 합의를 요구한다. 개헌 드라이브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일본 정치의 갈등 축은 ‘경제’에서 ‘국가의 형태’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9조 개정이 ‘자위대 명기’를 넘어 사실상 ‘군대 보유’로 읽히는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 동북아에서 안보 딜레마가 커지며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대만해협 유사시(대만 문제)와 연동될 때 일본의 역할 확대는 중국의 반발을 부르고, 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맞물려 중·일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