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금고 이자율 첫 공개… 최고·최저 격차 2배 이상

금고 선정 기준 논쟁… 편의성·상생 vs 수익성·투명성

행정안전부(행안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 이자율을 일괄 공개하면서, 지자체별 금고 운용 조건과 선정 기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고는 지방정부의 모든 돈이 드나드는 공식 계좌 관리 기관이다. 주민이 낸 세금, 중앙정부 교부금, 각종 부담금과 사용료가 이곳에 모이고, 공무원 급여와 복지 예산, 공공사업비도 여기서 집행된다. 쉽게 말해 지자체의 ‘주거래 은행’이자 재정의 심장이다. 지자체는 수천억수조 원 규모의 자금을 상시 예치하는데,  이때 적용되는 금리가 1%포인트만 달라져도 연간 수십억수백억 원의 재정 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별도의 증세 없이도 복지, 교통, 돌봄 같은 주민 서비스를 늘릴 수 있는 재원이 된다.

행안부는 1월 28일 ‘지방재정365’ 시스템을 통해 전국 243개 지자체의 금고 관련 이자율 정보를 공개했다. 정부 차원의 전수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청와대도 공개 취지를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간담회에서 지자체 금고 이자율을 조사해 국민에게 공개하라고 주문한 바 있으며, 공개 이후에도 SNS를 통해 “예치 규모에 따라 이자율 변화가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금고 금리 왜 다른가?

 

공개 자료에 따르면 광역지자체 가운데 인천광역시는 4%대, 경상북도는 2%대 수준으로 격차가 나타났다. 기초지자체에서도 인천 서구가 4%대, 경기 양평군은 1%대 수준으로 차이가 났다. 다만 해당 수치가 예치금의 종류와 기간, 산출 방식(잔액가중·기간가중 평균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지자체별 조건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고 금리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들은 “금고는 금리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종합 계약”이라며, 지점·ATM 등 주민 편의와 금융기관 안정성, 지역 상생(지방은행·농협 지원), 협력사업비 같은 부가 혜택, 세금수납·회계 전산 연동과 인력 지원 등 운영 서비스를 함께 봐야 한다고 해명한다. 또 예치금 성격과 기간, 지역의 경쟁 환경이 달라 단순 금리 비교는 왜곡될 수 있다는 논리를 덧붙인다. 그들은 고령층 이용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오프라인 점포와 ATM망을 ‘필수 인프라’로 본다고 밝힌다. 금고를 맡길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추가로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방은행이나 농·축협을 활용해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상생’ 목적을 강조하는 곳도 있다. 은행이 제공하는 협력사업비(출연금 등)를 지역 축제나 복지 사업에 활용한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반면 금고 선정이 주민 편익과 지역 사업에 기여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예치금 운용 수익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 인프라와 취약계층 보호는 행정서비스로 강화하되, 금고 운용에서는 경쟁을 통해 수익을 높여 공식 예산으로 편성하는 방식이 투명하다는 견해도 있다. 지자체가 금융기관 건전성을 별도 기준으로 점수화하는 절차가 중복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선정 과정의 객관성과 이해상충 관리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해외 자치단체 금고는?

 

미국에서는 주 정부 또는 공공기관 단위로 지방정부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투자풀 제도를 운영하는 곳이 있으며, 영국에서도 경쟁입찰 방식의 조달 절차를 통해 금리와 비용 효율성을 비교해서 금고 선정을 한다.

그런데,우리와 비슷한 금고 선정제도를 운영해왔던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에서는 지방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역할을 잇달아 반납하거나, 입찰 자체를 거부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지역 유력 은행 한 곳을 지정해 수십 년간 금고를 맡기거나(단독 지정), 몇 개 은행이 2~4년씩 돌아가며 맡는(윤번제) 방식을 고수해왔고, 이 과정에서 은행은 지자체 자금 운용 수익을 기대하며 창구에서의 세금 수납 업무 등을 사실상 '무료'로 대행해왔다.

하지만 초저금리 장기화로 자금 운용 수익이 급감하고,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대형 은행들이 일부 지자체의 수납 대행 업무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지방은행들마저 "수수료를 현실화해주지 않으면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일본 지자체들은 과거의 '수의 계약' 관행을 버리고, 투명한 '프로포절(제안 공모)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은행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입찰에 들어올 은행을 찾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치다.

 

이번 통합 공개는 지자체 금고 운영을 ‘비교 가능’하게 만든 첫 출발점이다. 이번을 계기로 각 지자체의 금고 운용이 주민에게 어떤 재정적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검증 요구도 커지고 있다. 그리고, 금고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지역 금융 인프라, 취약계층 접근성, 지역 상생을 어떻게 동시에 충족할지, 그래서 지금까지 금고 선정 관행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