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USAID 해외 원조 동결

전 세계 인도적 지원 위기

 

수십억 달러의 해외 원조 중단, 수천 명 해고

미국 정부의 해외 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가 대규모 구조조정과 예산 동결 조치로 인해 심각한 운영 차질을 빚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후 첫날(1월 20일), 그는 90일간 해외 원조를 전면 동결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어 1월 24일, 피터 마로코 USAID 정책 담당자는 이 명령을 예상보다 강력하게 해석하여 시행함으로써, 전 세계 수천 개의 원조 프로그램이 즉시 중단되고 수천 명의 직원이 해고되거나 강제 휴직 상태에 놓였다.

 

USAID란?
USAID는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의 해외 원조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한 독립 기관이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 냉전 상황에서 해외 지원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으며, USAID는 이를 수행하는 주요 기관이 되었다. 이후 USAID는 소련 붕괴 후에도 유지되었으며, 현재는 러시아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내 보수 진영에서는 USAID가 불필요한 예산 낭비이며, 진보적 가치를 확산하는 도구로 사용된다고 비판해 왔다.

 

한국과 USAID의 역사
한국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 USAID의 주요 원조 대상국 중 하나였다. 한국전쟁 이후 USAID는 식량, 보건, 교육, 인프라 재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을 제공했으며, 특히 경제 개발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USAID의 지원은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으며, 현재 한국은 개발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개발원조 프로그램
한국은 현재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USAID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며,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에서 인프라 개발, 보건, 교육,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원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과거 USAID로부터 받은 원조 경험을 바탕으로, 수원국의 필요에 맞춘 맞춤형 지원을 강조하며 국제 개발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와 그 영향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예산 삭감을 넘어, 해외 원조의 근간을 흔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까지 USAID의 수십 명의 고위 관리가 직무 정지 상태이며, 수천 명의 계약직 직원이 해고되었다. 워싱턴 본부 직원들은 출입이 금지되었고, 공식 웹사이트와 X(구 트위터) 계정도 폐쇄됐다.

또한, 원조 단체들은 이번 동결 조치로 인해 심각한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2024년 미국은 이 지역에 65억 달러(약 8조 7천억 원)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상당 부분이 차단되었다. 또한, HIV 감염자 치료를 지원하는 클리닉이 문을 닫았으며, 1980년대 세계적 에이즈 유행을 억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프로그램도 중단되었다.

 

일론 머스크의 USAID 해체 주장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 효율성 부서(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연방 정부의 지출을 감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머스크는 USAID를 "범죄 조직"이라고 비난하며, 이 기관의 예산이 불법적이고 위험한 프로그램에 사용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해외 원조의 미래는?
미국은 2023년 회계연도에 약 400억 달러(약 53조 6천억 원)를 해외 원조에 지출했다. 이는 전체 연방 예산에서 1% 미만을 차지하지만, 미국 국민 상당수는 이 비율이 30% 이상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2023년 3월 실시된 AP-NORC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0%는 정부가 해외 원조에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의 90%는 원조 삭감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USAID를 해체할 수 있을까?
민주당은 대통령이 USAID를 해체할 헌법적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트럼프가 이를 강행할 경우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에서도 해외 원조 예산을 3분의 1로 삭감하려 했으나, 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행정부는 예산 동결 등의 전술을 사용하여 실질적으로 원조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조치를 취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이러한 조치가 ‘예산집행통제법(Impoundment Control Act)’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도 행정명령을 통해 원조 삭감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X(구 트위터)에 "행정명령으로 시작한 일은 행정명령으로 끝낼 수 있다"며 트럼프의 USAID 해체 시도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전망
USAID에 대한 논란은 미국의 외교 정책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도적 지원 체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조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개발도상국의 보건·교육·난민 지원 프로그램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의회와 국제사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법적·정치적 논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