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던 ‘가당 음료 부담금’ 이슈가 5년 만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이 지난 28일 SNS를 통해 설탕 소비 억제를 위한 ‘부담금’ 도입을 제안하자, 야권과 일부 언론이 이를 ‘설탕세’로 규정하며 ‘증세 논란’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단순한 용어 다툼을 넘어, 국민 건강을 위한 가격정책 수단인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우회 증세인지에 대한 프레임 전쟁이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격화되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설탕 부담금’ 공론화 제안
논란은 지난 28일 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X)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대통령은 WHO(세계보건기구)의 권고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담배처럼 설탕에 ‘부담금’을 부과해 소비를 억제하고, 그 재원을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면 어떠냐”는 취지의 제안을 내놨다.
이는 과거 2021년 발의됐다가 폐기된 법안의 취지를 되살려, 가격 정책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문제의식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다만 이번 발언이 확정된 정책 발표가 아니라 국민 의견을 묻는 ‘공론화 차원’의 제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름만 바꾼 증세” vs “물가·역진성 우려”
제안 직후인 28일 오후부터 29일까지 일부 언론과 야권은 일제히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다수 보도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부담금’이 ‘설탕세’로 표현되면서 논쟁은 곧바로 ‘증세 프레임’으로 옮겨 붙었다.
야당은 “이름만 부담금일 뿐, 사실상 서민 주머니를 터는 ‘설탕세’ 도입”이라며 우회 증세로 규정했다. 정치권과 경제계 일각에서는 ▲가격 전가에 따른 물가 상승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이 가는 조세 역진성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을 들어 반대 논리를 폈다.
청와대 “세금과 부담금은 다르다… 단정 보도는 왜곡”
‘증세론’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대통령은 29일 다시 SNS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세금(일반재정)과 부담금(특정 원인·특정 용도)은 엄연히 다르다”며 선을 그었고, ‘설탕세 시행’으로 단정해 비난하는 보도 행태를 “악의적 왜곡”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 재원 마련을 위한 공론화 과정일 뿐인데 이를 ‘증세 추진’으로 못 박는 것은 프레임 씌우기”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걷힌 재원을 공공의료라는 특정 목적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일반 재정으로 편입되는 세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금인가, 부담금인가… 쟁점은 ‘이름’만이 아니다
이번 논란은 표면적으로는 ‘세금’이냐 ‘부담금’이냐의 명칭 싸움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무엇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부과하고, 재원을 어디에 귀속시키며, 역진성과 물가 충격을 어떻게 완화할지라는 제도 설계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명칭이 먼저 부각되는 이유는 ‘세금’이라는 단어가 대중에게 곧바로 증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담배 가격에 붙는 공과금을 부르는 방식만 봐도 나라별 명칭은 다양하다. 일본은 ‘담배세(たばこ税)’와 ‘담배특별세’ 등 세금(Tax)으로 명확히 규정한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일반적으로 excise duty(소비세 성격의 간접세)를 사용한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excise tax라는 표현을 쓰는 한편, 주(State)별로는 fee(수수료), assessment(부과금), surcharge(할증) 등 다양한 용어를 혼용한다. 국제기구나 정책 문서에서는 특정 부담 회수나 억제 목적을 강조할 때 levy(부담금)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즉 해외에서도 가격을 통해 소비를 줄이려는 정책은 존재하지만, 법체계와 재정 구조에 따라 명칭은 달라진다. 이 때문에 국내 논쟁에서도 ‘이름’만으로 정책 성격을 단정하기보다 실제 설계가 세금에 가까운지, 목적성 부담금에 가까운지를 따져야 한다는 주장과, 반대로 명칭과 무관하게 소비자 가격 인상 효과는 동일하다는 반박이 맞서고 있다.
대통령은 왜 ‘부담금’을 선호하나
‘세금’은 대중에게 거부감과 함께 ‘증세’라는 인식을 강화하기 쉽다. 반면 ‘부담금’은 “건강을 해치는 원인자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논리로 정당화를 시도할 수 있어 조세 저항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 또 세금은 통상 일반회계로 들어가 폭넓게 쓰이지만, 부담금은 ‘공공의료 강화’처럼 사용처를 특정하기 쉬워 “정부가 돈이 부족해 걷는다”는 비판을 “의료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방어하기 용이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인가, 정당한 감시인가
‘설탕세’라는 표현을 사용한 언론은 부담금이든 세금이든 결과적으로 가격을 올려 소비를 줄이려는 정책 효과는 유사하고, 많은 국가에서 통칭으로 ‘sugar tax’라는 표현이 쓰인다고 항변한다. 반면 청와대는 이런 표현이 정책의 본질인 ‘국민 건강 증진’ 논의를 차단하고, ‘세금 폭탄’이라는 정쟁으로 논점을 이동시킨다고 본다. 그런데, 언론이 특정 명칭을 택하는 순간 논쟁의 무게중심이 ‘설탕이 건강에 끼치는 해악과 공중보건 대책’에서 ‘증세 공방’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이번 논란은 언론이 행정부의 정책을 감시하고 보도하는 역할을 충실히 했는가, 아니면 대통령의 발언을 증세라는 프레임에 넣어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려했는가에 닿아있다. '설탕 부담금'과 '설탕세'를 넘어서는 언론의 책무에 대한 심각한 질문이 논란의 핵심에 있다.
대안과비평 기획탐사국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