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프면 부모도 멈춘다 더 좋은 인천 키워드림을 위해

인천시, 비급여 의료 사각지대 보완으로 진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출산율이 바닥을 치는 지금, 지자체마다 저출생 대응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누가 더 많은 돈을 주는가'를 넘어, 실제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은 얼마나 될까. 최근 인천광역시의 '인천형 출생정책 시리즈'는 분명 기존 지자체 정책보다 한 걸음 앞서 있다. 하지만 그 안에도 뚜렷한 정책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바로 "소아 의료비 중 비급여 항목"에 대한 대응이다.


인천형 출생정책의 진일보한 구조

 

인천시는 '출생정책 6종 시리즈'를 통해 단순 출산장려금을 넘어선 구조적 대응을 시도하고 있다. 이어드림(만남), 맺어드림(결혼), 1억드림(출산), 집드림(정주), 차비드림(이동), 길러드림(돌봄)으로 이어지는 이 정책군은 결혼부터 육아까지 생애 전 과정을 아우른다. 특히 공공예식장 무료대관 및 예식비 지원(맺어드림), 맞벌이 부모의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간제 보육 및 아픈 아이 돌봄(길러드림)은 다른 지자체와 구별되는 실질적 정책이다.


하지만 빠져 있는 조각: 비급여 의료비

 

그러나 이 모든 구조 속에서 유독 빠져 있는 퍼즐 한 조각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치료받을 때 발생하는 비급여 의료비다. 현실적으로 아이가 아플 경우, 폐렴·천식·장염 같은 일반 질병으로도 수일 이상 입원하게 되며, 이때 비급여 병실료, 약제비, 검사비, 보호자 숙식·간병 비용이 뒤따른다. 이들은 모두 국민건강보험의 본인부담상한제에 포함되지 않아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은 급여 항목에 대해 일정 상한액을 초과하면 초과 금액을 환급하는 제도를 운영하지만, 비급여 항목은 이 상한제 대상에서 전면 제외된다. 즉, 병실을 상급으로 쓸 수밖에 없는 경우, 비급여 MRI를 권유받은 경우, 희귀하지 않은 질환으로 고가 약제를 처방받는 경우, 모두 본인 부담이다. 자녀가 아팠을 때 치료보다는 비용 걱정을 먼저 해야 하는 현실은, 부모로 하여금 심리적 부담을 넘어 경제적 위축까지 안기며, '아이를 아프게 하지 않는 것'이 양육의 최우선 과제가 되는 기형적 상황을 만들어낸다. 더구나 한부모 가정이나 프리랜서·비정규직 가정은 돌봄을 위해 부모가 일을 쉬면서 가계 수입까지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는다.

물론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건강보험 구조 개편과 함께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지만, 인천시가 이 사각지대를 선도적으로 메운다면 오히려 타 지자체와의 정책 격차를 더욱 벌리고, 보편복지 실험도 가능해진다. 그렇게 된다면, 인천시가 '출산만 장려하는 도시'가 아니라 '아이와 가족 모두를 지키는 도시'로서 실질적인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각지대는 곧 인구감소의 구조적 요인

 

정책은 디테일에서 갈린다. 출산장려금 100만 원을 받았지만, 아이가 아파서 병원비로 수백만 원이 나가고 부모가 직장을 쉬어야 했다면, 다음 출산은 다시 고민일 수밖에 없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경제적 이유'는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런데 그 경제적 위기는 단지 주거비, 교육비만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의료비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저소득층이 아닌 중산층에서조차 빈번히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의료복지 구조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희귀질환자, 중증질환자 등에 집중되어 있고, 일반 가정은 보호받기 어렵다. 물론 이들 가정들은 상대적으로 인적 네트워크, 정보 접근성, 대체 자원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만으로는 반복적인 의료비 지출이나 입원 간 돌봄 공백에서 오는 부담을 온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이들이 정책의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순간, 다음 출산은 멈추고, 지역의 경제활동 인구는 줄며, 인구는 다시 감소한다.


인천시가 추가로 시도할 수 있는 대안들

 

인천시는 이미 선도적인 정책 프레임을 구축했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단기적 및 중장기적 보완정책이 체계적으로 더해진다면, 전국적 모델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 정책 제안

  1. 비급여 의료비 한시적 지원 제도: 0~18세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소득과 관계없이 적용되는 연간 비급여 의료비 지원 제도 도입. 병실료 차액, 검사·약제 등 의료 실비 부담 완화를 목표로 하며, 지역 내 병원과 연계해 신속하게 시행 가능. 신청 절차 간소화, 실시간 정산 체계 구축을 통해 즉시 체감 가능한 정책효과 유도.

  2. 간병보조비 제도: 아동 입원 시 보호자가 일을 쉬어야 하는 경우, 직종과 소득에 무관하게 일정 기간 간병휴가급여를 지원. 의료기관 진단서와 입원확인서를 기반으로 신속하게 처리되며, 비공식 근로자도 신청 가능한 구조로 설계.

중장기적 정책 제안

  1. 공공의료기관 확충 및 전문의 지원: 인천시 내에 소아 진료 중심의 공공의료기관(시립 어린이병원 등)을 신규 설립하거나 기존 시립병원의 소아 진료 기능을 강화하고, 비급여 항목을 줄일 수 있도록 소아과·소아외과·소아정신과 등 필수 전문과목에 대해 시 차원의 인건비 보조 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내 소아 진료 전문의의 유입과 정착을 유도하고, 의대 정원 확대나 공공의대 설립 등 국가 정책과 연계해 인천 내 소아 진료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충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 병원이 감당하지 못하는 공공 영역의 의료 수요를 보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공의료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 보건 체계의 안정성, 그리고 아동 건강권의 장기적 보장이 동시에 제고될 수 있다.

  2. 아동 통합 의료비 보호계좌 제도 도입: 0~18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가칭 '의료비 보호계좌'를 지자체가 설계해 운영. 아이가 병원 진료를 받을 때, 급여와 비급여 항목을 통합 청구·정산하고 일정 금액까지는 시 예산으로 자동 보조되는 구조. 병원은 진료 종료 후 보호계좌로 전체 비용을 청구하고, 학부모는 실제 자기부담금만 납부하는 방식. 단, 일시 납부가 어려운 경우에는 지자체가 분납 또는 무이자 할부 방식도 선택 가능하도록 하여 가계 부담을 최소화한다. 소득, 질환, 병원 유형 관계없이 동일한 절차를 적용하며, 이렇게 통합 데이터 축적을 통해 아동 건강지표 및 의료비 구조 개선 자료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도 멈춘다'는 현실을 바꾸려면

지금 인천시는 아이를 낳게 하는 도시가 아니라,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비 사각지대'까지 포괄하는 정책이 결합된다면, 부모는 아이가 아프더라도 멈추지 않을 수 있고, 가계는 무너지지 않으며, 다음 출산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인구정책이며, 단기성과가 아닌 지역의 인구와 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전략적 복지 투자다. 단기적으로는 아이가 아플 때 당장 병원비와 생계 걱정을 덜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를 억제하고 지역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아이가 아픈 순간, 가정이 멈추지 않도록. 인천시가 그 다음 단계의 포괄적 복지 모델로 나아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