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노동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오요안나 전 MBC 기상캐스터와 뉴진스의 하니가 해당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주목받으며, 프리랜서 노동자의 법적 지위와 보호 체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리랜서는 연예인, 예술인, IT 개발자, 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일부는 높은 수익을 올리지만, 상당수는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생계를 이어간다. 이처럼 고용 형태가 획일적이지 않은 탓에,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어렵고 법적 보호에서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현행법상 프리랜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법은 ‘근로자’ 개념을 전제로 하는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일정한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된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개별 계약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독립 계약자로 간주되며, 전속성이 없거나 일정한 계약 기간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법적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또한, 프리랜서는 특정 회사나 조직에 소속되지 않거나 다수의 계약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고용주가 직장 내 괴롭힘의 책임을 지기 어렵다. 정해진 사업장 없이 원격·비대면으로 근무하는 경우도 많아 전통적인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을 적용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방송·연예인, 1인 창작자, 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프리랜서 직군이 보호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오요안나 전 기상캐스터는 MBC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활동했지만,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뉴진스의 하니 역시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연예인으로, 노동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처럼 방송·연예계 프리랜서는 조직 내 괴롭힘을 경험하더라도 법적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프리랜서와 비전형 노동자의 법적 보호 문제는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일부 국가는 제도 개선을 통해 보호 체계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ABC 테스트’를 도입해 프리랜서의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강화했다. 이 테스트에 따르면, 독립 계약자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업무 수행 시 회사의 지휘·통제를 받지 않고, 해당 업무가 회사의 주요 사업과 독립적이어야 하며, 일반적으로 해당 업종에서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California Assembly Bill 5, 2019). 그러나 연방 차원에서는 여전히 프리랜서는 독립 계약자로 간주되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과 같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프리랜서의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종속성과 전속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 일본 노동기준법상 근로자는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되며, 프리랜서는 일반적으로 이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다만, 공연·예술·체육 분야 종사자의 경우 일부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며, 2021년 일본 정부는 프리랜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불공정 계약과 부당한 처우를 방지하는 조치를 도입했다(일본 공정거래위원회, 2021).
유럽에서는 국가별로 다양한 보호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스페인은 2021년 ‘라이더 법’을 도입해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플랫폼 기업이 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했다(Real Decreto-ley 9/2021). 독일과 프랑스도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며,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2022년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2022). 이는 프리랜서 노동자 보호를 위한 국제적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프리랜서와 비전형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독립 계약자도 괴롭힘과 부당 대우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표준계약서를 통해 프리랜서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고, 계약상의 괴롭힘 방지 조항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프리랜서가 피해를 입었을 때 이를 신고하고 구제받을 수 있는 별도 기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프리랜서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점진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에 맞춰 법적 장치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프리랜서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될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프리랜서를 정규직화하면 법적 보호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선, 프리랜서의 업무 특성상 유연한 근로 형태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일률적인 정규직화는 오히려 시장의 다양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 고용 부담이 증가하면서 프리랜서 활용이 위축될 수 있으며, 이는 프리랜서 시장 자체의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창작·예술 분야에서는 프로젝트 단위의 계약이 일반적인데, 정규직 고용이 강제될 경우 오히려 산업 생태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프리랜서 보호는 정규직화보다는 별도의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출처:
California Assembly Bill 5, 2019
European Commission, 플랫폼 노동자 보호 법안, 2022
Real Decreto-ley 9/2021, 스페인 노동법 개정, 2021
본 공정거래위원회, 프리랜서 가이드라인, 2021