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재판장 우인성 부장판사)는 28일 김건희 씨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자본시장법(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위반과 정치자금법(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위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통일교 측 현안 청탁과 연결된 금품 수수와 관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는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압수된 그라프 목걸이는 몰수했으며, 몰수할 수 없는 금품은 추징금(1281만5000원)으로 환수하도록 명령하고 가납을 덧붙였다. 특검은 앞서 세 혐의를 합해 징역 15년 등을 구형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동정범 단정 어렵다”…공소시효·입증 한계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씨가 통정매매·가장매매 등 시세조종 행위로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공소사실을 두고, ‘시세조종 세력과 공동정범’으로 묶을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시세조종을 김씨에게 직접 알려줬다는 취지의 진술이 없고, 거래 경위와 수익 정산 과정 등을 종합하면 공모 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또 일부 거래 시점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부분이 있고, 그 이후 행위에 대해서도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명태균 여론조사: “계약·지시 증거 없다”…정치자금법 무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상 여론조사 제공’이 사실상 불법 정치자금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대가로 공천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판단이 쏠렸다. 재판부는 무상 제공의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전제하면서도, 명태균 씨가 대통령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여러 사람에게 결과가 전달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명씨와 김씨 사이에 여론조사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는 증거가 없고, 묵시적 계약을 인정할 만한 사정도 부족하다고 봤다. 설문 내용이나 공표 여부 등에 대해 김씨가 지시한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결국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통일교 청탁·금품 수수: 샤넬 가방·목걸이 일부 유죄…“대가관계 인정”
반면 재판부는 통일교 측 현안을 둘러싼 청탁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 등을 통해 전달됐고, 그 과정에서 고가의 금품이 제공된 정황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샤넬 가방 수수 사실은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모든 정황을 ‘청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가방 수수와 ‘알선’ 사이에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 알선수재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목걸이 부분도 전씨 진술의 신빙성 등을 근거로 수수 사실을 인정했고, 최종적으로 압수된 그라프 목걸이의 몰수와 추징금 선고가 이어졌다.
“영부인은 권한 없어도 상징”…‘거절 책임’은 무겁게, ‘초범·반성’은 참작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서 ‘대통령에게는 광범위한 권한이 위임돼 있지만, 영부인에게는 공식 권한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영부인의 영향력과 상징성을 강조하며, 그런 지위가 금전적 청탁과 결부될 때 공정이 훼손되고 국가 신뢰가 흔들린다는 취지로 불리한 사정을 적시했다. ‘지위가 높을수록 금전적 청탁의 가능성이 커지고, 따라서 거부해야 할 책임도 커진다’는 판단이 형의 무게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동시에 김씨가 먼저 요구한 정황이 없고, 뒤늦게 물품을 반환하려 한 사정, 반성의 태도, 초범이라는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그 결과 징역 1년 8개월이 선고됐다.
시민사회, 정치권 “형식 논리” 비판도…2심 쟁점으로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판결 직후부터 평가가 엇갈렸다.
시민사회·야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판결 직후부터 평가가 엇갈렸다. 주가조작과 정치자금법 무죄 판단이 ‘형식적 논리’에 기대 핵심 의혹을 비껴갔다는 비판이 나왔고, 특히 주가조작 무죄 판단은 ‘정상화되고 있는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특히 주가조작·정치자금법 판단이 형식 논리에 머물렀다며 문제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강욱 전 의원도 법원이 주가조작 혐의에서 ‘공모’ 판단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좁혀 기존 판례의 흐름을 어긴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정치자금법 무죄 판단의 근거로 ‘계약·지시’ 등 형식 요건을 강조한 논리 구조가, 현실에선 계약서를 남기지 않으면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의원은 특히 판결의 논리 구조를 두고 “여의도연구소와는 계약을 작성하고, 명태균의 미래한국연구소와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있다면 오히려 후자가 불법적인 ‘대가성 제공’으로 의심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취지로 지적하며, 그럼에도 법원이 반대로 판단한 것은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항소심에서는 △주가조작 사건에서 공모·방조의 경계와 입증 수준 △명태균 여론조사 제공의 ‘정치자금’ 해당성 및 대가성 △알선수재에서 청탁·대가관계 인정 범위와 양형의 적정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