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오랜 투자로 대도시 대중교통은 촘촘한 노선망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승객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면서 많은 시민은 매일 같은 피곤한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출근길 전철은 정원을 넘어서는 승객을 싣고 달리고, 버스는 도로 정체 속에서 도착 예정 시간이 수시로 흔들린다. 대중교통은 도시의 생산성과 삶의 질을 떠받치는 동맥이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과밀’이라는 만성 질환이 일상화된 상태다.
증편-증차의 직관적 처방과 구조적 한계
혼잡을 줄이는 가장 직관적인 처방은 열차와 차량을 더 투입하는 증편·증차다. 그러나 출퇴근 혼잡은 하루 중 길어야 한두 시간이라는 피크에 집중되며, 그 짧은 피크를 위해 선로·차량·인력을 상시로 늘리는 투자는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기 쉽다. 일부 구간은 반복적으로 높은 수준의 과밀이 나타나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겪지만, 공급 확대로만 이 문제를 상시적으로 흡수하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수요 재배치’ 피크 분산 정책
출퇴근 시간대 혼잡은 단순한 불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밀착된 공간에서 넘어짐과 끼임 위험이 커지고, 호흡 곤란과 스트레스가 누적되며, 이동 자체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지하철이 정시성을 유지하더라도 이용자가 매일 아침 “도착”이 아니라 “버티기”를 경험하는 구조가 지속되면 도시의 교통은 복지로 기능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도시 교통 해법의 초점은 공급 확대만이 아니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피크 시간’ 자체를 분산하는 데 놓일 필요가 있다. 출근 시간이 늦춰지는 날의 이용 패턴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도시철도 이용자 수가 평소보다 감소하고, 광역버스 혼잡률도 낮아지며, 도로 통행 속도가 개선되는 효과가 관측된 바 있다. 직장인의 일정 비율만 출퇴근 시간을 1-2시간 분산해도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추계도 제시된다. 혼잡의 원인이 ‘공간 부족’만이 아니라 ‘시간대 집중’에 있는 만큼, 분산은 원인 자체를 겨냥하는 현실적 대안이 된다.
해외에서는 피크 분산을 ‘수요 재배치’ 정책으로 설계해 왔다. 싱가포르는 혼잡 시간 이전에 도심 주요 역에서 하차하는 승객에게 요금 면제나 할인을 제공해 이른 시간 수요를 유도해 왔고, 일본 도쿄 메트로는 피크 시간 전후 이용자에게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캠페인을 운영해 왔다. 실시간 혼잡도를 알려주는 앱을 통해 승객이 덜 붐비는 시간과 칸을 선택하도록 돕는 방식도 병행되는데, 이들 정책은 대규모 인프라 확장 없이도 수요를 재배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 교통정책의 비용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개인 선택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는 분산, 돌봄이 만든 시간표
다만 출퇴근 시간 분산은 개인의 선택만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맞벌이 가정이 늘고 돌봄의 시간이 촘촘해질수록 이동 시간표를 마음대로 조정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부양 가족 문제는 피크 분산 정책의 사각지대를 만든다. 고령인구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는 인구 구조 속에서 가족 구성원이 병원 동행과 장기요양, 일상 지원을 함께 부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출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도가 돌봄 시간표와 충돌하면, 분산 정책은 현실에서 멈춰 서기 쉽다.
노부모를 모시는 직장인은 하루 일정이 병원 예약, 약 복용, 주야간보호센터 등 돌봄 서비스 운영 시간에 맞춰 고정되기 쉽다. 방문요양 시간이 일상 리듬을 결정하는 경우도 흔하다. 병원 동행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으면 보호자가 직접 시간을 비워야 하고, 간병을 시장에 맡기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 예컨대 서울 동남권에서 출퇴근하는 40대 직장인을 상정하면, 출근 시간을 조금 늦춰 혼잡을 피하고 싶어도 그 시간대에 부모님 돌봄 일정이 겹쳐 사실상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30대 맞벌이 가구의 경우 아이 등원 시간과 가족의 병원 동행 일정이 겹치는 날에는 대중교통 시간을 조정하기 어려워 택시 같은 대체 수단을 선택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교통과 복지의 ‘시간표’의 통합 절실
따라서 출퇴근 시간 분산은 교통 정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보육과 돌봄, 특히 노인 돌봄 인프라의 운영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통합 대책이 필요하다. 도시의 피크 시간은 단지 출근의 시작점이 아니라 돌봄·교육·의료·노동이 같은 시간대에 겹쳐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피크를 분산하자는 정책이 현실의 시간표를 바꾸지 못하면, 부담은 가정으로 전가되고 그 부담은 여성과 중장년층에게 집중되기 쉽다.
그래서 도시 교통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해법은 “열차를 늘리자”와 “출근을 늦추자”로 나뉘는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다. 교통과 돌봄를 하나로 묶는 패키지가 정책의 최소 단위가 돼야 한다. 시차출근과 유연근무는 어린이집과 학교 돌봄뿐 아니라 노인 주야간보호센터, 방문요양, 병원 동행 서비스 운영 시간과 결합될 때 효과를 낸다. 노인 부양 가구를 위한 이동 지원이 확충되면 보호자가 전담하던 병원 동행 부담이 줄어 출퇴근 시간 조정이 가능한 가구도 늘어난다.
출퇴근 시간 분산은 만원 지하철을 피하는 생활 요령이 아니라 도시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정책이다. 노인 부양과 육아, 노동 시간과 이동 시간, 그리고 공공 서비스 운영 시간이 맞물릴 때 지속 가능한 교통복지가 가능해진다. 다음 편에서는 요금 인센티브의 설계 방식과 실시간 혼잡 정보의 고도화, 기업·공공기관의 시차출근 모델, 그리고 돌봄 시간표를 함께 바꾸는 도시 단위 실행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