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일부로 중국산 저가 제품이 무관세로 미국에 반입되는 관세 우회 조항, 일명 '디 미니미스(de minimis)' 조항을 공식 폐지했다. 이 조치는 소비자 가격 인상과 통관 지연을 초래할 수 있어 소비자와 물류업계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부터 중국 및 홍콩에서 출발한 소포는 800달러 이하라도 자동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었으며, 미국 세관 당국은 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반면, 중국이나 홍콩이 아닌 국가에서 출발한 소포는 여전히 800달러 이하일 경우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발 저가 수입품이 미국 내 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으며, 디 미니미스 조항이 펜타닐 밀수에도 악용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전자상거래와 디 미니미스의 확산
그동안 소액물품면세(디 미니미스)덕분에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테무(Temu), 쉬인(Shein) 등은 미국 시장에 대량의 저가 제품을 무관세로 공급해왔고, 미국 소비자들은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미 세관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디 미니미스 혜택을 받은 소포의 수는 최근 10년간 급증하여 지난해에는 13억 개 이상을 기록했으며, 이는 초당 약 40개의 소포가 미국에 반입된 셈이다.
디 미니미스 제도는 본래 1930년대 미국 의회가 1달러 이하의 소액 물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한 조치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면세 기준 금액은 점차 상향 조정되었으며, 전 세계 여러 국가들도 유사한 제도를 채택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특히 면세 한도가 높아, 국내 제조업 보호 차원에서 허술하다는 비판이 지속되어 왔다.
물류업계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
관세 부담은 궁극적으로 물류업체가 지게 되지만, 이는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관세 부과에 따라 통관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배송 지연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복잡한 공급망과 유통 구조를 고려할 때, 일부에서는 가격 인상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가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2월 중 디 미니미스 조항 폐지를 추진했으나, 당시 미국 공항에 소포가 대거 적체되면서 물류 대란이 우려되어 시행이 연기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미중 무역 전쟁의 연장선에서 추진된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제 및 벨류체인에 미치는 파급 효과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 미국 내 소비재 가격 상승을 유도해 전체적인 물가 상승률을 자극하며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되던 저가 의류, 생활용품 등의 가격 상승은 소비자 체감 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주며,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키운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한편, 중국은 미국 시장 접근이 제한되자 자국 내 과잉 생산된 제품을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및 유럽 시장으로 덤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해당 국가의 유사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으며, 국제 무역 갈등을 확대시킬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신흥국들은 중국산 초저가 제품 유입으로 인해 자국 중소 제조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상황이 중국 경제 전반의 구조적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 중심의 성장 모델이 흔들리고 내수 회복도 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수요 위축과 무역 장벽 강화는 중국 제조업과 금융시장 전반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중국, 한국, 일본, 미국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글로벌 벨류체인을 형성하고 있어, 중국의 경기 둔화는 단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아시아와 미국 전체의 연쇄적 파급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생산되는 부품이나 원자재는 한국과 일본에서 중간재나 완제품으로 가공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며, 또는 반대로 한국과 일본에서 제조된 정밀 부품이나 핵심 소재가 중국으로 수출되어 현지에서 조립된 후 미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구조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호 의존적 구조에서는 한 국가의 생산 차질이나 수요 둔화가 곧바로 관련 국가의 수출 감소, 제조업 가동률 저하,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과 일본의 수출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며, 미국 기업들 또한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 부품 수급 불안정과 비용 상승에 직면하게 된다.
세계적 경기침체의 가능성
결국 중국의 경기 침체가 단지 자국 내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제조업 중심국가들의 전반적인 경제 위축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국가는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반도체, 정밀기계, 화학소재 등 핵심 중간재 및 부품 공급국가로 기능하고 있으며, 중국과 밀접한 생산-수요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중국의 내수 부진이나 제조업 축소는 곧바로 아시아 주변국들의 수출 감소, 고용 감소, 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생산과 수출의 위축은 다시 미국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에서 조립된 제품의 미국 수출이 감소하거나 가격이 급등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줄어들고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나아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제조업 기반 경제의 동반 침체가 기업 수익성 저하, 증시 하락,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불안 심리를 심화시킨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연쇄적 충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전세계적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세계 주요 경제기관과 연구기관들 사이에서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