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마두로 체포 - 전쟁권한·국제법 논쟁 확산

카라카스 공습으로 ‘정권 제거’가 현실이 되다

 

3일(현지시각) 미국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압송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을 “불법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한 작전”이라고 설명하며, 그동안 ‘마약 단속’을 내세워온 압박 정책이 실제 무력 개입으로 전환됐음을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는 즉각 교민 보호 체제로 전환했다.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부 등 관계 당국에 현지 교민 보호를 철저히 지시했고, 상황 악화에 대비한 철수 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해 필요 시 신속히 집행할 준비를 갖추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외교부가 재외국민보호대책반을 가동했으며, 베네수엘라 체류 교민은 70여 명으로 현재까지 피해 접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2025년 내내 누적된 군사 압박이 ‘개입’으로 넘어간 이유

 

이번 침공은 하루아침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2025년 내내 단계적으로 확대되어온 군사적 압박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8월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이지스 구축함을 비롯한 해군 전력을 전개하며 ‘해상 차단과 타격’의 선택지를 현실화했고, 마두로 정권은 450만 명 규모 민병대 총동원령을 선포하며 맞섰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마약 단속을 침공의 근거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와 전문가들은 ‘마약’이 정치적 명분으로 기능하고 있을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고,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에너지 압박을 병행해왔다. 조 바이든 정부 시절(2022년)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셰브론의 베네수엘라 내 운영 라이선스는 트럼프 복귀 이후 철회됐고,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경고하며 ‘2차 제재’에 가까운 조치를 예고했다.


마두로의 통치 방식과 ‘외부 개입’을 부른 취약성

 

니콜라스 마두로는 1962년 카라카스 출생으로, 버스 기사 출신 노동운동가라는 이력에서 출발해 우고 차베스의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 그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외교장관, 부통령을 거쳐 2013년 차베스 사망 이후 권한대행을 맡았고, 조기 대선 승리로 대통령에 올랐다.

마두로 집권기는 경제 붕괴와 권위주의적 통치로 요약된다. 유가 하락과 경제 정책 실패로 초인플레이션과 물자 부족이 심화됐고, 수백만 명이 국외로 탈출하는 대규모 이주가 이어졌다. 정권은 군부와 친정부 민병대에 기반해 유지됐으며, 국제 인권단체들은 광범위한 인권침해와 시위 진압, 초법적 살해 의혹을 지적해 왔다. 마두로는 2019년 이후 미국과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쿠바, 러시아, 이란의 지원을 바탕으로 권력을 유지해왔다.


미국 내부 전쟁권한법 논쟁

 

미국 헌법은 전쟁 권한을 의회와 대통령 사이에 의도적으로 분산한다. 의회는 전쟁 선포 권한을 갖고, 대통령은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군사력을 지휘하지만, 이 구조는 행정부의 독단적 군사 행동을 견제하기 위한 설계다.

베트남전 이후 제정된 1973년 전쟁권한법은 대통령의 군사력 남용을 제한하기 위한 장치로 작동해왔다. 법은 무장군대를 적대 행위에 투입한 뒤 48시간 내 의회 통보를 요구하고, 의회 승인 없이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기간을 60일로 제한하며, 가능한 경우 사전 협의를 요구한다.

이번 작전에서 핵심 쟁점은 ‘대규모 공습과 국가원수 체포’가 전쟁권한법상 적대 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 이 수준의 군사 작전을 단행할 수 있는지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무부 산하 법률고문실(OLC)의 해석을 근거로 전쟁권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행정부-의회 간 권한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국제법상 논란

 

국제법의 기본 원칙은 UN 헌장 제2조 4항의 무력 사용 금지이며, 예외는 UN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에 따른 집단안보 조치 또는 UN 헌장 제51조의 자위권 행사로 좁게 인정된다. UN 총회 결의안 3314는 침략을 ‘국가의 무장군대가 다른 국가의 영토를 침략 또는 공격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타국 영토에 무장군대를 투입해 지도부를 체포-이송한 행위는 국제사회에서 ‘침략’ 논쟁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침공은 안보리의 명시적 승인 없이 단행됐고, 미국 역시 의회 승인 없이 작전을 완료한 뒤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제시한 ‘마약 단속’과 ‘법 집행’ 논리는 국제법상 무력 사용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정책 과제 - 교민 보호를 넘어 외교 원칙을 시험하다

 

현재까지는 군사적 확전이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교민의 안전과 유사시 철수의 실행 가능성이다. 초기 충격이 제한된 국지 작전으로 수습될지, 아니면 치안 공백과 보복성 충돌로 번질지는 불확실하다. 현지 치안 공백, 친정부 무장세력의 동원, 항공-해상 이동의 제약 가능성은 한국이 ‘계획 수립’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실행 시나리오를 구체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외교적으로도 당장의 확전 부재가 곧 위험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 동맹 관리와 국제규범 존중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미국의 작전이 국제법적 논쟁을 동반하는 만큼 한국은 교민 보호 및 인도적 관점의 대응과 별개로, 무력 사용과 정권 교체를 둘러싼 국제규범 훼손 가능성에 대한 원칙 기반 메시지를 정교하게 조율해야 한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 ‘선제 침공-정권 교체’의 파장이 향하는 곳

 

이번 사태가 한반도에 던지는 가장 직접적인 함의는, 미국이 유엔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무력을 사용했고 그 목표를 ‘정권 제거’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규범과 절차를 앞세워온 대외정책의 언어가 실제 작전 선택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신호는, 휴전 체제 위에서 겨우 유지되어 온 한반도 평화의 취약성을 다시 드러낸다.

북한 변수는 특히 민감하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을 ‘체제 전복’의 연장선으로 해석해 왔고, 이번 사례는 그 인식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종전 협정이나 평화체제 논의가 진전되려면 상호 안전보장의 최소 조건이 필요하지만, ‘필요하면 무력으로 정권 교체에 나선다’는 사례가 현실화된 환경에서는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유인이 줄고, 오히려 억지력 확보를 최우선에 두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딜레마도 선명해진다. 동맹 관리 차원에서 미국과의 공조는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무력 사용과 정권 교체를 둘러싼 국제규범 훼손 논쟁이 확산되는 국면에서 한국이 어떤 언어와 절차를 선택하느냐는 대북 협상의 신뢰 기반과 직결된다. 원칙에 대한 입장을 지나치게 흐리면 ‘동맹의 확장된 의지’로 읽힐 수 있고, 반대로 원칙을 과도하게 전면화하면 동맹 조율의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 결국 한국은 교민 보호와 위기 대응을 분리해 추진하면서도, 한반도 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메시지의 파급을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

중국-대만 간 양안 관계에서도 이번 사례는 불편한 선례로 남는다. 미국이 국제기구 승인 없이 무력 개입을 단행한 전례는, 위기 상황에서 ‘선제적 행동’의 문턱을 낮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당사국들이 상대의 의도를 더 비관적으로 해석하게 만드는 촉매가 될 수 있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한쪽은 ‘개입의 정당성’을, 다른 한쪽은 ‘개입의 위험성’을 각각 강화된 서사로 활용할 수 있어 오판과 확전의 위험이 커진다.

결국 이번 사태의 동아시아적 파장은 단기적 충격보다 ‘신뢰의 구조’에 더 오래 남을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논의를 재가동하려면, 군사행동의 문턱을 낮추는 선례가 협상 당사자의 계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냉정하게 점검하고, 한국의 외교-안보 메시지가 불필요한 불신을 증폭시키지 않도록 관리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향후 전망 - ‘권력 공백’이 지역 불안정으로 번질 가능성

 

핵심 변수는 베네수엘라의 권력 공백을 누가, 어떤 절차로 메울 것인지다. 미국이 ‘안전한 정권 이양까지’ 통치를 언급한 이상, 과도 통치의 범위와 기간, 국제기구의 관여, 주변국의 개입 가능성이 연쇄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단일 국가의 위기 대응을 넘어, 국제질서의 규칙이 어디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으로 확장되고 있다. ‘마약 단속’이라는 법 집행 프레임이 국가원수 체포와 수도 공습을 정당화하는 선례로 남을 경우, 다른 지역 분쟁에서도 유사 논리가 반복될 위험이 커진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논쟁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