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세계 최초 재조합 단백질 탄저백신 개발성공

국내 기술로 자급화 성공

 

질병관리청과 ㈜녹십자가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의 재조합 단백질 기반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으며, 탄저백신의 국내 자급화가 현실화됐다. 기존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탄저백신을 국산화함으로써 안정적인 공급체계가 구축되었고, 수입 비용 또한 크게 절감될 전망이다.


28년간의 개발 여정과 성과

질병관리청은 1997년부터 백신 후보물질 발굴과 기반연구를 시작했으며, 이후 ㈜녹십자와의 협력을 통해 공정개발과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 백신은 탄저균의 방어항원(Protective Antigen, PA)을 기반으로 한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개발되었으며, 기존 백신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독소 잔존 문제를 개선한 보다 안전한 제품이다. 상용화된 재조합 단백질 탄저백신으로는 세계 최초 사례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탄저균 독소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항체가 유의미하게 생성되었으며, 중대한 이상 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탄저균의 특성상 인체 대상의 대규모 임상 3상 시험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질병관리청은 관련 특별법에 따라 동물시험(Animal Rule) 방식을 통해 효과를 입증했다. 동물 실험 결과, 높은 항체 생성과 생존률이 확인되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탄저백신 국산화는 국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감염병에 대한 국내 백신 개발을 지속 추진하고, 백신 분야가 바이오의약품 산업 성장의 견인차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탄저병 발생 이력과 대응 현황

 

탄저균은 감염 시 치명률이 높아, 생물테러에 활용될 수 있는 고위험 병원체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1905년 최초 발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에도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인 발생이 있었다.

  • 1992년 충남 대천에서는 소의 간을 생식한 13명의 위장관형 탄저병 환자가 발생했고, 3명이 사망했다.

  • 1994년 경북 경주에서는 폐사한 소의 고기를 주민들이 나눠 먹은 사례에서 28명 중 3명이 사망했다.

  • 1995년 서울 영등포의 정육점에서는 감염된 소의 생골을 섭취한 종업원 2명 중 1명이 사망했다.

  • 2000년 경남 창녕에서는 폐사한 소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5명의 피부형 탄저병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주로 동물 사체의 부적절한 처리와 위생관리 미흡으로 인한 2차 감염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로는 발생 보고가 없으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탄저균이 검출된 사례나 토양 샘플에서도 검출된 바 없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여전히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접종 대상과 비축 계획

 

이번 백신 자급화는 국가 보건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질병관리청 관계자에 따르면 백신의 비축량이나 구체적인 시점은 대외비로 분류되어 있으며, 관련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신은 탄저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군인과 경찰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접종할 계획안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접종 방안은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또한, 현재로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접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백신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mRNA 백신을 포함한 차세대 백신 기술 확보와 더불어 탄저백신의 안정적 생산과 비축 체계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