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오늘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포함해 총 91건의 법률안을 함께 처리했다. 국회법 일부개정안은 무제한토론에 한해 의장이 지정하는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이 본회의 사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사무처는 장시간 무제한토론이 이어질 때 의장이 사회를 계속 맡는 ‘물리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처리된 91건 가운데에서도 국회 운영 규칙을 직접 바꾸는 국회법 개정은 ‘절차의 정상화’와 ‘권한 분산’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불러냈다.
91건 동시 처리... 국회 운영부터 산업·권리 영역까지 ‘패키지 입법’
국회는 이날 국회법 개정안과 함께 산업·권리·사회정책 전반의 법안을 묶어 처리했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클러스터 지정과 기반시설 지원, 세제 지원 및 특별회계 설치 등 지원 틀을 마련했고, 저작권법은 불법복제물 ‘링크 사이트’ 운영·게시 행위를 침해로 보고 손해배상 증액(최대 5배)과 처벌 강화 등을 포함해 온라인 침해 대응을 강화했다. 다만 이날의 입법 패키지와 별개로, 본회의 진행을 둘러싼 제도 변화가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과학기술기본법·국가재정법 개정도 처리됐다. 구축형 연구개발사업과 연구형 연구개발사업을 구분해 사업추진심사, 계획변경심사, 사전기획점검 등 후속 절차를 통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뒷받침한다는 취지다.
사회정책 분야에서는 제헌절(7월 17일)을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공휴일 관련 법률 개정,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의 휴원·휴교·입원 등 사유가 있을 때 주 단위로 단기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고용평등 관련 법 개정, 학교급식이 교육의 일환임을 명시하고 급식 종사자 근로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학교급식법 개정, 생활물류 서비스 종사자를 위한 쉼터 설치·운영 의무화 등도 포함됐다.
무제한토론 ‘사회권’ 확대가 던진 제도적 질문
이번 국회법 개정의 핵심은 무제한토론이라는 예외적 절차에서만, 의장이 본회의 사회를 ‘지정’ 방식으로 분산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국회사무처는 앞서 장시간 진행되는 무제한토론에서 의장단이 사회를 계속 맡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개정 취지로 제시했다. 즉 ‘토론권 보장’과 ‘회의 진행의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사회자 범위를 넓혀 운영 리스크를 줄이려는 선택으로 정리된다.
다만 본회의 사회권은 단순한 진행 권한이 아니라, 회의 질서 유지와 표결 절차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국회 운영의 핵심 장치다. 우 의장이 의장단 권위의 근거를 사회권에서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권이 분산될 때 의장단의 책임 소재가 흐려질 수 있고, 누가 어느 국면에서 사회를 맡는지가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면 의사 진행 자체가 절차 공방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사회권 분산의 명분과 우려, 우의장의 그은 선
우 의장은 국회법 통과 직후 본회의 발언에서 의장단의 책임과 권위가 본회의 사회권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하며, 의장단이 아닌 사람에게 사회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법률로 가능해지는 상황 자체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의장단 중 한 사람이 장기간 사회를 거부하는 ‘비정상적 형태’의 무제한토론이 이어진 현실을 거론하며, 그 결과 개정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부의장의 필리버스터 사회 거부 사태를 에둘러 비판한 대목으로 해석하며, 우 의장은 이번 조치가 어디까지나 임시 처방에 가깝고 바람직한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형적 운영을 반복하는 근거가 아니라 정상적이고 책임 있는 토론 문화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사회권 분산 이후, 국회 운영은 정상화될까?
개정된 국회법 규정은 시행 이후 무제한토론 요구서가 제출된 경우부터 적용된다. 첫 적용 국면에서 의장이 어떤 기준과 절차로 사회자 지정을 운용하는지, 그리고 여야가 무제한토론을 ‘정책 토론’의 장으로 복원할지 아니면 ‘절차적 압박’으로만 사용할지에 따라 이번 개정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임시 처방이, 결과적으로 의장단 책임의 분산과 절차 갈등의 상시화를 낳을지, 반대로 토론 질서의 정상화를 촉진할지는 정치권의 선택에 달려 있다. 결국 필리버스터가 ‘진행 방식’이 아니라 ‘정책 쟁점’을 드러내는 토론으로 자리 잡을 때 이번 개정의 취지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