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세종 완전 이전’ 꺼내자…우 의장 ‘국민투표법 선(先)개정’ 압박

6·3 동시투표 헌법개정 등 구도 커지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기기 위해 헌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하루 전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여야가 서로 다른 의제로 개헌 카드를 꺼내 들면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묶는 구상이 다시 국회 전면으로 올라왔다.

 

다만 개헌 논의의 ‘절차 관문’으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연이어 강조해온 국민투표법 개정이 꼽힌다. 우 의장은 “설 연휴 전까지 국민투표법 개정을 완료해야 한다”고 못 박으며, 개헌 논의가 ‘투표를 치를 법’이 없어 막히는 상황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여야가 각자 꺼낸 ‘원포인트’…공통분모는 ‘지방선거 동시 국민투표’

 

장동혁 대표는 대표연설에서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규정하고, 정부·국회 기능의 세종 이전을 임기 내에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개헌과 특별법, 청사 건설 등 ‘패키지’를 함께 검토하자는 취지다.

 

민주당은 전날 대표연설에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원포인트 개헌’ 의제로 내세웠다. 개헌의 폭을 넓히기보다, 합의 가능한 한 지점을 먼저 처리하자는 방식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제시하는 개헌의 ‘내용’은 다르더라도, 실행 시점과 방식에서 ‘지방선거 동시 국민투표’라는 공통분모가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별 의제를 둘러싼 정쟁 가능성은 남지만, 적어도 “지방선거와 같은 전국 단위 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붙이자”는 구도는 여야가 잇달아 언급하며 힘을 얻는 모습이다.


우원식 “국민투표법, 설 전까지”…개헌 논의의 선결 조건

 

우원식 의장은 2월 임시국회 개회사를 통해 “국민투표법 개정을 더는 미루지 말자”며, 설 연휴 전 개정을 목표로 여야 협조를 촉구했다. 우 의장이 ‘시한’을 제시한 이유는 명확하다. 개헌을 하자고 해도 국민투표를 치를 절차법이 정비되지 않으면, 결국 개헌 논의는 실행 단계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우 의장은 특히 개헌 자체에 대한 찬반을 넘어, 국민투표 제도가 ‘위헌 상태로 방치된 현실’이 국회의 책임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해왔다. 여야가 개헌을 각자 정치 의제로 활용하려 하더라도, 국민투표법 정비는 ‘누구도 피해가기 어려운 기초 공사’라는 의미다.


‘국민투표법’ 왜 병목인가…헌법불합치 이후 10년 공백

 

국민투표법은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 보장 문제 등을 둘러싸고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개정이 지연돼 왔다. 제도가 정비되지 않으면, 국민투표를 전제로 하는 개헌 절차가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누적돼왔다.

 

이 때문에 국회 안팎에서는 ▲재외국민 투표권 보장 ▲투표 방식·절차의 현대화(사전투표 등) ▲선거관리 실무와의 정합성 같은 쟁점을 포함해 국민투표법부터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우 의장이 ‘설 전’이라는 구체적 시점을 언급한 것도, 지방선거와 국민투표를 묶는 일정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준비 기간을 감안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수도’와 다른 현안들 사이…원포인트 범위와 합의 설계가 관건

 

여야가 개헌을 꺼냈다고 해서 곧바로 ‘원포인트 개헌’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첫째, 원포인트의 범위를 어디까지 좁힐지 합의가 필요하다. 둘째, 수도·행정수도처럼 헌정 질서와 상징성이 큰 의제는 조문 설계 방식에 따라 정치적·법적 논쟁이 격화될 수 있다. 셋째, 국민투표법이 먼저 통과되지 않으면 ‘동시 국민투표’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여야 지도부 연설에서 연달아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 언급되면서, 개헌 논의는 다시 “할 것이냐”에서 “어떤 한 줄을 먼저 고칠 것이냐”로 이동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가 국민투표법부터 정비해 ‘절차의 문’을 열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다음 단계에서 수도·5·18 등 상징적 의제를 어디까지 ‘원포인트’로 묶어낼지가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