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에너지 혁명이 온다.. 전기로 집안 모든 것을

정부, 2026년 히트펌프 보급 시범사업과 요금제 개편으로 길을 연다

한국에서 전기는 비싸다는 말은 상식처럼 굳어 있다. 여름철 에어컨도 부담인데, 겨울 난방과 온수까지 전기로 돌리면 ‘요금 폭탄’을 맞는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전기로 기존 냉방, 요리 등에 이어 난방까지 하자는 전기화 논의가 번번이 전기요금 불안에 막히는 이유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히트펌프 보급 구상은 이 불안을 새로운 기술과 에너지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식이다.  올해(2026년)부터 시범사업을 통해 가정이 신기술의 혜택을 경험하게 한다. 또, 비싼 전기 요금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주택용 누진제 미적용을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마련을 추진한다.


연탄→기름→LNG… 가정 에너지는 늘 ‘문제 해결’의 역사

 

한국의 가정 에너지사는 전환의 연속이었다. 과거 나무를 난방과 요리에 사용했을 때 나무 사용 자체가 매우 불편했고, 수많은 산을 황폐하게 만들고, 수해, 산사태를 일으켰다. 연탄·석탄 시대로 넘어왔지만, 도시매연의 주범으로 지목되었고 연탄가스 중독으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1980년대 후반 기름보일러가 확산했고, 1990년대 이후 도시가스가 표준 연료가 됐다. 전기는 이미 70년대 이후 거의 모든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앞선 에너지에 비해서 편리하지만, 아껴써야 하는 소중하고 비싼 에너지로 각인돼 왔다. 전기 요금 누진제로 말미암아 조금만 전기 사용량이 늘어도 높은 전기요금이 전기 에너지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강화했다.


 

전기화의 본질은 에너지를 절약

 

전기난방을 “전기로 열을 만든다”로 이해하면, 전기화는 곧 비용 폭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히트펌프는 전기로 열을 생산하는 장치가 아니라 공기·지열·수열의 열을 옮겨 쓰는 장치인데, 실제로는 다른 에너지 원보다 적은 에너지로 고효율의 냉난방을 이룩한다. 그러므로 히트펌프를 사용하면 다른 에너지 보다 적은 탄소를 발생해서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세계 여러나라에서 전기화가 기후변화 대책의 핵심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드디어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국가 전략으로 올려놓고 있다.


 

‘체감 비용’ 걸림돌: 설치비와 누진제 부담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전기요금이다. 소비자가 걱정하는 것은 히트펌프가 편하고 사용하기 좋아도 설치비가 높지 않은 지, 겨울에 전기비 폭탄이 나오냐 여부 일 것이다. 특히 가정용 히트펌프는 가스보일러보다 초기비용이 크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정부가 보급하려는 히트펌프로 알려진 것은 가정용 공기열 히트펌프인데,  본체 가격은 약 500만~700만 원 선이며 급탕조와 배관 등 부대 설비를 포함한 총 설치 비용은 약 1,000만 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비 40%, 지방비 30%를 지원하여 소비자의 자부담 비율을 3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 경우 소비자는 약 30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히트펌프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초기 설치비 장벽을 낮추기 위해 태양광 보급 초기에 적용했던, 지원70%, 소비자 부담 30%의 파격적인 지원 제도와 비슷하다.

 

전기요금도 불안 요소다. 고효율이기 때문에 전기 에너지 사용량이 기존 열에너지 기기에 비해서 적지만, 겨울철 난방·급탕으로 전기사용량이 늘면, 누진제 구간을 넘어서는 순간 체감 단가가 급등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주택용 누진제 미적용을 포함한 요금체계 개편을 통해서 비용 부담을 줄여주려고 한다.  그래서 정부와 한전이 히트펌프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소비자가 주택용·일반용·계시별 요금제 중 자신에게 좋은 제도를 선택하게 하는 제도도 함께 거론된다.

 

올해 정부는 시범사업부터 시작한다. 온난한 지역(제주·경남·전남 등)에서 도시가스 미보급 지역의 태양광 설치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2026년 2,580가구 보급 계획이 명시돼 있다.

태양광을 이미 설치한 집을 우선 대상으로 잡은 것도 혹시라도 전기화가 요금 폭탄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설계로 보인다. 약 3kW 태양광이 설치된 가정은 히트펌프를 설치해도 전기요금 부담이 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이다.  조건이 좋은 주택을 대상으로 설치해서  실증 데이터를 먼저 만들고, 이후 요금제 개편과 보조 설계를 통해 확산 경로를 열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전기화는 ‘전기 더 쓰기’가 아닌 ‘덜 쓰게 만드는 구조’로

 

다시 온 가정 에너지 전환 시대이다. 어쩌면 이번 전환이 지금까지의 전환보다 더 본질적인 변화를 만들지도 모른다. 이번 전환은 연료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난방·온수를 전기로 옮기되 총에너지(그리고 배출)를 줄이는 체계로 재구성하는 전환이다.

 

그 성패는 히트펌프의 성능이 아니라, 초기 설치비와 누진제 불안을 어떻게 제거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 대 보급 목표를 제시하고, 동시에 주택용 누진제 미적용을 포함한 요금체계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비싼 전기” 프레임을 정책으로 해체하겠다는 신호다.

 

이제 남은 과제는 단순하다. 시범사업을 통해서 설치비·요금·실내쾌적·A/S 품질까지 숫자로 공개해, 소비자가 전기화가 편하고, 다른 에너지원에 비용과 비슷하면서도 기후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올바른 일에 참여하는 일임을 입증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