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는 어떻게 체제를 위협하는가?

미국의 알렉스 존스 사례부터 한국의 가짜뉴스 사례까지

샌디 훅 음모론과 사법적 단죄

 

2012년 12월,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 사회 전반에 심대한 충격을 안겼다. 이 비극으로 20명의 초등학생과 6명의 교직원이 목숨을 잃었고, 사건 이후 미국 내에서는 총기규제와 정신건강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게 이어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기도 했다. 극우 성향의 음모론자 알렉스 존스(Alex Jones)는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인포워스(Infowars)'를 통해 이 사건을 "정부가 연출한 허위극"이라고 주장하며, 피해자 가족들을 '위장 배우'로 낙인찍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소수 의견이 아닌, 수백만 명의 청취자와 시청자를 보유한 플랫폼을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존스의 허위 주장은 유튜브, 라디오, 팟캐스트 등을 통해 퍼졌고,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거대한 파급력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피해자 가족들은 단순히 고인을 잃은 고통을 넘어, 협박, 사이버스토킹, 살해 위협 등 2차 피해에 시달려야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피해 아동 노아 포즈너의 아버지인 레너드 포즈너(Leonard Pozner)가 있다. 그는 존스의 지지자들에게 개인 정보가 노출되어 반복적인 협박을 받았으며, 신변의 안전을 위해 수차례 이사를 해야 했다. 이후 그는 'HONR 네트워크'라는 단체를 설립해, 허위정보에 대응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코네티컷 법원은 존스의 허위 주장으로 인한 피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14억 달러(약 1조 9천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는 이에 항소했지만, 2025년 4월 코네티컷 대법원은 항소를 기각하며 해당 판결을 확정했다. 이 결정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분명히 하며, 허위정보 유포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강조하는 상징적 판례로 평가된다.

또한 텍사스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진행되었으며, 다른 피해자 가족들은 별도로 약 5천만 달러의 배상을 받았다. 존스는 항소를 통해 표현의 자유와 절차적 위법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허위정보 유포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을 기각했다. 결국 그는 개인 파산을 신청했고, 현재 인포워스를 포함한 그의 자산은 청산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한국 사회의 위기: 디지털 플랫폼과 혐오 콘텐츠의 결합

 

이 사건은 미국 사회 내부의 정보 생태계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었는지를 드러내며, 가짜뉴스의 실질적 위험성과 그 사회적 비용을 조명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는 단지 미국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2025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유사한 위기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허위정보 유포는 텔레그램, 유튜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AI 기반 기술의 발전으로, 위조된 음성 녹음, 조작된 이미지, 자동 번역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허위 콘텐츠가 손쉽게 제작되고 유포되고 있다. 2025년 상반기에는 하루 수백 건에 이르는 AI 생성 허위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왔으며, 다수의 유튜브 채널이 이를 통해 수천만 원의 슈퍼챗 후원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이** TV'로 알려진 채널은 72시간 연속 생방송과 이벤트성 콘텐츠(예: "탄핵 무효화 시 군복 입고 춤추기")를 통해 극우 메시지를 유포했고, 약 4,700만 원의 후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적 선동과 상업적 수익이 결합된 '혐오 경제(hate economy)'의 구조가 국내에도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정치권과의 연계 및 허위정보의 제도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가 단지 개인 차원의 생산·소비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다. 2025년 2월, "중국인 99명 선관위 연수원 체포"라는 제목의 가짜뉴스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서 최초 유포된 뒤 불과 14시간 만에 국민의힘 대변인의 공식 논평으로 인용됐다. 해당 뉴스는 명백한 허위로 드러났지만, 정당의 미디어 전략 조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 여론처럼 포장하는 메커니즘이 드러났다. 이는 허위정보의 정치적 재가공, 즉 '제도화된 가짜뉴스'의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는 반중(反中) 정서를 자극하는 가짜뉴스도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의대 정원의 40%가 화교 전형"이라는 주장은 2024년 교육부 통계상 실제 수치인 0.003%와 전혀 맞지 않지만, 2025년 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수백 차례 재유포되며 여론을 자극했다. 이는 '한국 의료 붕괴', '의료 패싱' 등의 감정적 키워드와 결합되어 외국인 혐오 정서를 증폭시켰고, 일부 극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치적 담론으로도 흡수되었다. 이는 2010년대 일본의 혐한 시위 세력 '재특회'의 담론 전략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허위정보 시대, 민주주의의 면역체계를 시험하다

 

알렉스 존스 사례는 허위정보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공적 담론을 왜곡하며,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드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보는 단지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사회적 권력이고 구조다. 그것이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왜곡될 때, 민주주의는 기능을 잃는다.

한국 사회 역시 현재 정보 생태계의 위기 속에 놓여 있다. 디지털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며, 혐오와 음모론이 더 많이 소비되고 더 많이 확산되는 구조를 낳고 있다. 정치권 일부는 이를 여론으로 수렴해 정책과 메시지에 반영하며,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막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와 플랫폼 자율규제는 물론, 시민 개인의 정보 판단력과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이 절실하다. 또한 허위정보에 대한 교육과 사회적 대화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며, 정당과 언론, 플랫폼이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도록 견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가 공유하는 '사실의 기반'이 붕괴될 때,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정보의 신뢰성과 공적 책임,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