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맞물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사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2.3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연루된 일련의 형사 절차 가운데 법원이 처음으로 형사 책임의 범위와 형량을 제시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개별 사건을 넘어 사법부의 역할과 한계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비상계엄’ 자체의 위헌-위법성 판단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를 동원해 막았는지, 계엄 선포 절차에서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이 침해됐는지, 그리고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폐기 및 관련 기록 삭제가 증거인멸에 해당하는지 등 절차적-사후적 행위에 대한 형사 책임을 가르는 데 있었다. 그럼에도 국민 다수가 체감하는 ‘헌정 위기’의 기억이 재판의 프레임을 압도하면서, 법정에서 다뤄진 쟁점과 사회가 요구하는 단죄의 수위가 어긋나는 현상이 선명해졌다.
헌정 위기 사건에 비해 낮은 형량, 논란의 불씨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를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행위와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의 절차 위반을 폭넓게 인정하며, ‘대통령 권한이 사적 안전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원됐다’는 취지로 책임을 물었다. 다만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 성립을 엄격하게 따져 무죄 또는 유죄 범위를 제한하는 판단도 함께 제시했다.
형량은 특검이 요청한 징역 10년의 절반인 5년으로 정리됐다. 법원은 권한 남용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의 형사책임은 개별 구성요건과 증명 책임의 범위 안에서만 확정할 수 있다는 전통적 논리를 양형에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재판부가 ‘초범’을 작량감경 사유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권력형 헌정 위기 사건의 특성상 설득력이 약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과 최고위 공직자는 직무 범죄를 반복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첫 범행’ 자체가 통상 범죄의 초범과 같은 의미를 갖기 어렵고, 오히려 지위와 권한이 클수록 준법 의무와 책임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감경 논리와 충돌할 수 있다. 결국 초범을 감경의 핵심 근거로 삼을수록, 권력 범죄에 대한 양형이 사회적 상식과 괴리된다는 인식이 강화되며 사법부의 설명이 더 무색해진다.
특히 국민들의 문제의식은 ‘사건의 본질’에 대한 평가다.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된 권한과 조직을 동원해 영장 집행을 막고, 계엄 절차를 사실상 우회한 정황이 인정됐다면, 이는 단순한 직권남용이나 공무집행 방해를 넘어 헌정 질서 자체를 위협한 행위로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 관점에서 5년형은 ‘형법 조항을 촘촘히 적용해도 헌정 파괴의 무게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심의 분노가 향하는 곳
선고 직후 논쟁이 급속히 번진 이유는 단순히 ‘형량이 낮다’는 인상 때문만은 아니다. 12.3 사태는 헌정질서를 흔드는 수준을 넘어,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과 대통령 경호조직의 물리적 저지가 정면으로 맞서는 ‘국가기관 간 무력충돌 직전’의 긴장까지 초래했다는 점에서 사회가 체감하는 위험의 무게가 컸다. 그런데도 법원이 형량과 양형 사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헌정 위기와 제도적 충돌의 중대성이 충분히 언어화되지 못했다면, 판결은 ‘기계적 법 적용이 만들어낸 정의의 공백’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결국 쟁점은 법원이 어떤 요소를 중대하게 봤고 어떤 요소를 제한적으로 판단했는지, 그리고 헌정 질서 침해의 맥락이 양형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됐는지에 대한 ‘설명 가능성’이 충분했는지 여부로 수렴한다.
내란 재판과 사법 신뢰의 시험대
이번 1심은 내란 혐의의 본류 재판과는 별개 사건이지만, 사실관계의 일부가 겹치고 동일한 위기 국면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후속 재판에 미치는 상징적 파급력이 크다. 특히 특검이 내란 사건에서 사형을 구형한 상황에서, ‘첫 법원 판단’이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으로 정리되자 향후 본류 재판의 결론을 둘러싼 사회적 기대와 불신이 동시에 증폭될 가능성이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