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 본격화… 외국인 전문인력 유치에 속도

지역맞춤형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

 

2025년, 경상남도가 법무부의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외국인 전문 및 기능인력의 지역 정착을 통해 인력난 해소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정책을 본격화한다. 이 정책은 단순히 단기적 수요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 전반의 지속가능한 인력 구조를 재편하려는 중장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상공회의소 수요조사와 대학 의견 조회 거쳐 ‘경남형 모델’ 설계

 

경남도는 이번 광역형 비자 모델을 설계함에 있어 지역의 상공회의소와 협력해 산업계 수요조사를 선행 실시했으며, 도내 주요 대학 및 전문교육기관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인력 수급의 현장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이러한 조사와 의견 조회가 "지역 산업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기반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기계, 금속, ICT, 콘텐츠 분야 등 총 21개 직종이 중점 산업군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경남의 지역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밀 설계 결과로 평가된다.

비자 신청 자격도 기존 제도보다 완화되었다. 과거에는 석사 이상의 학위나 5년 이상의 경력이 요구되던 일부 직종도, 이제는 학사 학위 소지자도 신청이 가능하며, 경력 요건 역시 3년으로 완화되었다. 다만, 산업현장 적응력을 고려해 기본적인 한국어 능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소 TOPIK 1급 이상의 언어 능력은 필수 항목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현장 소통 능력과 안전관리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E-7 비자 제도 개편과 디지털화… 지역과 연결된 유연한 이민정책

 

경남형 광역비자 모델은 2025년부터 전면 개편된 E-7 비자 제도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E-7은 「출입국관리법」 제10조에 따라 외국인의 전문 활동을 허가하는 체류자격으로, 총 89개 직종에 대해 네 가지 하위 유형(E-7-1~E-7-4)으로 구분된다. E-7-1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전문 인력, E-7-2는 준전문직 서비스 인력, E-7-3은 기능인력, E-7-4는 숙련 기능인을 대상으로 한다.

2025년부터는 기존의 국민총소득(GNI) 비율 기반 임금 요건이 폐지되고, 절대금액 기준으로 통일되었다. 예를 들어, 전문인력(E-7-1)의 경우 연 2,867만 원 이상의 연봉을 보장해야 하며, 이는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요건 차등이 사라짐에 따라, 중소 제조업체 역시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구조로 전환되었다.

또한, 비자 신청 절차 전반이 디지털화되었다. 모든 신청은 'K-VISA 포털'을 통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며, AI 기반의 자격 검토 시스템, 실시간 서류 진위 검증, 자동 알림 기능 등이 도입되어 신청자 편의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이는 행정 간소화뿐 아니라 허위 서류 제출 등의 위법 행위 방지에도 기여하고 있다.

경남도는 이러한 제도 개편을 지역 정책에 접목하여, 자체 고용추천서 발급권한을 활용하고, 일부 절차를 지방정부가 직접 주도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도입했다. 여기에 자회사 숙련인력 특례 조항도 포함되어, 해외 자회사에서 근무한 인력을 국내 본사로 바로 도입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했다.


산업계 요청 반영한 유연한 인력제도 운영… 조선업 등 전략분야 확대 예정

 

산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포함된 조항 중 하나는 바로 자회사 해외근무자 특례제도다. 이에 따라 해외 자회사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며 기술력과 조직 문화를 습득한 외국인 숙련 인력이, 국내 본사로 직접 전환되어 근무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이 열렸다. 이는 기업 내 문화 적응력과 기술 연속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업의 글로벌 인력 운용 전략과도 부합한다.

아울러 경남도가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조선업이다. 조선업은 현재도 도내 주요 산업군 중 하나로 분류되며,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경남도는 조선업 분야에 특화된 현장 중심 평가 기준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산업통상자원부 및 법무부와의 협의를 거쳐 신속히 시행할 예정이다.


외국인 정착 올케어(ALL-Care) 체계… 경남도, 인센티브도 제공

 

경남도는 단순히 외국인 인력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시군구에 국한되지 않고 경상남도 전역 내에서 거주하거나 취업하면 되는 광역형 비자의 특성을 살려, 지역 내 안정적인 정착과 장기 체류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총 5개의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창원, 김해, 양산, 사천, 거제)가 운영 중이며, 이들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한국어 교실, 주거환경 개선 사업, 통번역 서비스, 맞춤형 생활 상담 등이 제공된다.

또한,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교육, 정주 지원, 커뮤니티 연계 활동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장기 체류 중인 우수 외국인력에게는 도지사 표창 등 명예적 인센티브도 마련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내 소속감과 유대감을 강화하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정책적 함의와 향후 과제

 

일각에서는 경남도의 사례가 지역 수요에 기반한 외국인 유치 모델로서,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 이민정책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과 교육기관, 지자체가 연계된 협력 구조가 새로운 지방 이민정책 모델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심각한 인력 미스매치와 지방 인구소멸 문제 해결의 돌파구로 기대되는 측면도 있다. 지역 산업계는 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전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대학은 졸업 이후 정착 가능한 경로를 제시함으로써 지역 청년 유출 방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학업을 마친 뒤에도 지역에 남아 취업 및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이는 단순한 유학 수요를 넘어 지역 인구 유지와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인권 보호, 차별 방지, 정착 지원의 질적 수준 등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경남도 경제통상국 조현준 국장은 “이번 광역형 비자 모델은 경남 산업현장의 요구와 제도 개선을 반영한 실효성 중심의 정책”이라며 “외국인 인력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