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오늘 선고공판에서 이를 웃도는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피고인을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핵심인 내란중요임무종사의 성립을 인정하면서,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공용서류 손상, 헌법재판소 위증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번 선고는 12·3 비상계엄을 ‘적법한 계엄의 행사’가 아니라 형법상 내란죄가 문제 되는 ‘폭동(내란행위)’으로 본 첫 1심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원의 핵심 판단: 12.3 내란 성립과 ‘중요임무 종사’
재판부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뒤이은 군·경 동원, 체포·구금 등 특별조치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 아래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헌법·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수준으로 나아가면 형법 제87조의 ‘폭동(내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 판단 틀에 따라, 12·3 당시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을 갖춘 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의회·정당제도 등을 부인하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령했으며, 군 병력과 경찰공무원을 동원해 국회·중앙선관위 등을 점거·출입통제하거나 압수·수색한 일련의 행위가 “대한민국 영토 전부에서” 다수인을 결합해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 전 총리에게는 ‘내란우두머리방조’가 아니라 ‘내란중요임무종사’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내란죄가 폭동을 요건으로 하는 필요적 공범(집합범) 성격을 띠어 내부 가담자에게는 각자의 역할에 따라 우두머리·지휘자·중요임무종사자 등으로 처벌될 뿐, 형법 총칙의 방조(종범) 규정을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보았다. 이에 방조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고, 특별검사가 택일적으로 추가한 내란중요임무종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회의 심의’라는 절차적 외관을 갖추는 데 관여했다고 봤다. 당시 국무회의 구성원 기준으로 의사정족수(과반) 충족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일부 국무위원을 선별적으로 소집하는 과정에 관여했고, 의사정족수 충족 시점 이후로 미뤄 ‘심의’ 외관이 갖춰진 뒤 선포가 이뤄지도록 한 정황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또한 선포 직후에는 국무위원들로부터 서명을 받으려는 시도에 직접 관여했고, 해제 국무회의 이후에도 “앞선 심의 하자로 해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다시 부서를 받으려 한 정황까지 종합해, 절차적 요건을 ‘맞추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후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의 내용과 근거, 이행 방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이를 제지·만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통령실 CCTV 등 객관 자료에 비춰 오히려 이행을 독려한 정황이 있다고 보았다. 국무총리로서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사실상 이행을 뒷받침한 행위가 내란행위에 있어 중요한 임무 종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허위공문서·위증 등: “절차 하자 덮으려 했다”
재판부가 유죄로 본 ‘허위공문서’의 핵심은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다. 재판부는 표지가 2024년 12월 3일 이후에 국무총리·관계 국무위원(부서)·대통령 순으로 서명이 이뤄져 문서로 성립했는데, 표시된 내용과 실제 경과가 부합하지 않아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정도의 ‘허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허위 문서를 행사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서류손상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생산된 기록물로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고, 대통령실에서 사용되는 공용서류에 해당한다고 봤다.
위증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의 증언이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는 식으로 진술을 유보하지 않은 채 단정적으로 부인했고, 불과 약 3개월 사이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문·포고령·비상계엄 관련 지시사항 문건·선포문 등을 받은 기억이나 문건 배포 장면을 본 기억이 통째로 상실됐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양형: “친위쿠데타인 내란 가담자는 중벌 불가피”
재판부는 12·3 사태를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하며, 그 위험성은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고 봤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위반하는 방식으로 내란행위를 하면, 국민의 민주주의·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가 뿌리째 흔들린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세계사적으로 ‘친위 쿠데타’가 성공해 독재로 이어지고, 기본권 침해와 경제·외교의 심각한 타격, 이후 내전적 혼란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몇 시간 만에 종료됐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계엄이 단시간에 끝난 것은 무장한 계엄군에 맞서 국회를 지켜낸 시민들의 저항, 신속히 해제요구안을 의결한 정치권의 움직임, 위법한 지시에 저항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경의 태도 등 ‘가담자 밖의 요인’에 기인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피해가 경미했다’거나 ‘짧은 시간 진행됐다’는 사정을 깊이 고려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12·3 내란이 평상시에 저항권을 손쉽게 주장하거나, 법적 근거 없는 ‘계몽적·잠정적·경고성 계엄’을 정당화하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위반하는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과 같은 사례를 양산·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외교적 파급을 고려하면, 과거 ‘아래로부터의 내란’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결들을 형의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 전 총리의 지위도 양형에서 크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국무총리가 헌법·법률 준수 및 헌법 수호의 의무를 부담하는데도,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래 그 의무를 외면하고 ‘일원으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사후에는 문건을 은닉·폐기하고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가 폐기했으며, 헌재에서 위증하는 등 ‘진상 규명’보다 ‘자신의 안위’를 우선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특별검사 구형(징역 15년)보다 무거운 징역 23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내란 판결의 의의
재판부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권한에 ‘한계와 책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구체적 법리로 제시했다.
첫째,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군 병력 동원·특별조치가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에 해당하면, 그 폭동 가담자는 내란죄로 처벌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둘째, 국무총리는 간접적으로나마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을 부여받은 지위로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헌법·법률 준수의무를 부담하고, 헌법을 수호·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현행법에 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설시했다.
셋째,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해 국무회의가 ‘자유로운 발언과 토론’으로 기능하도록 운영할 직무상 의무가 있고, 이를 위해 모든 국무회의 구성원에게 빠짐없이 소집을 통지하며, 비상계엄 선포처럼 중대한 사안에서는 심의에 필요한 검토 의견을 분명히 제출하도록 하고, 간사(행정안전부 의정관)를 참석시켜 회의록이 작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넷째, 정부조직법상 권한 행사가 형식상 재량으로 보이더라도, 구체적 상황에서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 현저히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면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향후 절차
이번 선고는 1심 판결이다. 피고인과 특별검사 모두 항소할 수 있으며, 항소가 제기되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가 사실관계·법리·양형이 다시 심리된다. 항소심에서는 12·3 내란 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관여가 ‘중요임무 종사’로 평가될 정도인지, 허위공문서 작성·대통령기록물 및 공용서류 손상·위증의 고의와 공모관계가 인정되는지 등이 핵심 쟁점으로 재검토될 전망이다. 항소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내란 전담 재판부에 배당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